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안성 만나 서울서 일 내부렀네"

전주 '우듬지' 극단과 안성 '문화기획마당', 소현세자의 <화>를 터뜨리다

등록 2007.09.06 09:38수정 2007.09.06 15:32
0
원고료로 응원
"이 연극을 보게 되면 한마디로 속 터져 죽습니다."

극단 '재인촌 우듬지(대표 김영오 연출·작)'가 직접 만들고 직접 공연하는 시대극 <화, 그것은 火 또는 花>란 작품을 한마디로 축약해서 말하는 김진상 기획실장(안성 문화기획마당)의 표현대로 그 작품은 정말 속 터지는 스토리다. 그 시대 권력의 중심이었던 인조가 아들 소현세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비정함을 다루며 '권력과 천륜과의 역학관계'를 생생하게 드러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분노를 끌어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a

김진상 실장 안성에서 5년째 문화기획마당을 이끌며, 안성 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고자 힘써왔던 김진상 기획실장은 이번엔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한다. ⓒ 송상호


그렇다고 시대극이라 무겁기만 하느냐. 결코 그렇지 않다. 전반부부터 등장하는 인조와 귀인 조씨의 스캔들은 보는 이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신하들의 등살에 못이긴 역대 조선 왕들의 무기력한 실상을 적나라하면서도 재미있게 드러내 놓는다.

이런 시대극이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만남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칠월 칠석에 오작교를 통해 견우와 직녀가 만나야 역사가 이루어지듯 그들은 기어코 소현세자의 '화'로 만나고야 말았던 것. 각자 다른 지방에서 서로 잘 모르고 지내왔던 극단과 문화기획실이 운명적으로 만났다. 서로의 추구하는 모티브가 맞아 떨어져 그들로 하여금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한 것이다.

그들의 공통된 모티브는 역사적 승자에 의해서 각색되고 곡해된 역사적 진실을 찾아 세상에 알리는 것,  그리고 대중매체와 교과서 등으로 인해 심하게 뒤틀려 있는 역사적 사건을 바로잡는 것, 그러다보니 역사 속에서 잊혀져간 인물들 중 그 시대에서 선각자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을 이 시대에 다시 살리는 것 등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했던가. 안성의 뜻과 전주의 뜻이 만나 일을 제대로 낸 것이 이번에 준비된 공연이다.

a

소현세자와 인조 소현세자는 시대를 앞서갔지만, 아버지 인조로부터 죽임을 당한 시대의 비운아였다. 장면은 극중에서 인조와 귀빈 조씨가 놀아나는 것을 비장하게 쳐다보는 소현세자를 그리고 있다. ⓒ 문화기획마당 제공


"전주와 안성이 만나서 이번에 뭔 일 내것네유?"
"그려요. 일을 치러도 단단히 치루 것어요잉."

그렇다. 조짐이 심상찮다. 일을 내도 뭔가 단단히 큰일 낼 작품이다. 이 연극은 일반 사람들이 영조와 사이에서 벌어진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은 잘 알지만, 인조와 소현세자의 비운의 스토리는 잘 모른다는 것을 오히려 역이용한 신선한 작품이다.  거기다가 극단 우듬지의 실력까지 어우러져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극단 '재인촌 우듬지'는 한마디로 세련된 극단입니다. 지방에 있으면서도 연극 수준은 내로라하는 중앙 극단들과 어깨를 겨루기에 전혀 손색없는 극단이죠.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전업 연극 팀을 갖추고서 항상 유료 공연을 해왔던 전적이 그들의 실력을 잘 말해줍니다."

우듬지를 만나 흥행을 예감한다는 김 실장은 "요즘 대학로 공연은 창작극도 귀하지만, 시대극은 더 귀한 추세죠. 이 작품은 창작 시대극이니 두말해서 무엇 하겠습니까"라고 힘주어 말하며 자신의 선택에 힘을 보탠다. 

a

김영오 대표 극단 우듬지의 대표 김영오 씨는 전주의 걸출한 여걸이다. 극단의 대표이면서 직접 연극을 제작하고 연출하는 귀재다. 이번 작품도 그녀의 작품이다. 그래서 극단 우듬지가 든든한 기반에 서있는 게 분명하다. ⓒ 문화기획마당 제공

소현세자는 암흑의 조선에서 개화되고 진보된 세상을 꿈꾸다가 정적들의 사주에 의해 인조로부터 죽음을 당하는 억울한 죽음의 주인공으로서 그 시대가 낳은 비운의 아들이었다.

'그렇게도 사랑하던 친자식을 왜 죽였느냐?'고 외치는 그의 부르짖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이래저래 치어서 답답함과 분노가 가득 쌓인 우리들의 가슴을 밑바닥에서부터 끌어 올릴 게 확실하다.

시대를 앞서 갔지만, 그 시대가 감당할 수 없었던 비운의 한 왕자를 통해 우리 시대 민중들의 '火'를 '花'로 승화시켜 카타르시스를 책임질 게 분명하다. 눈물과 감동과 분노와 재미와 경쾌함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이제 겨울로 가는 사색의 계절 가을에 수작 <화, 그것은 火 또는 花>를 한번 만나서 속 한 번 제대로 터져보자. 이래저래 맺힌 우리의 응어리를 한 번 풀어내보자. 그리고 이 시대에 부활한 소현세자처럼 우리도 부활이란 거 한 번 해보기로 하자.

덧붙이는 글 | * 이 인터뷰는 지난 5일 안성 문화기획마당(http://www.madang.in/ 031-671-0247) 사무실에서 김진상 실장과 이루어졌습니다.

* [공연 안내]

제목 : '화, 그것은 火 또는 花'
공연일시 : 2007.10.5~28(평일 8시, 토 4시와 7시, 일 4시)
공연장소 : 대학로 단막극장(서울시 혜화동)
극단 : 재인촌 우듬지(6편의 창작 작품을 공연했던 전적의 극단)
공연문의 :019-9005-8287, 02-3675-0247
작품까페 : http://cafe.naver.com/madangin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5일 안성 문화기획마당(http://www.madang.in/ 031-671-0247) 사무실에서 김진상 실장과 이루어졌습니다.

* [공연 안내]

제목 : '화, 그것은 火 또는 花'
공연일시 : 2007.10.5~28(평일 8시, 토 4시와 7시, 일 4시)
공연장소 : 대학로 단막극장(서울시 혜화동)
극단 : 재인촌 우듬지(6편의 창작 작품을 공연했던 전적의 극단)
공연문의 :019-9005-8287, 02-3675-0247
작품까페 : http://cafe.naver.com/madangin
#화 #소현세자 #인종차별 #문석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