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
너는 나의 친구도 아니다
너는 나의 애인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너는 내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항상 생각나는 사람이다
너는 한번도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진짜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별명만 불러주었다
나는 너에게 별명인가
마음 속에 맴도는 진짜 이름을 놓아두고 너의 별명을 불러본다
어느 시인이 한 여인에게 평생 별명만을 불렀듯이
우리는 오랜 시간 후에도 아마 서로 별명을 부를 것이다
너는 나의 무엇인가
언제 너는 나의 이름을 불러줄것인가
나는 언제 별명이 아닌 너의 이름을 부를 것인가
네가 내 이름을 부르고
내가 네 이름을 부를 때
그때쯤엔 아마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을 것이다
그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르고
너는 친구의 이름을 부르듯 나의 이름을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최일화
시작노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김춘수 시인의 꽃을 다시 읽어봅니다. 글을 쓰면서 자꾸 김춘수님의 '꽃'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상은 처음부터 다른 것이었습니다. '꽃' 보다 더 구체적인 사건이 시의 모티브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더 구체적인 공간에 나의 시가 위치해 있으니까요. 그러나 역시 의미가 중첩된다는 혐의를 완전히 벗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07.11.23 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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