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얼음 언 날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을 거두다

[포토에세이] 옥상텃밭의 월동준비

등록 2007.11.18 17:55수정 2007.11.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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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첫 얼음 올해 서울에 첫 얼음이 얼었다. 얼음을 들고 기뻐하는 막내. ⓒ 김민수


아침에 옥상에 올라가니 첫 얼음이 얼었습니다.

어젯밤 겨울을 재촉하는 비와 바람이 남았던 나뭇잎들을 우수수 떨쳐버리더니만 기어이 겨울이 왔습니다. 얼었던 얼음은 맑은 햇살임에도 불구하고 저녁까지 종일 녹질 않았습니다.

옥상텃밭의 월동준비가 급해졌습니다.

옥상텃밭은 이른 봄부터 온갖 푸성귀를 식탁에 풍성하게 내어놓았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옥상텃밭은 무공해채소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거창한 것 같지만 옥상텃밭을 통해서 자연의 순환도 보고, 작은 생태계를 가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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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옥상의 귤 올해는 해거리를 하느라 많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맛은 기가 막히다. ⓒ 김민수


요즘 옥상 텃밭에는 귤나무와 대파, 상추, 고추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귤은 아까워서 아직 오늘에서야 수확을 해서 첫 시식을 했고, 상추는 어제 식탁에 겉절이를 올리는 것으로 내년을 기약했습니다. 바람 덕분에 서리가 앉지 않았는지 아삭아삭한 풋고추도 어제까지 식탁에 올라왔습니다. 낮은 기온에 자란 상추와 고추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맛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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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을 따니 한 바구니 가득하다. 우리 식구들 먹기에는 충분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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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귤에 얼음을 올려놓아 보았다. 그냥 따 먹어도 시원하다. ⓒ 김민수


귤을 따니 한 바구니 정도 됩니다.

해거리를 했는지 지난해보다 적었습니다만 맛은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귤을 따는데 집 건너편 마켓에서 "귤 한 박스에 2만원!"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값으로 치면 2만원도 안될지 모르겠지만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을 거두었으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더군다나 딴지 30분도 안되는 싱싱하고 맛난 귤을 먹으며 그에 대한 글을 쓰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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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고춧대를 뽑은 후 남아있던 고추를 땄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고추다. ⓒ 김민수


고춧대를 뽑은 후 남아있던 풋고추들을 땄습니다.

작은 것들도 있고 제법 큰 것도 있습니다. 어릴 적 서리가 내리기 전 고춧대를 뽑으면 땄던 고추와 다르지 않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따보는 끝물의 고추입니다. 이것 역시도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고추입니다. 물론 상품가치가 없어서 시장에 나오지 않는 것이지만 이렇게 못 생기고 작은 고추들이 얼마나 맛난지 그 맛을 아는 분들만 아실 겁니다.

작은 고추를 된장을 찍어 한 입에 넣으면 그 풋풋하고 매콤한 아삭한 맛이 얼마나 좋은지 상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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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텃밭 어머님이 대파를 뽑고 계신다. ⓒ 김민수


대파도 풍년입니다.

김장에 쓸 것과 겨우내 먹을 것을 나누어 겨우내 먹을 것은 큰 화분에 담아 흙을 채워 온실에 담아둡니다. 대파는 그 굵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게다가 부들부들해서 김장용으로 딱이라니 참 좋은 소식입니다.

찬바람을 맞으며 코를 훌쩍이며 일을 하는데도 손끝이 시리고 발이 시려옵니다.

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겨울 추위로 인해 더 힘든 삶을 감내해야 할 이웃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망각하고 내 행복에만 취하면 안되겠지요.

사다 먹는 것과 직접 가꿔서 먹는 것을 돈으로 환산해 보면 아마도 거반 차이가 없을 것이고, 어쩌면 손해보는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작은 옥상텃밭이지만 직접 심고 가꾸다보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을 거둘 뿐 아니라 행복이라는 것을 덤으로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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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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