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이미지 인상적... 그러나 이명박 찍을 것"

[현장] '대선후보' 문국현?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등록 2007.08.30 10:19수정 2007.08.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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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유명하고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알고 있었어요. 사회사업 분야에서 진두지휘 하는 모습과 깨끗한 이미지가 인상 깊었죠. 다른 (범여권 대선후보)분들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대통령으로는 이명박을 뽑겠어요."

심수홍(24·세종대 호텔관광경영 4학년)씨는 문국현 후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업인은 OK, 대선후보는 NO"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지난 29일 세종대학교 소극장에서 명예 환경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후 4시에 시작된 학위 수여식은 한 시간 조금 넘게 진행됐다. 행사엔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양승규 세종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 및 교수, 학생 등 150여명 가량이 참석했다. 행사 중간에는 40분 정도 문국현 후보의 특강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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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세종대학교 소극장에서 문국현 후보의 명예 환경학 박사 학위 수여식이 열렸다. ⓒ 이병기


권오빈(23·전자공학과 4학년)씨는 "솔직히 (문 후보에 대해) 잘 몰랐다, 기업인이 경영과 더불어 환경까지 함께 생각한다는 점에서 강연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대선 후보는 이명박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는 경제적 감이 출중해서 (서울 시장 시절) 여러 사업을 잘 운영했다, 이 후보는 언론을 통해 자주 접했지만 문 후보는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문 후보의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해도 아직 많은 대학생들은 '유한킴벌리 사장 문국현'으로만 알고 있을 뿐 '대선후보 문국현'은 그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김혜림(22·지구환경과학과 2학년)씨도 "유한킴벌리 사장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찍을 마음은 없다, 대선에 나갈 만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한다, 환경 생각하는 건 좋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 문제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대세를 따라 이명박을 찍을 예정이다"고 했다.

강민경(20·사회과학부 2학년)씨는 "기업인임에도 푸른 사업을 하는 면이 좋았다, '녹색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하지만 대선 후보로는 김두관씨가 깨끗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를 뽑을 것이다"고 말했다.

식이 시작된 후 박재승 세종대 신임 이사장은 축사에서 "(박사학위 수여를) 대선 출마 때문에 갑자기 정한 것은 아니며, 지난 3월부터 환경학 박사를 수여를 계획했다"며 "그는 개혁가이자 환경운동가다, 이 점에서 다른 기업인과 확연히 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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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규 세종대 총장이 문 후보에게 학위 수여를 하고 있다. ⓒ 이병기


다음으로 축사를 낭독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제가 받는 것도 아닌데 떨린다"며 "범인 문국현 형이 학위를 받는 것은 환경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업적이 모여 이뤄진 일"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문 후보는) 나보다 일주일 먼저 태어났다"며 "다른 것은 다 따라잡을 수 있는데 생일이 빠른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썩은 생선이 멀쩡한 생선 감염시키지 말아야"

축사가 끝나고 문 후보의 특강이 이어졌다.

문 후보는 "24년 전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꿈이었는데, 이제 이렇게 좋은 학교에서 상을 받게 됐다"며 "이제까지 함께했던 임직원, 시민운동가, 최열 대표께 감사드린다"는 서두로 강연을 시작했다.

문 후보는 "1983년도에 3가지의 목표를 세우고 시작했다"며 "첫째는 반부패 운동, 둘째 평생학습을 통한 일자리 창출, 끝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꿈들이 저를 이 자리에 오게 만들었다"며 "학생 시절에는 상상할 수 있을 때 많이 상상하고, 꿈을 꾸고 싶을 때 많이 꿔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지난 7월 한국사람인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전 세계 기업인을 모아놓고 발표한 제네바 선언을 우리나라에선 왜 아무도 공표하지 않았나"며 "경제적 이익 때문에 정보를 차단하고 국제사회에서 봉쇄시키는 그룹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생들은 기업이 크다고 봐주고, 우러러보거나 따라가서도 안 된다"며 "일자리를 늘리고, 약자를 배려하며, 깨끗하고, 국제 사회의 모범이 되며,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특강은 북한 환경문제 지원 사업 및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황사 방지 운동 등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들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산업재해 문제와 대구 봉제 디자인 산업 실태 등 환경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문 후보는 "썩은 생선이 멀쩡한 생선을 감염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2008년의 기회를 놓치면 환경 파괴와 경제 만능주의, 부동산 토지개발 중심의 사회가 된다"며 "올바른 선택을 해서 혼 있는 경제, 청렴하고 따뜻한 경영을 추구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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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과 함께 참석한 문국현 대선 후보. ⓒ 이병기


강연 후 반응 긍정적... "정치인으로서 카리스마는 부족하지만..."

수여식이 끝난 후 문 후보에 대한 학생들의 호감도가 처음에 비해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몇몇 학생이 멀리서 연회장으로 가는 문 후보의 뒷모습을 호기심 섞인 눈으로 바라보거나, 전화기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최영훈(23·역사학과 4학년)씨는 "대한민국의 경제와 환경을 학생들에게 알리려고 한 것 같다"고 말하고 "처음에는 이명박에 관심이 많았지만 저 분도 (일반 정치인과는) 조금 다르게 투명한 경영인으로 보여 (대선 후보로)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최인환(26·경영학과 4학년)씨는 "평소에 존경하는 분이다, 자랑스럽고 이번을 계기로 대선 정국에서 선전했으면 좋겠다"며 "정치인으로서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하지만 곧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세계는 21세기의 새로운 체제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은 20세기에 머물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귀를 열어 국제사회에서 뒤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꿈을 꾸고 노력하는 사람들만이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충고했다.
#문국현 #세종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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