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두바이면세점 명품쇼핑 '사실무근'

등록 2007.09.04 10:45수정 2007.09.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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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 19명이 1일 두바이를 떠나면서 두바이국제공항의 면세점에서 쇼핑을 했다는 인터넷 상의 논란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괴소문은 네티즌들이 2일 오전 인천공항에 입국하는 이들의 사진을 면밀히 관찰한 뒤 `두바이 쇼핑몰에서 명품을 쇼핑한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인터넷 공간에 순식간에 퍼져 사실처럼 굳어졌다.

 

일부 네티즌이 주장하는 `명품 쇼핑설'의 근거는 대체로 3가지다. 이들이 하나씩 들고 있는 남색 바탕에 노란 아랍식 무늬가 있는 종이 쇼핑백이 두바이 면세점에서 사용되는 것이며 한 남성 피랍자가 들고 있는 비닐봉투의 상표가 두바이에서 아주 비싸게 팔리는 신발매장이라는 것이다.

 

또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인질이 옷 앞에 명품으로 보이는 선글라스를 걸쳤는데 이 또한 두바이에서 산 명품이라는 소문이 그 실체다.

 

하지만 아랍식 무늬의 종이 쇼핑백은 이들이 전원 석방된 지난달 31일 카불 주재 한국 대사관이 이들의 소지품을 담으라고 현지에서 일률적으로 지급한 것이다. 대사관은 이들 피랍자에게 입기 편한 후드 점퍼와 트레이닝복을 제공했고 피랍자들은 이 문제의 쇼핑백에 자신이 피랍기간 입었던 옷가지 등을 집어넣었다.

 

일부 네티즌은 이 가방에 같은 파란색 `태그'가 붙은 것을 두고 면세점에서 쇼핑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태그는 이들이 지난달 31일 카불에서 두바이로 이동할 때 타고 온 유엔 특별기의 수화물 검사표다.

 

또 한 남성 피랍자가 든 비닐봉투는 `SHOE MARK'라는 신발매장의 상표가 찍혔는데 이 매장은 두바이 면세점엔 없고 두바이 시내 중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에 입점한 신발 브랜드다. 이 매장에서 파는 신발의 가격은 3만∼5만원 정도다.

 

게다가 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비닐봉투 안에 대사관이 지급했던 노란 아랍식 무늬 쇼핑백이 희미하게 비치는 데 이것으로 미뤄 이 남성인질이 신발을 산 게 아니라 쇼핑백의 줄이 끊어지자 임시로 누군가가 구해 준 이 봉투에 쇼핑백을 통째로 담았을 가능성이 높다.

 

네티즌들이 주장하는 여성 인질의 명품 선글라스는 지난달 31일 석방 뒤 카불의 호텔에서 찍힌 피랍자의 사진을 보면 해답이 나온다. 이 여성은 당시에도 앞 가슴에 같은 선글라스를 걸쳤는데 이 사진에서 선글라스는 물론 시계까지 차고 있다. 따라서 이 선글라스는 일부 네티즌의 주장처럼 두바이에서 산 물건이 아니다.

 

피랍자들이 5∼6개 조로 나뉘면서 다양한 성향의 탈레반에 억류됐는데 어느 탈레반은 소지품을 모조리 빼앗았는가 하면 다른 쪽은 개인 소지품은 어느 정도 인질이 보관하도록 허용했다는 게 카불 협상팀의 설명이다.

 

일부 네티즌은 또 인질들이 어느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면서 기뻐하는 사진을 보고 `고급 호텔에서 뷔페를 먹으며 즐거워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이 사진은 1일 두바이 시내 한 한국식당에서 촬영된 것이다.

 

이들을 한국행 비행편 탑승구까지 인도했다는 정부 관계자는 "1일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탑승시간에 빠듯하게 공항에 갔다"며 "여유롭게 공항 내 면세점에서 쇼핑을 할 시간은 물론 돈도 없었다"고 말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7.09.04 10:45 ⓒ 2007 OhmyNews
#아프간 #인질 #명품쇼핑 #두바이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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