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사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소극적인 언론...왜?

등록 2007.07.17 15:08수정 2007.07.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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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사태는 1년이 지나 이제 일단락 되는 듯하다. 시사저널 기자단은 지난 6월 25일 '시사저널 노조 결별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를 기점으로 기자단은 새로운 매체 창간을 준비하면서 1년 넘게 이어져 온 <시사저널> 사태는 사건 종료되었다. 그동안 초점이 맞춰져 왔던 노사 문제는 이제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관심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사저널> 사태의 승패를 따지자면 기자단의 패배다. 기자단이 결국에 사측에 굴복하지 않음은 승리로 볼 수 있겠지만, 끝끝내 <시사저널> 내에서 편집과 기자로서의 권리를 되찾지 못함은 엄연한 실패였다.

일면 <시사저널> 사태는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파장을 주는 듯 하였다. 하지만 영향력있는 매체의 침묵은 결국 <시사저널> 사태를 그들만의 사태로 묶어두었다.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는 충족되었는가

어떤 사건에 대해 언론이 보도를 해야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은 언론사의 편집부에서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보도 역시 각 언론사의 편집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사저널> 사태가 언론계에 있어서의 비중, 동시에 언론의 권리에 관한 일련의 사건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시사저널>에 대한 보도는 문제가 있다.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정책'은 몇 달에 걸쳐 사회의 핫이슈로 다루어져 왔고 지금까지 유효하다. 국민의 알 권리 수호를 명분으로 신문 지상은 연일 기자실 통폐합에 관련된 기사로 채워졌다.

지난달 세계적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의 주주와 노동 조합이 루퍼스 머독에 의한 인수에 반발해 저항하는 모습을 언론은 일제히 다루었다. 거대 자본으로부터 언론 자유를 수호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투쟁적 모습을 부각시켰다.

'알 권리'와 '편집권 독립'은 언론 자유의 쌍두마차다. 그 어느 것을 수호하고, 그 어느 것을 수호하지 않는 행태는 어불성설이다. 위의 두가지에 대한 언론의 공통적인 반응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보도는 명백히 소극적이었다.

올해 초,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본다면 위의 주장은 한층 더 힘을 받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기자협회가 공동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 단순히 한 회사의 노사 문제의 차원을 넘어서는 언론계 전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설문 조사는 1월 30일 현직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중앙신문 100명, 방송 100명, 인터넷언론 40명, 지방신문 30명, 기타분야 30명. 근속연수별 : 5년차 이하 40명, 6~10년차 81명, 11~15년차 99명, 16년차이상 80명 참여).

설문 조사 결과, 90.4%가 <시사저널> 사태에 관심이 있음을 나타냈고, 81.4%가 편집권이 자본의 논리에 침해되었다고 보았다. 그리고 88.7%가 시사저널기자단의 파업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94%의 기자가 시사저널 기자단의 목소리에 공감했었다.

위의 설문 조사는 <시사저널> 사태가 언론에 있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였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동안의 보도는 이 설문 결과에 배치되는 행태였다. 기자들이 중대한 사항으로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은 명백한 언론의 직무유기이고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침해이다.

왜 <시사저널 사태>는 특별했는가

<시사저널> 사태를 기사로 다룸에 있어 우리나라 언론사들의 구조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문제에 있어 수호하여야 할 권리는 언론 전체의 것이었다. 하지만 <시사저널> 사태는 달랐다. 애초 노사의 편집권을 두고 벌인 힘싸움이었다. 언론의 편집권 보장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현실의 언론사의 구조는 그러하지 못했다. <시사저널> 문제가 곧 자신들의 문제였다.

<조선일보> 소유지분의 90% 남짓은 방씨 일가이다. <동아일보> 소유지분도 70% 이상이 김씨 일가에 이른다. 그리고 언론의 많은 매체에 있어서도 소유지분 측면에서 뚜렷이 월등한 주주가 존재한다.

언론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다하여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의하면 1위가 사주와 발행인이고, 2위 광고주, 3위 정치권력이었다. 이는 언론보도의 편집권이 사주에 의해 크게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프랑스 <르 몽드>의 경우, 1940년대 사주였던 앙리 뵈브메리가 기자들의 편집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기자 측에 신문사 운영권을 양도했다. 언론의 편집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득 관계로부터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설즈버그 가문이 사주로 있는 <뉴욕 타임즈>와 같이 소유구조가 특정 그룹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성이 높은 언론사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주의 성향에 따른 것이다. 즉, 언제든지 편집권이 침해될 수 있는 여지를 품고 있다.

<시사저널>에서 금창태 사장이 직장 폐쇄를 할 수 있는 힘은 <시사저널>의 소유에서 나온다. 사실상 소유지분 문제를 제쳐놓고 편집권 독립을 달성하기란 어렵다.

이제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침묵했던 언론사들을 이슈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외치면서, 다른 한편에선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해버리는 지금의 언론의 구조는 아직까지 한국의 언론이 갈 길이 멀었음을 보여준다. 아직 <시사저널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시사저널 #금창태 #알 권리 #편집권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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