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훗! <팝툰>이 새로워졌다고?

[인터뷰] 이성욱 편집장이 말하는 달라진 <팝툰>

등록 2007.11.09 14:11수정 2007.11.0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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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툰

ⓒ 팝툰

 

격주간 만화잡지 <팝툰>이 달라졌다. 지난 1일 발행된 <팝툰> 17호는 전혀 새로운 '얼굴'(표지)과 '몸'(콘텐츠)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팝툰>의 중심은 여전히 '스토리 만화'. 여기에 '2030의 세련된 감수성과 스타일'이 더해졌다. 만화계 매체난을 해소하고자 하는 초심은 더욱 강화됐다.

 

"이전 <팝툰>의 콘셉트는 좀 주간지스러웠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가판대에서 팔리는 것이 주요한 포인트였어요. 하지만 실상 그게 여의치 않았고, 그보다는 무크지나 월간지처럼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가판보다는 정기구독자, 서점 중심으로 옮기게 된 거죠."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곧 책을 사서 보는 것으로 연결되리라는 이성욱 편집장은 말처럼 <팝툰>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8개월여만의 변신. 대표적인 것이 콘텐츠의 변화다.

 

감수성을 보듬는 적극적인 만화문화지

 

강경옥의 새 연재 <설희>가 눈에 들어오고, 다수의 전문만화가 보인다. 만화계의 주요한 트렌드인 전문만화에 대한 수요를 적절히 반영한 것. 이명석·조주희 콤비가 선보이는 <오로의 카페>는 커피를, 이전 <팬더댄스>의 조경구 작가는 <차이니즈 봉봉클럽>으로 중국 음식을 소재로 한 전문만화를 선보인다. 르네상스 시기 미술과 탐정 미스터리 오묘한 결합을 모토로 한 김태권 작가의 <르네상스 탐정 바사리>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작품의 3분의 1이 종료되고, 절반 이상의 작가들이 교체됐다. "말하기 쉽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작가분들이 말없이 응해"줬다. 표지에서부터 작은 일러스트까지 모두 24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가운데 30% 가량이 증면, 더 두툼해졌다. 현실적인 이유로 책값도 2500원에서 3300원으로 살짝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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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 개편된 격주간 만화잡지 <팝툰>의 최신호(17호) 표지. ⓒ 팝툰

대폭 개편된 격주간 만화잡지 <팝툰>의 최신호(17호) 표지. ⓒ 팝툰

단행본 혹은 무크지와 비슷한 느낌의 새 <팝툰>은 기획기사와 같은 풍성한 읽을거리에도 주목하고 있다. <팝툰>의 주 독자층은 20~30대. 그들의 기호와 트렌드를 읽어내려고 했고 만화잡지이지만 만화 안에만 파묻히지 않도록 신경 썼다. '그들'의 감수성을 보듬는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만화문화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20~30대는 일에서의 성공, 수입 그리고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이냐가 중요한 관심사죠. 팝툰을 통해 재미는 물론 새 트렌드를 제시하는 역할도 해내고 싶습니다."

 

세대의 대표적인 감성 코드는 아마 '여행'이 아닐까. 17호 곳곳에서도 여행이 묻어난다. 권리의 '카오스모폴리탄'과 같은 소설은 물론 파리·런던·뉴욕 등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들에게서 받아낸 한 장의 일러스트와 짧은 글 형식의 '나우 인 더 시티' 등이 대표적이다. 비단 만화뿐 아니라 그 외연을 넓히자는 뜻에서 마련된 '넥스트 도어 투 코믹스'(Next door to comics)는 옆집 문까지 과감하게 두드리고 있다. 미술 작가들을 돌아보는 코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중심은 '스토리 만화'다. 신인작가들의 반짝반짝한 작품을 발굴하는 일이다. 그것은 본래 <팝툰>이 태어난 이유, 그 책임과 소명을 다하겠다는 결심이다. <팝툰>은 <씨네21>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갈수록 좁아 드는 국내 만화매체 확장을 위해 지난 3월 초에 창간했다. 진흥원은 ‘만화작가 창작활성화 사업’에 따라 창작 기반 마련은 물론 신인만화가를 발굴하기 위해 연간 1억 4천만 원 규모의 원고료를 지원하고 있다.

 

팝툰만화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신인작가들의 활동은 올 연말 혹은 내년 말쯤 시작될 예정이다. 본래 연 2회였던 이 공모전은 1년에 3회 이상으로 늘어날 계획이다. "가능성 많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우리 만화계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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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지연

ⓒ 홍지연

<한겨레> 신문 공채기자 출신으로 타고난 성향대로 문화부에 가장 오래 있었으며 <한겨레21>과 <씨네21> 등에서 15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했다. 잠깐 만화 코너를 담당했지만 사실상 만화 편집은 두 달 전부터 시작된 '팝툰지기'가 처음. 그러나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작품을 보는 눈이라 생각하며 '멋진 팝툰' 만들기에 "목숨을 걸었다".

앞으로 <팝툰>은 매체뿐 아니라 에이전시로서의 역할도 해나갈 전망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한 전방위 작품 발굴을 목표로 한다. 가령, 영화감독이 쓰고 젊은 작가가 그린 작품은 어떨까. 이성욱 편집장은 "두 달 후쯤 영화감독-만화가의 누아르물이 나올 것"이라 귀띔했다. 작품 개발 초기부터 해당 작품이 드라마 혹은 영화의 원작콘텐츠로써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에이전시로서 작가들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미 연재 중인 작품 중에서도 드라마화 하기 적절한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팝툰>은 적극적으로 에이전시 기능도 수행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작가들이 일일이 나서긴 어려운 일이니까요. (작가들에게) 좀더 힘을 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행히 새로운 <팝툰>의 변화에 대해 독자편집위원회를 비롯한 안팎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 편집장은 이 기세를 모아 내년 봄쯤에는 독립된 잡지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키워낼 요량이다. 작가들의 넘쳐나는 에너지가 가장 큰 밑천이 될 것이다.

 

사실 <팝툰>이 만난 작가들은 신인, 기성 가릴 것 없이 하나같이 열정으로 무장돼 있었고, 그런 모습에서 그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흔히 우리 만화계에 대한 비관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과 달리 저는 그들에게서 가능성을 보았어요. 모두 열정에 넘쳐 있었습니다. 드라마와 달리 만화는 한 작품을 내는 데 시간이나 비용 등의 생산비가 그다지 크지 않은데, 이는 대단한 강점이자 기회 요소라 생각합니다. 그 에너지를 잘 살린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전혀 다른 성인만화지를 만드는 일이 결코 녹록지는 않다. 잡지로서의 생명력과 함께 청소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성인독자층 역시 함께 키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팝툰>의 성장은 곧 만화계의 성장과 깊이 연결돼 있다.

 

"성공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독자적 잡지로서 생존가능성을 제시하려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리라 봅니다. 아마도 내년 봄쯤이면 그 확신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1.09 14:11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팝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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