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부부의 침실 문제가 접수하다!

기획의도와 선정성 소재의 경계에 서서 논란 가중

등록 2007.07.24 09:30수정 2007.07.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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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이 부부의 침실과 사랑에 빠졌다. 인기 장수 프로그램인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여전히 시청률에서 상한가를 치며, 여전히 파격적인 소재와 설정으로 부부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방영 초기만 해도 부부의 침실의 문제를 보다 깊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아침방송에선 원활하지 못한 부부가 게스트로 등장해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그러한 부부간의 외도, 섹스 등을 극화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밖에 없었다.

당연히 선정성의 논란에 중심에 서게 되었고 잦은 부부의 불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본래 기획 의도가 희석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암묵적으로 부부가 공동으로 남몰래 해결해야 하던 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나쁜 영향을 끼친 것만은 아니다.

또 일단 시청률에서는 자체최고시청률 27.5%까지 나온 적도 있으니, 가히 얼마큼 사랑을 받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한 시청률은 분명 부부의 관계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부부들의 이혼을 너무 쉽게 한다는 것에 조금이나 경종을 울리고자 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선정성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기획의도를 얼마나 살려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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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감시단을 도입해도 문제는 소재 자체의 선정성에 있다. ⓒ CGV

그런데 이제 드라마뿐만 아니라 드라마, 토크쇼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부부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상파 방송부터 케이블 채널까지. 온통 '대한민국 부부들 행복하십니까?'라고 외치고 있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이들이 전반적으로 기회의도를 잘 살려내는지가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케이블채널 CGV에서 시작한 심리추적극장을 표방한 <파경>은 실제 부부 모델이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매주 화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첫 회 '무서운 아내' 편에서는 아내의 폭력 때문에 이혼한 남편에게 계속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부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재현을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전문감시단까지 두며, 기회의도를 살려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떠한 소재를 선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감시단까지 두어 객관성을 확보하고, 이혼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해도 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과 흡사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SBS에서도 지난 6월25일부터 매주 월~금 오전 9시 <부부 솔루션 미안해 사랑해>를 내보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침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존 부부관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3주 이상 6mm 카메라로 갈등 현장을 촬영한 후, 이들을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시켜 화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형식이다.

버라이터 쇼 형식으로 부부관계를 풀어나가는 프로그램도 있다. 케이블 채널인 스토리온은 지난 6월 9일부터 주사부리는 남편,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을 요구하는 남편 등 부부가 같이 살면서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다룬 '스토리쇼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를 방송했다.

이경실이 맡아 화제가 된 바 있는 이 프로그램은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해결을 못했던 기막힌 생활 고충들을 제보 받아 패널들과 함께 터놓고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패널들의 공론화를 거쳐 배심원단이 고발자에게 범칙금을 책정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해 부부간의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 첫 방송에서 '자상하고 스킨십은 잘하지만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남편', '집에만 오면 홀랑 벗는 노출증 남편', '뚱뚱한 몸 때문에 제대로 부부관계를 못하는 부부' 등의 사연을 다루었다.

이처럼 진짜 부부의 비밀이야기라 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원활한 부부관계를 위해 이야기하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방송 멘트에서도 함께 출연하는 표인봉이 “부부가 살다 보면 고발하고 싶고, 법원에도 가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말하자 이경실은 “어휴~ 가고 싶지”라며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기획의도를 밝혔다.

좀 더 심도 있는 토론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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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말 못할 고민까지 이야기한다고 해서 과연 해결이 되는 것일까? ⓒ 스토리온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선정한 소재가 다소 수위가 높다는 점이다. 선정적인 면만 부각시켜 단순한 눈요기에 그치고 정작 부부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풀어가고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다면 부부관계를 다룬 다른 프로그램과 비슷한 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부부관계를 다룬 프로그램들 기획의도는 대체적으로 대한민국 부부의 행복을 이루게 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기획의도만 볼 땐 사회적으로 절실한 부분을 방송에서 짚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혼율 증가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이를 반영하듯 방송사에서도 각종 프로그램들을 내보내고 있는데, 과연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부부들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방송은 얼마나 될까?

우선적으로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이미 기획 의도를 잃어버린 지 오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오래 방송되다 보니 소재가 고갈되고, 시청자들도 이제까지의 내용으로 만족하고 않아 좀 더 강도가 센 내용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부들의 이혼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기엔 소재와 극의 전개가 이들 부부가 왜 이혼을 선택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판사와 조정위원들이 이들의 이혼 문제에 고민하고 함께 토론하며, 설득시키는 부분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부부의 불륜을 보여주는 모습이 더욱더 사실적이며 선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이혼'에 대한 결정을 신중하게 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새롭게 이제 막 포문을 연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내용의 전개방식을 차별화하여 다른 프로그램과 다름을 이야기하는데 치중하기보다는 소재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선 소재를 선정할 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들은 피해야 한다. 혹 선택한다 해도 그것을 어떻게 그리고 보여주느냐를 제작진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한다. 더불어 이들의 문제를 공론화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보다 전문적으로 심도 있게 다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선정적인 소재를 택해 시청률을 올려보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부부관계를 비밀에 부치고, 안으로 곪아 이혼 위기에 맞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데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만 그들이 말하는 기획의도를 살려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부클리닉 #부부관계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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