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도 집중 못하던 아이들, 1년 만에 달라져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아름다워

등록 2007.10.26 18:56수정 2007.10.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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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 ⓒ 정기상

"야 ! 선생님 오신다."


성민이의 고함 소리에 교실이 한바탕 소란으로 넘쳐난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교실은 조용해진다. 언제 그렇게 떠들었는지,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어린이들도 이제는 모두 다 안다. 교실에서 천방지축으로 뛰는 소리가 먼 곳까지 다 들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불호령이 언제 떨어질 것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감회가 새로워진다. 처음 2학년이 되었을 때와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1학년을 마치고 갓 2학년이 되었을 때에는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선생님이란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앞에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였다. 옆 사람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다 하고, 심심풀이로 친구를 건드리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학습 시간에도 질서가 없었다. 7세 아동의 심리적 특성을 보면 3분 이상 집중을 못한다. 한 가지 주제에 몰입, 지속시간이 5분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니 40분 동안 계속되는 수업 시간은 너무 먼 시간이었다. 학습 내용을 아무리 재구성하여 어린이 중심 학습을 전개하여도, 집중이 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린이 지도의 어려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린이들이 사랑스러운 것은 하얀 도화지와 같다는 점이다. 하얀 도화지에는 무슨 그림이든 다 그릴 수 있다. 멋진 과학자를 그릴 수도 있고 세계 인류 평화를 위하는 유엔 사무총장을 그릴 수도 있다. 내일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어린이들마다 독특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의 개성을 살려 주어야 한다. 각각의 성격을 인정하고 격려하려면 혼란이 야기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의 교육 목표 중 하나는 기초 생활 습관 형성이다. 바른 생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준이 있고 필연적으로 통제가 가해져야 한다. 규범을 준수하는 일은 독특한 재능을 존중해주는 일하고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상반되는 가치 기준으로 인해 선생님의 어린이 지도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충동하는 두 가지 가치를 조화시켜야 한다.


재능 계발과 기초 생활 정착을 동시에 달성하기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한 쪽을 강조하게 되면 다른 한쪽이 기울어지게 된다.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교사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지도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 결국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인내와 끈기다. 자유를 갈구하며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의 욕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인내해야 한다. 반대로 기초 생활 질서가 몸에 배일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해서는 끈기를 가져야 한다.


교육은 줄다리기다. 어린이들이 멀어지면 잡아 당겨야 하고 너무 가까이 오면 뒤로 밀쳐내야 한다. 평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의 행동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고 어린이 지도를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않는 끈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린이를 지도하는 선생님이 끈기를 가지고 인내하지 못하면 아름다운 교육은 기대할 수가 없다.


수없이 말하여도 연필마저도 준비해오지 않는 준섭이를 예뻐할 수 있어야 하고 아침 자습을 하지 않고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나연이 또한 사랑하여야 한다. 열다섯 명의 어린이들은 모두가 개성이 뚜렷하다. 저마다 독특한 성품으로 활기가 넘친다. 이런 활기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계속 공급해주는 것이 바로 교사가 해야 할 일이다.


지난 1년 동안 지도한 결과 어린이들의 변화 모습을 본다. 20년 뒤 모습이 교육의 효과를 분명하게 알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3월과 비교함으로서 어린이들이 얼마나 변화하였는지를 비교해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피드백이 이루어져 더욱 더 가르치는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교실에 선생님이 없을 때 천방지축으로 활동하다가, 선생님 오신다는 성민이의 말 한 마디에 조용해지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변화 중의 하나다. 기초 생활 습관이 정착된 것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하게 잡혔다는 생각으로 위로를 삼는다. 비록 선생님이 없을 때에는 천방지축이지만, 교실에서 뛰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교육에 만족은 있을 수 없음을 상기시키면서 내일은 더 발전해 있을 것이란 기대로 어린이들을 바라본다.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2007.10.26 18:5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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