학원장 손 들어준 서울시교육청과 교육위원들

학원교습 밤11시로 연장... 초등학생마저 심야학원으로 내몰 건가

등록 2007.07.12 10:11수정 2007.07.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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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학원교습시간 연장 등에 반대하는 교사와 시민단체 회원들 ⓒ 최정윤

서울시교육위원회 소위원회는 지난 7월 9일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학원교습 밤 11시 연장'을 골자로 한 조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지만, 그 동안의 분위기로 보아 오는 13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도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전교조 등 교원단체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학원 심야교습이 허용되면 사교육비 증가는 물론 학생의 건강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며 교육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을 하며 반대하고 있다.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교육위원회는 ‘학교의 수업과 학생의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학원의 교습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이번 교습시간 연장 결정이 이 규정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원 심야교습을 허용할 경우, 학생들이 잠 잘 시간이 줄게 되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학습부담이 늘어나 학교수업이 부실해질 것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정작 연장 결정을 내린 교육청과 교육위원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납득할 만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학원 측에서는 "학원 교습시간이 늘어도 학생의 건강을 해친다는 증거가 없다"며 "교습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학생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오히려 교습시간 제한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이 이 문제에 관해 학부모 7000명, 학생 7000명, 교사 6000명, 학원 설립자 400명 등 2만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연장 결정을 내린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의 65.3%가 '학원 교습시간을 밤10시까지만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교사는 무려 82.5%가 같은 응답을 했다.

반면 학원을 운영하는 학원장들의 경우 73%가 '자정(12시) 이후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하여 대조를 보였다. 결국 '학원 교습시간 연장'은 학원장들의 요구일 뿐, 대다수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서울시교육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학부모나 교사의 의견보다는 학원 측의 요구를 주된 근거로 삼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병적인 사교육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몰고 올 파장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은 보통 하루에 8시간 이상을 학교에 붙들려있어야 하고, 방과후에도 학원수강을 마치고나면 밤 늦게야 귀가하는 실정이다.

부모가 자식과 대화를 하고 싶어도 얼굴을 볼 수가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더욱이 밤 늦게 귀가하는 초등학생의 경우 청소년 대상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과도한 학습부담과 수면부족은 정신적·신체적 발달에 치명적인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이 최근 펴낸 ‘학교보건연보’에 따르면 서울 초·중·고교생 25%가 정신장애. 주의력 결핍, 반항 등 행동장애를 보이고 있으며, 학업문제가 학생 스트레스 원인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의 어느 교육학자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과도한 학습부담 강요에 대해 "일종의 가혹행위"라고 개탄한 바 있으며, 아동·청소년에 대한 과도한 정신적·신체적 부담 강요는 유엔이 제정한 아동권리협약의 정신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또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천문학적 액수의 고액학원과 불법 철야교습이 법망을 피해가며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교육청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이들 학원의 불법행위를 단속하기는커녕 사실상 묵인해 왔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조례안이 확정될 경우 사교육시장은 순식간에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학원들은 경쟁적으로 심야반을 편성하여 학생 유치에 나설 것이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그에 정비례하여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심야반이 사교육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시교육청과 교육위원회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결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위원회는 교습시간 연장이 ‘학교의 수업과 학생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그 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만약 타당한 근거 없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서울시교육청과 교육위원회는 대다수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을 묵살한 채 학원의 요구에 밀려 아동학대에 발 벗고 나섰다는 비난을 모면할 길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시민단체들은 서울시교육청과 대형 입시학원의 유착관계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고위관계자와 인척관계에 있는 한 대형학원 운영자가 이번 결정을 막후에서 주도했다는 믿기 어려운 소식도 들린다. 교육에 관한 정책수립과 행정을 맡은 교육청과 교육위원회는 다른 어느 기관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책임성을 요구받는 게 당연하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위원회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지적에 대해 책임 있고 성실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기관청렴도 전국 꼴찌를 기록한 서울시교육청의 도덕성과 신뢰도는 다시 한 번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학생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배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위원회는 이번 결정이 그런 취지에 비추어 한 점 부끄럼이 없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조사 교습시간대별 선호 현황


※ 설문대상 : 20400명(학부모 7000명, 중고생 7000명, 교사 6000명, 학원 설립자 400명(2006년 11월)

덧붙이는 글 | 송원재 기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송원재 기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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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결성 관련 해직교사 출신이다. 지금은 전교조 전임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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