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 멘 황석영 "연합정부 전제로 후보단일화해야"

[박형숙의 대선진맥 25] 교착국면 단일화 협상 돌파구?... DJ·재야·학계도 한목소리

등록 2007.11.22 23:19수정 2007.11.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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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정책연합을 통한 '연합정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삼성 비자금 특검을 위한 대선후보 3자 연석회의'를 시작하기 앞서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 남소연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마지막 비상구'로 정책연합을 통한 연합정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진보개혁진영의 정당들이 공동의 연합정부를 구성하자는 주장이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민주노동당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동영 후보의 한반도 평화 노선, 문국현 후보의 사람 중심 경제 패러다임, 권영길 후보의 양극화 해소론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상상력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연합정부론은 한마디로 정책 연대를 통한 권력 분점이다. 1997년 DJP 연합이 호남과 충청이라는 지역연합의 성격이었다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인물 중심의 통합이었다. 여기에 '2007년판 단일화'는 가치연대의 성격이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공개 토론회를 통해 공통의 가치와 정책을 합의하고, 총리를 포함해 예비내각까지 꾸린다. 그렇게 정책과 내각이 합의되면 마지막 단계로 여론조사나 정치협상을 통해 단일후보를 정하고 대선에 임한다는 수순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이런 정책들과 이런 내각으로 5년 동안 정부를 맡아볼 테니 우리를 찍어 달라"고 호소하겠다는 것.

지지부진한 후보단일화 협상, 급부상하고 있는 연합정부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여의도에서 창작인포럼 주최로 열린 '잃어버린 50년 되찾은 10년'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 남소연


연합정부론은 각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물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냈다.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은 '선단일화 후통합' 입장을 보여 통합신당-민주당 통합에 발목이 잡혀 있는 단일화 협상에 물꼬를 텄다.

이어 정동영-문국현 후보 사이에서 중립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우원식·우상호·이인영 의원 등 초재선 의원 38명은 지난 20일 두 후보를 향해 하루빨리 '연합정부' 구성에 합의하고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때맞춰 '의제 27' 소속 교수들은 정책연대를 할 수 있는 최소 조건으로 7가지 의제를 내놓기도 했다. ▲부패청산을 위한 투명사회 실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균형발전 ▲비정규직 양산체제의 해소 ▲교육혁신 등 사람투자 ▲사회양극화 해소 ▲사회적 대타협 ▲평화공존체제 등이다.

바로 이튿날에는 정상호, 김수진, 안병진, 정대화 교수 등이 참여하는 '연합정부 수립을 위한 국민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대화 교수는 "민주화 이후 사회적 요구의 다양화로 연합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었다"며 "반수구보수, 반부패, 반양극화를 기조로 하는 선거연합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원로와 재야도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최근 백낙청 교수가 "정교하고 효율적인 정치공학을 통해 최대한의 세력 연합을 달성하라"고 촉구하자 소설가 황석영씨는 한발 더 나아가 "연합정부 구성을 전제로 후보대연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잃어버린 50년 되찾은 10년'이라는 주제로 열린 '2007 창작인 포럼'에 참석한 황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모임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대선과 관련해 진보진영 문화예술인 집단의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황석영씨가 전날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초대장을 직접 전했다. 이날 모임의 특별강연 연사로 나선 김 전 대통령의 목소리는 한층 더 격앙되었고 표현 수위도 높았다.

"자랑스러운 10년을 만들어 냈다. 보수세력이 지금 지지와 세력을 얻고 있지만 결코 우리가 소신을 가지고 힘을 합쳐서 나간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여론의 조사를 보면 진보와 중도가 70, 80% 지지를 받는다. 우리의 기반은 살아 있다. 오히려 위축되고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기력을 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나.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일어서야 한다"며 "잘못하면 잃어버린 50년으로 되돌리려는 세력이 전쟁의 길로 끌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그 선두에 서서 국민을 인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사가 끝난 뒤 현장에서 황석영씨와 즉석 인터뷰를 진행했다.

"민주노동당 포함 연정을 전제로 선거연합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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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황석영씨 ⓒ 문경미

- 어제 김 전 대통령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오늘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초대 요청을 드렸다. 개인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만난 적이 없다. 1시간 정도 시국 얘기를 나눴다. 단일후보로 합치면 승산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나선 이유는.
"각 정당들이 이른바 후보 단일화를 위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데 지식인들이나 재야도 자기 페이스를 못찾은 것 같다. 각기 조금씩 다른 견해차로 흩어져 있다. 시간이 없지만 다시 헤쳐모여 연정(연합정부)을 전제로 한 선거연합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 논의들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것인가.
"아니다. 오해소지가 있다. 연정을 전제로 한 연합이다."(황석영씨는 후보단일화론은 누가 후보가 되느냐 후보의 축소조정에만 관심을 두는 좁은 개념이라는 점에서 연정을 전제한 후보연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어쨌든 한명의 후보로 대선을 치르자는 것 아닌가. 
"그렇다."

- 우리 정치문화에서 연정을 위한 선거연합은 생소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각 정당이 정책과 지지층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과거처럼 흡수하고 담합하는 결론이 되기 쉽다. 서구의 선진정치를 보면 보수, 진보 양당 체제로 해서 서로 정책대결하면서 국민의 선택을 통해 정권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테면 진보의 경우도 여러 층위가 있지 않나. 독일이나 프랑스도 연정을 자주하는데 중도에서 좌파 정당까지 연정을 시도해 왔다. 우리도 그런 정치적 실험을 해가면서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자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도 포함되나.
"민주노동당의 노동정책도 같은 정권 안에서 논의해 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단일 후보가 탄생할까.
"살려면 해야 하지 않겠나. 나도 정치인들의 표현을 쓰겠다. 정치는 생물 아닌가."

- 이번 대선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100년 근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북미관계의 변화를 통해 동북아시아가 경천동지할 상황이고 한반도의 역사를 변화시킬 계기가 왔는데 일부에서는 햇볕 정책 이전의 대결적 상황으로 돌아가자는 반북적 시각을 갖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한반도 남쪽에 운하나 파겠다고 하는 반역사적, 반현실적 인식을 가진 분들이 있다. 이번 대선은 해방 이후, 민주세력의 정권 교체 이후 겨우 정착된 민주주의가 내용적으로 선진화할 기회다."

- 그런데 보수표는 꿈쩍도 않는다.
"민주화 이후 IMF로 삶이 힘들어졌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 프로젝트가 미진했다. 특히 사람에 소홀했다. 그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모든 사람들이 천대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든 가치가 몰가치하게 되었다. 민주화? 평화? 통일? 웃기지 마라, 시시하다 그렇게 되었다. 사람을 대접하고 인문적 가치를 세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치인 출신 아닌 후보가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말을 했는데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 문국현 후보의 케치플레이즈다. 문 후보를 지지하나.
"(웃음) 나는 세 사람(정동영 문국현 권영길)을 모두 지지한다. 부모식으로 표현하면 손가락 깨물면 다 아픈 손가락이다."

- 3년 반 만에 유럽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앞으로 일정은.
"대연합을 이룰 수 있도록 (대선 기간) 끊임없이 노력할 생각이다."
#후보 단일화 #연합정부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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