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주홍날개꽃매미는 유죄인가

또 하나의 외래종을 보고 떠오르는 몇 가지 물음들

등록 2007.08.27 22:22수정 2007.08.29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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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날개꽃매미. 날개를 펼치면 이름 그대로 화려한 외모가 드러난다. ⓒ 박정민

최근 여러 매체가 앞다투어 다루고 있는 인기 곤충이 하나 있다. 학명 'Lycorma delicatula', 국명으로는 '주홍날개꽃매미'라고 하는 종이다.

얼핏 듣기에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를 하고 있을 것 같은 이 곤충은 매미목 꽃매미과의 일종으로, 실제로도 날개를 펼치고 있을 때의 화려한 모습은 제법 인기를 얻을 법하다.

그러나 이 곤충이 스타덤에 오른 것은 화려한 외모 때문이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화려한 외모로 인해 호감을 가졌던 곤충애호가들도 그이의 연혁을 듣고 나면 표정이 돌변하여 경원시하곤 한다. 바로 중국에서 건너온 외래종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외모, '중국산 곤충'이라서 안 돼?

2006년 학계에 공식 보고되어 주홍날개꽃매미라는 이름을 얻은 이 신규외래종 곤충은 대략 2000년대 중반부터 간헐적으로 발견되다가 2006~2007년 들어 급속도로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의 서식지는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이며, 태풍이나 황사를 타고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방계 곤충이므로 원래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지 못했으나 가속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정착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소식을 접한 일반의 반응이다. 관련기사에 달린 인터넷 댓글들의 내용은 거개가 "외래종이므로 박멸하자" "중국 것은 다 나쁘다" "하여간 중국은 도움이 안 된다" 등의 다분히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것들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이 곤충에 대해 산림병해충 발령주의보를 내렸다. 주홍날개꽃매미의 앞날에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베스' '블루길'과 같이 암담한 장막이 드리우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반의 반응은 적절한 것일까? 정부에서 발령주의보까지 내렸다니 이 곤충은 이제 곧 우리 산천을 초토화시키고 말 것인가? 나아가 외래종에 대한 그간 우리의 대응은 과연 환경과 생태를 위한 것이었을까?

철새는 외래종인가, 고추·감자는 외래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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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날개꽃매미 ⓒ 박정민

먼저 생각해볼 것은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외래종=악'이라는 등식이다. 심지어 환경운동가들에게서도 이런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선결되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무엇이 외래종이냐는 점이다.

외래종이란 말 그대로 밖에서 들어온 종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아직 충분한 것이 못 된다. 어디가 밖이고 어디가 안이냐는 문제, 그리고 언제 어떻게 들어왔느냐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규정에서의 외부는 '한반도 밖'을 지칭한다. 그러나 이런 국경 개념이 생태학에서는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생태학에서 하나로 의미있게 묶을 만한 권역은 한반도를 포함하여 만주벌판과 시베리아 극동지역 남부까지를 포괄한다. 이 권역 내의 종들은 대개 유전자적 일치성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베리아나 만주에서 반달가슴곰·황새·여우 등을 들여와 복원사업을 벌여도 외래종 시비가 일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철새의 경우 어디까지가 '우리 새'인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인간의 국경과 동식물의 서식권은 별 상관이 없다는 사실은 반드시 짚어두어야 할 부분이다. 다시 말해 민족주의/국가주의와 생태주의는 근본적으로 겹치기 곤란한 범주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도입시기와 방법이다. 이것이 중요한 까닭은 오래 전에 들어온 것까지 외래종으로 간주할 경우 사태가 너무나도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소위 신대륙이 원산지인 고추·옥수수·고구마·감자·호박 등은 물론 쌀과 차·사과·호두·당근 등 우리에게 없어서는 곤란한 외래종 식물이 너무나도 많다. 커피와 브로콜리만 외래종이 아닌 것이다.

이런 난처함을 해결하고자 일부에서는 20세기 이후 들어온 것만을 외래종으로 보자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임의적이고 편의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한다. 지금은 외래종이라서 문제이지만 몇백 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아이러니도 있거니와, 인간에게 유익한 수많은 외래종 동식물을 우리는 지금도 열심히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요즘 사육되는 가축의 대다수는 토종이 아니다).

"혐오감을 주므로 주의보 발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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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날개꽃매미의 약충(애벌레). 매미 애벌레와 달리 딱정벌레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더 어릴 때는 검은색이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며, 이후 성충이 된다. ⓒ 박정민

어디까지가 외래종인지 규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노릇이라면, 그리고 외래종이라도 인간에게 유익한 것은 얼마든지 수용해온 속내를 들여다보고 나면 '외래종 = 악'이라는 도식은 아무런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마주하게 된다. 한편으로 토종이라고 해서 우리가 모기나 송충이를 아끼고 사랑해왔던 적도 별로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결국 외래종 여부가 아니라 유해성 여부가 문제의 중심에 있는 것 아닐까.

앞에서 밝혔듯 국립산림과학원은 주홍날개꽃매미에 대해 산림병해충 발령주의보를 내렸다. 다른 기사들이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고 있는 이 사실만 봐서는 더 이상 관용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기자가 국립산림과학원에 직접 문의하여 답변을 받은 결과는 조금 달랐다. 아래는 답변 요약 및 괄호 안에 담은 기자의 부연설명이다.

1. 주홍날개꽃매미는 주로 가죽나무에 붙어 그 수액을 빨고 살아간다. (☞ 나무의 수액을 빠는 것은 모든 매미의 공통점이다.)
2. 어린 나무, 묘목, 쇠약한 가죽나무에 많은 개체가 붙으면 나무가 고사할 수도 있다. (☞ 특정 나무에 한해 피해를 줄 수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많은 종류의 곤충들이 갖는 특징이기도 하다.)
3. 산림에 커다란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므로 경각심을 주는 의미로 주의보를 발령하였다. (☞ 산림 자체에 대한 피해보다는 사람들의 혐오감이라는 감정적 이유가 더 컸던 것이다.)

이 곤충이 많이 발견되고 있는 서울과 중부지방의 지자체들은 열심히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남산관리사업소의 경우 아예 가죽나무 10여 그루를 베어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동식물에게는 무해하고 주홍날개꽃매미만을 죽이는 약제가 있을 리 없으며, 가죽나무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으므로 가죽나무를 베어버린 거사가 납량특집 이벤트였을 리도 없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곤충이 신규외래종이므로 그 생태에 관해 아직 파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먼저 취했어야 할 태도는 보다 정확히 알려는 노력,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하는 자세가 아니었을까.

낯선 것은 징그러운 것이고, 외래종은 다 나쁘다고 들은 것 같고, 특히 중국 것은 괜히 더 싫고, 그러니 모두 다 없애버려야 한다는 단순명료한 감정과 논리의 전개, 그리고 그에 이은 과감한 실천은 적어도 환경이며 생태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위험한 것은 외래종인가, 우리의 고정관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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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를 달고 있는 가죽나무. 주홍날개꽃매미의 기주식물(주 먹이식물)이다. 산기슭이나 공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죽나무 역시 중국에서 들여온 외래종이라는 점이다. ⓒ 박정민

여러 해 전의 황소개구리 박멸 대작전이 생각난다. 그물에 한가득 황소개구리를 잡아서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모습을 TV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개구리들은 이후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황소개구리에게 죄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을 들여오고 방류한 인간에게 죄가 있었던 것일까.

설령 황소개구리가 흉악한 생태교란자라 하더라도 원인제공자는 그들 자신이 아니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토종 동물들이 황소개구리에게 '적응'한 결과 이제는 상당한 수준의 자연적인 개체조절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그 밖의 다른 외래종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사례이다. 인간은 자연을 위해 조절을 한다고 믿고 있지만, 정작 진실은 인간이 교란을 시켜놓으면 자연이 천천히 조절능력을 발휘해온 수순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주홍날개꽃매미는 심각한 생태교란종이 맞을지도 모른다. 사실이 그렇다면 퇴치작업을 벌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기자의 눈에 더욱 우려스러운 교란은 사실관계를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반응과 행동이다.

우리는 UN의 지적대로 '순혈주의'라는 망상에 사로잡혀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도 당장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면 슬그머니 받아들이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가. 소위 외래종 동식물들, 나아가 체류외국인마저 그로 인해 적절치 못한(과소와 과대의 양면에서) 대우를 받고 있지는 않은가. 또한 인간의 짧은 머리로 대자연을 멋대로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홍날개꽃매미라는 낯선 곤충을 앞에 두고 떠오르는 많은 물음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주홍날개꽃매미 #외래종 #생태주의 #환경 #순혈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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