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강권하는 사회, 과연 옳은 것인가?

부부, 연인들의 문제 공공연화, 둘이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등록 2007.09.17 20:15수정 2007.09.1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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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넌도허티가 이별 중재자로 나와 연인들의 이별을 도와주는 <브레이크 업> ⓒ 온스타일




섹시 스타 샤론스톤은 이혼 후 이런 명언을 남겼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습니다. 다만 아름답게 사랑한 후에는 좋은 추억이 남습니다.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사랑에 감사합니다."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고 알려진 그녀는 두뇌에 걸맞은 명언을 남긴 듯싶다. 그녀의 말대로 이별은 아름답지 않다. 다만 좋은 추억이 있기에 아름답게 간직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왠지 모르게 이별을 강권하는 사회인 듯싶다.

사랑보다 이별이 더 어려운 법

사실 사랑하는 연인 혹은 아내, 남편이 10년이 흘러도 멋지고 사랑스러울 수만은 없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실에서 사랑만으로 먹고 살 수 없음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이처럼 만나다 보면, 살다보면 슬슬 상대가 지겨워질 때가 있다. 살짝 튀어나온 아랫배가 사랑스럽더니 어느새 쿡 찌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고, 음식 안 가리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 이젠 돼지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연애기간에 벌어진다면,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결혼이라도 했으면 대략 난감하다. 그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시작보다 끝이 어렵다고. 1년이란 시간을 만나 연애를 끝맺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혼은 오죽하겠는가.


아마도 이별을 먼저 통보하는 사람은 원인 제공자로서의 죄책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먼저 이별을 통보하면 그 사람에게 왠지 미안해지고, 내가 나쁜 놈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헤어질 때 쿨하지 못하게 끝을 낼까봐 걱정이 앞서는 등. 그래서 모두들 이별이란 단어를 쉽게 내뱉지 못하고 둘이 행복하지 않음에도 누가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몇 년이 흐르는 것은 눈 깜짝 할 사이다.

이별하고 싶을 땐, 섀넌 도허티를 불러주세요!

사랑도, 이별도 둘이서 해결하고, 고민하면 안 되는 문제인가? ⓒ KBS


그래서 누군가가 중재를 해주거나, 그러한 질질 끄는 관계를 말끔하게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 때도 있다. 사실 이별할 때가 되었는데 이별하지 못하고 질질 끄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람을 미국에서는 TV리얼프로그램이 대신 해결해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브랜다로 인기를 끌던 <베버리힐즈 아이들>의 섀넌도허티가 이별해결사로 나선 <섀넌도허티의 브레이크 업>이 바로 그것.

국내에서는 청순하고 어여쁜 여고생의 이미지로 기억에 남아 있지만, 미국에서는 '린지 로한'에 버금가는 악동이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서 똑부러지게 연인의 이별을 도와주는 모습이 사뭇 낯설지만 그녀의 조언은 상당히 수준급이다.

아마도 이혼 두 번에, 한 번의 파혼 등의 경력을 지닌 그녀이기에, 경험상 느낌이나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싶다. 비록 출연자들은 그녀의 조언과 이별 통보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그녀는 속시원한 이별을 이끌어 낸다.

그래서 이별을 도와주는 섀넌은 이별 컨설팅 혹은 중재자라는 특별한 직업을 탄생시킬 만큼 독특하다. 특히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국내에 아직은 이별을 도와주는 단계에 까지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신선하다. 현재 온스타일에서 리얼프로그램으로 방송되고 있으니, 좀 있으면 부부의 이혼 문제가 아닌 이별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섀넌은 이 프로그램에서 위기에 봉착한 연인들이 이별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그들을 대신해 상대에게 이별을 통보해준다. 방송에서는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남자와 이별을 하고자 의뢰하는 여성을 대신해 문제점들을 요목조목 짚어주고, 냉정하게 ‘브레이크 업’을 외친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인들을 보면 정말 이별을 해야 옳은 사람들만 출연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잔인하다. 당혹스러워하는 이별을 통보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저렇게 공개적으로까지 이별을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도, 이별도 둘이서만 하세요~

사랑은 둘이 서로 합의하에, 눈이 맞아 시작한다. 그런데 이별은 왜 남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가? 이별도 둘이서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그것이 비록 시간을 질질 끌고, 죄책감 때문에 미룬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게다가 방송에서는 비디오 화면으로 이별을 고한다. 생각해 보면 좋았던 날도 분명 있을 터인데 그렇게 차갑게 이별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 물론 질질 끌고 헤어지네, 아니네 신경전을 벌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누군가가 도움을 주고 중재에 나서며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은 어디까지나 둘이서 교감하는 소중한 행위이다. 그런데 이별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섀넌을 찾는 일은 무엇이냐는 말이다.

그것은 그동안 진심으로 다해 사랑하던 사람에 대한 예의범절이 어긋난 인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별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한다는 자체는 이미 그러한 일이 당연시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별 보다 화해와 용서를, 4주 후에 뵙겠습니다!

갈등을 화해와 용서하라며 권장하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 KBS


물론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이별을 컨설팅 해주는 프로그램은 없지만 부부의 이혼문제부터, 성관계까지 그러한 갈등을 풀어주는 프로그램들이 최근 들어 케이블 채널 위주로 범람하고 있다.

가령 스타일온에서 방영하는 <이경실의 스토리쇼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는 부부의 성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며 벌금을 부과하는 형식을 취하며, 둘만의 영역이 이제 공공연하게 이야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것이 옳은 일일까, 반문하고 싶다.

이러한 측면에서 8년이란 세월동안 400회를 맞이하며 장수한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오히려 부부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프로그램들 보다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도 오랜 시간동안 방영하다 보니 적잖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이야기에 불륜이 등장하는데,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이야깃거리가 종종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 극화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사랑했던 시절을 잊어먹고 현실 때문에,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안타까운 이별을 한다. 그걸 보면서 시청자들은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사실상 조금만 참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보였다면 조금 더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안타까움이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인기요인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주변부 혹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한다.

신구의 "4주 후에 뵙겠습니다!"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들에게 중재위원들이 상황을 들어보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사실상 금기시되던 부부의 문제를 표면화하면서 그러한 위기와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제시한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장수비결로 꼽히기도 한다.

즉 <섀넌도허티의 브레이크 업>과는 다르다. 이별을 도와주기 보다는 그러한 갈등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러한 둘만의 문제가 공공연화 될 것이라면 적어도 이별을 막아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이며, 요즘 들어서 나오는 이러한 류의 프로그램들은 한 번쯤 자성하고 되돌아보며 어떠한 기능을 가져야만 옳은 것인지 충분히 생각해 보고 제작해야 할 것이다.
#이별 #리얼프로그램 #부부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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