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너 임자 만났다

여름만 되면 모기와 전쟁을 치르는 남편

등록 2007.07.20 17:04수정 2007.07.21 10:4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머나 모기가 윙윙 소리를 내면서 머리 위에서 난리를 치네."

난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이리로 나와" 남편의 손에는 어느새 뿌리는 모기약이 들려 있었고 위아래 옆 등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었다. "거기 소파 뒤에는 늘 모기가 있더라고. 나도 며칠 전에 거기 누워 있다가 귀를 몇 군데나 물렸는데" 남편은 모기의 시체를 확인하고 나서야 공격을 멈추었다.

a

뿌리는 모기약, 피우는 모기향, 전자모기향 ⓒ 정현순

남편은 심하다고 할 정도로 모기와 전쟁을 치르곤 한다. 며칠 전 자다가 모기약 뿌리는 소리에 놀라서 일어난 적이 있었다. 어찌나 요란스럽게 뿌리던지. 그때 시간이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내 얼굴은 베개로 가려져 있었다. 남편의 손에는 뿌리는 모기약이 들려 있었고 남편의 눈은 모기의 행방을 이리저리 쫓고 있는 듯했다.

"아니 뭐야. 사람 자고 있는데 모기약을 그렇게 뿌리면 어떻게 해?" "그러니깐 베개로 가려놨잖아" 한다. 내가 그만 뿌리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모기가 윙윙거리면서 내 피를 얼마나 많이 빨아먹었는데 그대로 놔두면 안 돼. 누구 피를 얼마나 더 빨아먹으라고. 그리고 요즘 모기들도 어찌나 약아 빠졌는지 약을 조금 뿌려서는 끄덕도 하지 않아" 한다.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자는 남편이 모기한테 심하게 물리긴 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리의 공격이 아니라고 했다. 적어도 2~3마리의 공격이 있어 꼭 잡고 자야 한다고 한다. "아파트인데 도대체 이놈의 모기들은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면서 모기와의 한판 승부는 계속되고 멈출 줄 몰랐다.

난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쉽사리 오지 않았다. 잠시 후 약에 취했는지 모기 한 마리가 비틀비틀 힘이 빠진 것을 남편이 발견하고 다시 한 번 공격 개시했다. 비실거리던 모기 한 마리가 힘없이 침대 위로 떨어진다. 남편은 휴지로 떨어진 모기 한 마리를 집어든다.

"세상에 이 빨간 피 좀 봐. 내 이럴 줄 알았지. 어휴 아까운 내 피. 이만큼의 피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영양섭취를 해야 하는데. 이놈의 모기들. 한 마리는 잡았으니깐" 하면서 남은 모기를 잡기에 더욱 혈안이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머지 모기는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만하고 자. 모기가 약에 취해서 어디 구석으로 떨어졌는지 모르잖아" "아니야 확인을 해야 해" 그러고도 한참 모기와의 한판 승부는 계속되었다. 방안을 일어서서 서성거리던 남편이 "그럼 그렇지. 네가 안 죽고 배겨. 이젠 잠 좀 자야지, 그놈의 모기 때문에 잠만 손해 봤네."

새벽에 일어나 30분~40분 동안 벌였던 모기와의 실랑이가 드디어 끝이 난 것 같다. 우리 집에는 모기약이 종류별로 다 있다. 피우는 모기향, 뿌리는 모기약, 전자모기향. 그중에 한 가지라도 떨어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남편은 자신이 직접 가서 사온다. 베란다에 방충망이 새로 갈 정도는 아니게 조금 찢어졌다. 남편은 그것도 테이프로 완전하게 봉해 놨다.

저녁에 누구라도 방충망을 열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모기 들어와 얼른 닫어. 모기가 사람한테 얼마나 해로운데" 하면서. 손자들이 올 땐 완전히 비상사태(?)에 접어들 정도이다.

요즘은 날이 습하고 무더워서 모기들이 제법 많다. 남편은 초저녁엔 거실에 전자 모기향을 피운다. 그리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거실과 안방에 피우는 모기향을 피워놓는다. 그것도 모자라 뿌리는 모기약은 베개 옆에 두고 잠을 청한다. 뿌리는 모기약도 안방, 화장실, 거실에 놓고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용수철처럼 사용되고 있다.

피우는 모기향의 연기가 어느새 안방에 자욱하게 내려앉는다. 그럼 난 모기향을 거실에 내놓는다.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난 남편은 또다시 모기향을 안방에 들여놓고 잔다. 아침에 일어난 남편에게 "연기 때문에 머리 아파서 거실에 내놓았는데 왜 들여놨어?" "모기한테 물리는 것보다 낫지. 봐라 당신 종아리에 빨갛게 부어올랐는데. 그거 모기한테 물린 거지? 빨리 약 발라."

왜 모기한테 그다지도 예민한지. 장마가 끝나고 나면 모기들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단 한 마리의 모기도 용납할 수 없는 남편. 그런 남편은 올여름도 모기와의 전쟁을 계속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여름 불청객 '모기' 응모글

덧붙이는 글 여름 불청객 '모기' 응모글
#모기 #모기향 #모기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5. 5 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에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