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 시력이 떨어졌다면

[닥터메신저] 한길안과병원 손준홍 진료부장

등록 2007.08.30 21:09수정 2007.08.31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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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부모님들은 자신의 몸에 생긴 '이상'을 잘 말하지 않는다. 그냥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변화로 받아들이고, 고통을 참아 넘기기 일쑤다.

그런데 눈에도 '중풍'이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바로 '망막정맥폐쇄증'이라 불리는 질병이다. 말 그대로 눈의 망막에 있는 정맥이 막혀 시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심하면 실명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손준홍 한길안과병원 진료부장은 "망막 정맥 폐쇄증은 50∼60대 이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라며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심한 원시, 정맥염, 녹내장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 발병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물론 중요한 것은 치료시기다. 손 부장은 "혈관이 폐쇄된 위치나 정도에 따라 시력이 80∼90%까지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가 늦으면 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언제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50∼60세 이상으로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면서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권하는 손준홍 진료부장의 '대답' 전문이다.

"건강한 중년 남녀가 중풍(뇌졸중), 즉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된다.

눈에서도 종종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의 혈관이 막혀 시력이 떨어지거나 시야의 반이 가려지고, 때론 눈앞에 어른거리는 물체가 보이기도 한다. 증세가 가벼우면 자연 치유되기도 하지만 합병증이 발생하면 실명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하는 눈의 망막에는 많은 혈관이 분포해 있는데, 크게 4개의 동맥과 정맥이 혈액을 공급하고 순환시킨다. 망막 혈관이 폐쇄되는 증상은 망막동맥 또는 망막정맥이 막히는 두 종류가 있다. 그 중 눈 중풍이라 불리는 '망막 정맥 폐쇄증'은 50∼60대 이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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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혈관 폐쇄증 ⓒ hangileye.co.kr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동맥 혈관이 굳으면 이 동맥과 교차하는 정맥이 막히면서 망막에 출혈, 붓기, 신생혈관 발생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심한 원시, 정맥염, 녹내장 등의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망막은 일종의 신경조직이기 때문에 약 2시간 이상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 영구적으로 기능이 상실된다. 따라서 중풍을 앓고 신체 일부에 마비가 오면 회복이 어려운 것처럼, 한 번 망막정맥이 폐쇄되고 나면 시력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

혈관이 폐쇄된 위치나 정도에 따라 시력이 80-90%까지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가 늦으면 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50∼60세 이상으로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면서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 보이면 즉시 정밀안저검사를 받도록 한다.

치료법에는 약물요법과 레이저치료, 유리체강내 주사요법, 유리체 망막수술 등이 있다. 망막정맥폐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과 치료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의 치료와 관리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질환들이 망막정맥폐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갑작스런 혈압상승이나 과로, 기온의 급격한 변화 등도 눈 중풍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철저한 성인병 치료 및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관성 질환으로 당뇨병 다음으로 많아"

- 망막 정맥이 막히면 시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당연히 피가 들어가지 못하니까 바깥으로 터져 나오게 된다. 그럼 정맥 담당 부분에 출혈, 부종이 생기고, 신경 자체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긴다. 그럼 변화가 생긴 부분은 당연히 안 보이게 된다. 더구나 막힌 부위가 눈 중심부였을 때는 시력이 굉장히 많이 떨어진다."

- 망막 혈관이 막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얇은 망막에 혈관들이 분포한다. 동맥과 정맥이 같이 있다. 서로 교차되는 부분이 있는데, 동맥경화라든지 고혈압의 경우 동맥이 단단해진다. 그럼 압력이 강해지기 마련인 동맥에 정맥이 눌리게 된다. 그래서 정맥이 막히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 눈에 중풍이 잘 나타나는 이유는 좁은 공간에서 동맥과 정맥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여유 공간이 별로 없다."

-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면서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이 보이면 망막정맥폐쇄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있나?
"사실 증상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시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망막 정맥 폐쇄가 눈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을 때는 본인도 잘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중심부를 침범한 경우는 시력이 떨어진다. 중심부에서 멀리 있는 경우도 혈액 순환이 안 되는 증상은 계속되므로 2차 출혈이 나올 수 있다."

- 그럼 보통 발병 연령대가 높을 것 같다.
"보통 나이 드신 분들한테 나타난다. 혈관성 질환으로는 당뇨병 다음으로 많은 질병이다."

- 보통 부모님들은 자신의 몸에 생긴 이상을 잘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딱히….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 갑작스럽게 시력이 저하될 때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연세가 있고 혈압이 좀 높은 경우 그리고 녹내장이 있거나 심한 원시일 때는 관심이 필요하다. 백내장과는 관계가 없다."

- 예방법은?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평소 고혈압이나 성인병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치료가 망막정맥폐쇄증 발병을 줄일 수 있다." / 이정환
#망막혈관 폐쇄증 #시력 #부모 #안과 #한길안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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