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공포체험, '모기밥'을 아십니까?

군대 내부반에서 경험한 신종 기합

등록 2007.07.15 17:01수정 2007.07.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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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그런 말있는지 모르겠으나 옛날 논산 훈련소에 가면 '논산 모기는 군대 모포 2장을 뚫는다'는 말이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논산 지역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탓일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모기는 많았다. 실제로 군용 담요를 뚫는지는 모르겠으나 훈련 중 잠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군복 바지 위에 앉아 두꺼운 천 사이로 침을 꽂아 넣으려고 애 쓰는 모기들을 보는 일은 허다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사람들은 휴식 시간만 되면 우르르 모여 담배 연기를 내뿜어 모기 쫓아 내기에 바빴다. 가끔씩 풀을 잘라 모깃불을 피운 다음 매케한 연기 속에 둘러앉아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교관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런 호사를 누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모기밥의 추억

훈련의 막바지에는 야외훈련을 나가게 된다. 멀리 떨어진 야영장으로 행군하여 가는 훈련이기 때문에 힘은 들지만 모두가 기다리는 훈련 과정이 바로 야영훈련이다. 입대 후 처음 훈련소 밖의 풍경을 구경하고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여학생이나 버스에 손을 흔드는 재미도 있어 장시간의 행군이지만 그만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도착해 야간훈련을 하는 날이었다.그 날은 탱크와 함께 하는 훈련이었다. 탱크는 전신이 두꺼운 쇠로 되어 있고 바퀴도 일반 자동차의 타이어와는 달라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항상 불의의 사고를 조심해야 했다.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은 안전과 혹시 있을 수도 있는 탈영에 대비하여 한 곳에 모여있다 자기 훈련 시간이 되면 인원을 점검한 다음에야 훈련에 참가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에 캄캄한 밤 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앉아 있으니 많은 생각이 떠 올랐다. 부모님 생각, 친구 생각, 즐거웠던 생각, 그리고 앞으로 남은 캄캄한 군 생활.

그날 훈련은 늦게 끝이 났다. 밤이 늦었지만 무사히 첫날 훈련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젖어 부대로 돌아가 취침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교관이 기합을 주기 시작했다. 훈련 중 질서가 없었다, 몇 사람이 대열을 이탈하여 수박서리를 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영문도 모르고 연병장에서 높은 포복, 낮은 포복,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등의 기합을 받고 내무반으로 돌아가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인 새로운 기합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것은 '모기밥'이란 이름의 신종 기합이었는데 훤히 불을 밝힌 내무반에 창문을 훤히 열어 놓고 팬티만 입고 서있으면 모기들이 사정없이 달려든다. 모기를 쫓으려 움직이면 구타를 당하기 때문에 모기가 몸에 달라 붙어 피를 빨아도 그냥 두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훈련소 근처의 모기는 두꺼운 담요도 뚫는다는 악명이 있는 모기들인데 그런 모기 앞에 전신을 노출시킨 다음 반항 없이 서 있으니 모기의 입장에서는 정말 신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부동 자세로 서있으면 다리에 모기가 새까맣게 붙는다. 이 모기란 놈은 비쩍 마른 놈도 한번 피를 빨기 시작하면 꽁무니부터 붉게 변해가면서 오동통해지는데 어느 정도 배불리 먹었다고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먹고 날지 못해 바닥으로 툭 떨어질 때까지 피를 뽑는다. 그날의 특수기합은 무수히 많은 모기가 날지도 못하고 바닥에 꾸물거리며 기어 다닐 즈음에야 겨우 끝이 났다.

그 다음 날 아침 위병소에서는 수박밭 주인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수박 값을 물어내라며 난동을 부렸고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는 향도의 지시에 따라 월급을 고스란히 수박 값으로 변상하는 조건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지금 생각하니 수박밭 주인과 교관, 향도의 각본에 놀아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사실과 현실을 비교해 보면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모기처럼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다, 날지 못하고 땅에 기어 다니는 일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효과적인 뎅기열 예방법

이 주제와는 상관이 없지만 여름 휴가를 이용해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요즘 뎅기열 주의보가 발효되어 있다. 깨끗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까지도 매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경보를 발하는 것은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와 숲이 많아 모기 퇴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는 주간에만 활동하기 때문에 낮에 숲이 많은 곳을 관광할 때는 긴 소매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뎅기열의 예방약은 없기 때문에 이온 음료를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같은 곳에서는 뎅기열 유충이 발견되면 한 마리당 약 50만원의 벌금을 물릴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말도 있다. 옛 이야기지만 옷을 벗기고 모기에게 물리는 기합을 받은 당시의 현실을 생각하면 전해지는 전설처럼 지금도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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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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