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386 봉기론’의 정치적 꼼수

등록 2007.11.01 17:42수정 2007.11.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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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86 이후 세대’의 잃어버린 꿈들을 실현하겠다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여러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그들은 이른바 <디워> 논쟁에서 네티즌의 공격을 386세대에 대한 386 이후의 세대의 반격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개운치 않았다. 386 이후의 세대를 대변하는 이들이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대변하고 타개하려는 노력이 적어도 386 정치인에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배경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이른바 ‘포스트 386세대론’을 통해 세대갈등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정치적 책략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는 지난 8월 25일 자 조선데스크 '포스트 386의 봉기'가 있다. 이 칼럼은 끝에 ‘누가 용인지 이무기인지 12월 19일에 갈린다’고 하면서 ‘개봉박두’라고 했다. 문화적 사안인데 새삼 대선을 이야기하니 비약스럽기 그지없다. <디워> 논쟁을 대선과 연결하니 아연했다.

 

봉기 충돌질은 이 칼럼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2007년 9월 29일 자 시론에는 '포스트 386세대가 움직인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이 칼럼에서도 <디워>를 중심으로 386세대와 이후 세대 사이에는 문화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포스트 386’이 혁명적 세대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엄한 다리 잡고 춤을 추고 있는 격이다. 이러한 담론이 현실에서 2035세대에게 먹혀들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얼마 전 만난 사람들은 이런 <조선일보>식 담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인데, 그것도 386 이후의 세대가 잃어버린 꿈을 찾아 주겠다는 이들의 입에서 포스트 386봉기론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진정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386세대 전체가 대한민국을 집어삼켜 붕괴시키기라도 한 모양이다.

 

386이라는 대상의 과장일 뿐이다. <디워> 논쟁은 꼰대에 대한 공격이라지만, 진중권이 386대표인가? 386세대가 다 진중권스러운가? 애석하게도 논쟁은 영화 자체에 있지 않고 그것을 평가한 담론에 있지 않았다.

 

진중권의 평가 내용이나 말이 아니라 <100분> 토론이나 댓글에 임한 그의 태도에 대한 분노였다. 이른바 '싸가지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논쟁의 핵심은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지 세대의 충돌은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들은 포스트 386 봉기론을 충동질하는 것일까? 그것은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론 분석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2005년 3월 7일자 기사를 통해 통계청 인구 통계를 근거로 앞으로 40년 동안 386 세대와 포스트 386 세대의 인구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80년대 세대까지 합치면 무려 45%라고 보았다. 이는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중앙일보>는 이 때문에 향후 지방선거나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총선 등 각종 정치일정에서도 인구의 45%를 점하는 이들 세대에 대한 구애가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386 세대와 이후 세대의 연대가 비교적 잘 되어 민주개혁세력에서 당선자를 낼 수 있었다. <조선일보>처지에서 2002년 대선에서 벌어진 참패의 반복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젊은 세대 간의 분열이다. ‘포스트 386 봉기론’은 40대와 20~30대의 분열을 추구하고, 386 이외의 세대를 보수우익의 편으로 끌어오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그들에게 <디워> 논쟁은 부차적인 것이다.

 

결국 문화를 정치의 하위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소외되고 배제된 젊은 세대들을 위하는 척 하지만 결국에는 그들의 눈물을 이용할 뿐이다.

 

문화 정치의 계절이 왔는가. 더 이상 포스트 386들을 수단화 하지 말아야 한다. 강요하지 않아도 그들은 12월 19일에 누가 용인지 이무기인지 정확하게 판별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서프라이즈에 실린 글입니다.

2007.11.01 17:42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데일리서프라이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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