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회사' 집단 돌연사에 입다문'이명박

[取중眞담] 한국타이어 사태에 침묵하는 이유를 말해다오

등록 2007.12.15 20:58수정 2007.12.1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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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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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 후보와의 정책협약 체결을 앞두고 환담하고 있다. ⓒ 남소연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 후보와의 정책협약 체결을 앞두고 환담하고 있다. ⓒ 남소연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돌연사 파문과 관련 노동부가 현장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1300여 건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

 

역학조사단은 중간보고를 통해 심혈환자 사망자 7명 중 5명에 대해 직무연관성이 있는 '산재'로 판단했다. 후진국형 산재에 대해 감사원이 노동청 감사에 나섰다. 언론도, 국민들도 혀를 찼다.

 

하지만 유독 조용한 곳이 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다. 정동영 대통합신당, 권영길 민주노동당,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진영 등은 한국타이어 현장을 방문하거나 수차례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노총도 결국 강경한 입장을 밝혀야 했다.

 

반면 한나라당도, 이명박 후보도 초지일관 말이 없다. 그 흔한 당 대변인 논평 한 마디가 없다. 그 많은 소속 국회의원들도 눈만 꿈벅거리고 있다. 감사원까지 나서 노동부를 감사하고 있는 터에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못본 척 하니 이게 웬 일일까?   

 

그 많은 한나라당 의원들 눈만 꿈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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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노동자사망 유가족 대책위원회' 조호영 대표가 13일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 본사 뒷편에서 한국타이어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건치신문> 박은아

'한국타이어 노동자사망 유가족 대책위원회' 조호영 대표가 13일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 본사 뒷편에서 한국타이어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건치신문> 박은아
 

세상엔 크고 작은 일이 많다. 한나라당과 그 후보가 아닌 하느님이고 부처님이라도 오만 잡일에 다 관여할 수 없다. 그래서 노동자 돌연사 파문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돌연사 이유를 놓고 논란이 있던 초입에는 침묵할 수 있다. 냉정하게 결과를 지켜보자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무 연관성을 인정한 조사 결과가 일부 발표되고, 1000여건이 넘는 위법사항이 지적된 뒤에도 말이 없다면 '냉정함'이 아니다. 노동자에 대한 '무시'거나 노골적인 '사업주 편들기'다. 노동자 수십명이 죽어나가는 것은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게 아니라면 말하고 싶지만 잘못을 덮어주기 위한 경우다.

 

이 후보의 노동자를 보는 시선은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이 후보는 현대건설 회장 재직 때(1988년)에는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이 괴한들에게 5일동안 납치됐던 일이 일어났다. 이 후보는 노조위원장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가족들에게 "회사측에서 비공개로 사건을 처리하려 했는데 왜 경찰에 신고했냐"고 힐난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벤처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인도의 한 회사를 방문한 소감과 관련 "회사 종업원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며 '노조'도 만들지 않고 일하는 자부심에 감명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자'를 '종업원'으로 표현하는 인식 수준이니 '종업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만 하다.

 

서울시청에서 같이 사진 찍던 사위가 의심스러운 이유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최근 1년 반 사이 돌연사한 십수명의 노동자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태안 앞바다로 달려가 기름을 걷어내는 것을 보면 사안의 경중은 가릴 줄 아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의심은 자꾸 '사업주 편들기'에 모아진다. 의심할 만한 여지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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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서울시청에서 히딩크 감독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명박 일가. 이명박 후보 옆 사람이 당시 한국타이어 조현범 상무(현 부사장)다. ⓒ 권우성

지난 2002년 서울시청에서 히딩크 감독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명박 일가. 이명박 후보 옆 사람이 당시 한국타이어 조현범 상무(현 부사장)다. ⓒ 권우성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이 후보는 사돈관계다. 한국타이어 조현범 부사장은 이 후보의 사위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2년에 히딩크 감독과 기념 촬영 때 자신의 아들과 당시 한국타이어 상무(현 부사장)로 있던 사위를 대동한 것을 보면 사위사랑도 남 다른 듯 하다.

 

그래서일까? 사돈지간인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지난 7월 제주 강연을 통해 "차기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 되어 달라" "옛날일을 자꾸 들추면 답이 없다"는 발언을 해 이 후보 지지 발언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조 회장의 친동생이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다.  

 

이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는 말을 해 도왔던 사돈과 사돈이 회장으로, 사위가 부사장으로 있는 회사. 그래서 덮어주는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침묵의 주체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묵과하기 어렵다.

 

정치 권력과 재력의 결합인 후진국형 정경유착은 소속 노동자들의 희생과 고통을 배가시키고 경제정의를 해치기 때문이다.

 

사업주 편들기도, 노동자에 대한 무시도 아니라면 왜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한국타이어 집단돌연사 문제에 침묵하나? 왜 노무현 정부의 구멍 뚫린 산업안전정책을 덮어두는가?  궁금하다.

 

제 1야당인 한나라당의 대변인 입을 통해서라도 듣고 싶다. 노동자의 생명을 등한시 하는 후진국형 산업현장과 이를 방치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날선 목소리를. 

2007.12.15 20:58 ⓒ 2007 OhmyNews
#한국타이어 #이명박 #한나라당 #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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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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