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에 '삼성' 수사를 지시해야

등록 2007.11.07 14:01수정 2007.11.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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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이 독립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검찰은 엄연히 국가기관입니다. 그리고 국가대표성을 지닌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대통령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후의 과업으로서, 이미 충분히 개연성이 입증된 삼성그룹과 총수 일가의 불법비리에 대해 대검찰청에 특별수사팀 구성을 지시해 주십시오.

 

대통령께선 언젠가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고 한탄하셨습니다. 그러나 민주국가란 바로 그러한 시장권력이 국민의 삶 전체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시민사회가 감시와 감독권을 가지는 사회를 말합니다.

 

대통령은 그 시민사회의 으뜸이자 대표로서, 국민을 대신하여 시장권력을 통제할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시장권력이 강화되는 세계질서 속에서도, 민주주의가 앞선 나라들은 그러한 시장을 적절히 통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역사적 사례들을 이미 많이 봅니다.

 

게다가 김용철 변호사가 스스로를 고발하는 심정으로 폭로한 이번 삼성의 로비 내막을 보면, 권력이 시장에 넘어가버렸고 돌이킬 수 없다고 포기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삼성은 공권력과 언론권력의 광범위한 비호를 여전히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불법적 로비를 한 것이며, 이는 법과 국민적 정의의 이름으로 차단되고 척결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께선 2005년 MBC 이상호 기자가 삼성 X파일의 실체를 폭로했을 때 이 사건의 본질이 안기부 불법도청문제라고 말씀하심으로써 대단히 중요했던 기회 하나를 예기치 않게 무산시켜버리는 실수를 하셨습니다.

 

물론 국가권력이 도청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더구나 당시는 공권력의 시민에 대한 감시가 아직 자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시기 전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국가공권력의 피위임자인 대통령께서 불법도청을 주목하신 취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도청 못지않게 정경유착과 삼성의 행태 자체도 매우 중대한 본질적 문제였습니다. 도청이 과거의 위협에 대한 국가신뢰문제였다면, 삼성은 미래의 위협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X파일에서 드러난 삼성의 비리는 제대로 수사하여 제대로 처벌했더라면 시장권력을 여전히 민주시민들의 통제하에 둘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논점이 이탈되어 검찰의 책임회피를 가능하게 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삼성의 영향력과 지배력은 감시되지 않은 채로 더더욱 불법적으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이것이 오늘 한 개인의 목숨을 건 폭로가 드러낸 진상입니다. 이번에는 이 기회를 잡아야만 합니다.
 
공권력에 의한 억압과 자본에 의한 억압 가운데 현대 사회에서 더 위험한 것은 분명 자본지배입니다. 선출받지도 않고 통제되지도 않는 권력이 국가기관의 중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런 자본권력의 발호에 참여정부 하의 공권력이 협조했다는 것이 고발의 중요한 내용이 아니겠습니까. 이는 더더욱 다음 정부에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제 차기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대단히 위험스런 보수인물 두 사람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의외로 사람들의 염려가 크지 않습니다. 대통령님 말씀대로 차기 정부라 해도 크게 거꾸로 가지는 못하리라는 기대가 살아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 모든 기대는, 삼성의 비자금이라는 한 마디 앞에 서면 바닥까지 무너지고 맙니다. 수많은 디스토피아 미래소설들이 위협적으로 예고하는 기업지배사회의 도래가 코앞에 있다는 두려운 예감때문입니다.

 

지금 바로 이런 기회에 삼성왕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한국사회의 새출발을 시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단초를 대통령께서 열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서는 검찰의 수사지연을 규탄하고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이 열립니다.

 

이번에 찾아온 기회는 87년 2월 박종철군이 죽음으로써 열었던 기회보다 어쩌면 더 본질적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민간의 타락한 관행이 단죄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선진국 반열에 들 것입니다. 엄정한 수사는 또한 검찰이 과연 검찰권 독립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를 증명할 또 다른 긍정적 열매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저는 삼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 기쁜 마음으로 가진 돈을 털어 삼성의 주식 열주 정도를 사볼까 합니다. 삼성이라는 거대기업이 과거를 극복하고 투명한 기업경영의 대열에 들어선다면 그 주식이 두 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니까요. 삼성에 대한 엄정한 수사의 결과는 대한민국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질 것임을 확신하니까요.


전 노사모 대표일꾼 노혜경 올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동시송고됩니다.

2007.11.07 14:01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동시송고됩니다.
#삼성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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