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청자는 <놀러와>에 놀러 못 간다

[TV야 뭐하니?] 지역 MBC의 로컬방송에 일부 시청자들 '불만'

등록 2007.11.01 14:24수정 2011.08.2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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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 ⓒ MBC


지난 여름 서울에서 춘천으로 이사를 온 이중태(35)씨는 얼마 전에야 MBC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가 종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연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놀러와> 출연자를 검색한 덕분이다. 그런데 그는 왜 '멀쩡한' 프로그램이 없어진 줄로만 알았을까?

<놀러와>를 못 보는 '지역' 시청자

이유는 간단하다. 이씨가 사는 춘천에선 <놀러와>를 볼 수 없다. 지역방송에서 중앙방송 프로그램을 끊고 '로컬방송(지역방송)'을 하는 탓이다. 대신 춘천MBC는 2005년 10월부터 같은 시간대에 자체 제작하는 주간 시사프로그램 <시사포커스 동서남북>을 방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몰랐던 이씨. 언젠가부터 <놀러와>가 나오지 않자, 으레 종영했거니 생각한 것이다. 그는 "무심결에 <놀러와>가 안 나와 이상하다곤 생각했지만 설마 (지역방송에서) 자른 거였을 줄은 몰랐다"며 "방영 중이라는 걸 알고 황당했다"고 한다. 이어 그는 "중앙방송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없다니, 왠지 소외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놀러와>는 국민MC 유재석과 김원희의 맛깔스런 진행으로 스타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토크쇼 형식의 예능프로그램. 게스트에 따라 8%대에서 15%대로 시청률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매회 스타들의 발언이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같은 시간대 타 방송 프로그램에 비해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그런데 이처럼 <놀러와>를 보지 못하는 지역은 춘천뿐이 아니다. 지역 MBC 19개 사 중 11개 사가 그 시간대에 춘천MBC처럼 로컬방송을 편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머지 지역 MBC도 수시로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는 실정. 사실상 중앙 MBC의 방송 권역인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놀러와>를 제대로 보긴 어려운 셈이다.

심지어 MBC의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인 <행복주식회사>와 <개그야> 등마저 볼 수 없는 지역도 있다. 대구·부산·전주·포항MBC 등에선 <놀러와> 외에도 <행복주식회사> <개그야> <섹션TV 연예통신>까지 로컬방송 프로그램에 자리를 내주었다.

시청자들의 '항의 글'로 몸살 앓는 지역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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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in'에 <놀러와> 시청과 관련해 올라온 '지역' 시청자들의 질문. ⓒ 화면캡쳐


그러니 지역 시청자들의 불만도 적잖다. 그리고 이런 불만은 각 지역 MBC의 시청자게시판에 계속되는 '항의 글'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주MBC 시청자게시판은 최근 시청자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방송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 지난 9월에만 50여 개의 항의 글이 올라왔을 정도다. <놀러와>나 <행복주식회사> <개그야>를 "시청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조은하씨는 "MBC에 문의했더니 여기에 문의하라고 하더라"면서 "TV에서 볼만한 건 다 안 해줘서 못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동등한 권리를 달라"며 "정규(중앙)방송 해줬다가 안 해줬다, 해주면 해주나 보다 하고 봐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물론 'iMBC'에서 보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MBC의 홈페이지인 iMBC에서 '실시간방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는 지역 시청자들 중 일부는 '궁여지책'으로 iMBC 실시간방송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TV로 시청할 때보다 화질이 떨어지고 매번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르기 마련. 

이에 대해  '꼬우면'이란 누리꾼은 "iMBC 가서 보라고 하면 누가 MBC를 보느냐. 컴퓨터를 사지, TV는 누가 사느냐"며 "다른 시간대 많지 않느냐. 시간대 옮기면 서로 편한 걸 왜 그러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각 지역 MBC에선 평일과 주말 오전에도 로컬방송을 하고 있다. 그런데 <놀러와>나 <행복주식회사> 등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유별난 건, 인기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점과 더불어 '시간대'가 문제라는 방증일 터.  

반면, 지역방송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왜들이러실까'라는 누리꾼은 "다른 지역도 그 시간대(놀러와, 행복주식회사의 방영 시간대)에 자체방송을 하던데 유독 전주가 불만이 많다"며 "이해하고 함께 수용하자"고 피력했다. 이어 "지역민이 로컬방송을 외면하면 중앙방송도 없다"고 당부했다.

방송법 따라 일정 비율 채우려면 '어쩔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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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MBC 시청자게시판. ⓒ 전주MBC


결국, 전주MBC는 지난 10월 25일부터 공지를 띄워 수습에 나섰다. 방송법과 방송위원회의 규칙에 따라 모든 방송사가 일정 비율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과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방송하게 돼 있는데, 지역 MBC는 중앙 MBC로부터 배정받은 일정 시간에 자체 제작 및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할당하고 있다는 내용.

지역 MBC의 입장에선 주어진 일정 시간에 포함되는 <놀러와> 등에 일정 비율 해야 하는 자체 제작·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채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MBC TV편성국 관계자는 <놀러와> 등이 "중앙 MBC에서 정해져 있는 릴레이방송(전국방송)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릴레이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 시간 중 지역 MBC에서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릴레이방송 시간 외에도 외주제작 프로그램 방송 시간엔 로컬방송을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선택의 폭은 더욱 좁은 것. 그래서 불가피하게 로컬방송으로 대체하는 프로그램이 릴레이방송도 외주제작 프로그램도 아닌 <놀러와> 등이라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전주MBC 관계자는 다른 프로그램 시간으로 옮길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특집 프로그램도 있고 평일이나 주말에 드라마를 하지 않으냐"며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다른 지역 MBC에서도 시청자들의 같은 항의에 마찬가지로 원론적인 답변만이 되풀이하는 이유다. 지역방송이 하루아침에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방송과 시청자의 '현실' 사이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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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MBC에서 자체 제작한 인기 프로그램, <좌충우돌 두 남자의 만국유람기>. ⓒ 부산MBC

박정희 부산민언련 운영위원은 "서울에서 인기 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시간엔 지역방송에서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사실"이라며 "지역방송의 노력만으론 안 되고 지역사회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하지만 지역방송에서도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10% 이상 나온다"면서 "(질적으로) 차이를 못 느끼는 VJ물이라던가 지역에 좀 더 밀착된 내용은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컬방송 프로그램 중 지역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도 있다. 지역방송이 강점인 시청자의 참여를 높이고 외주제작·공동제작을 통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인 결과다.

이렇게 수도권에 집중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역방송으로서 지리적·문화적으로 '지역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은 언제나 유의미하다. 공공성·공익성과 더불어 지역방송 본연의 의무니 말이다.

그럼에도 '지역방송의 현실'과 '시청자들의 현실' 사이에 큰 괴리를 보면,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이덕원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덕원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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