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라도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창밖을 바라보면서 떠올리는 생각이다. 겨울이 깊어지고 있는데, 눈 구경을 할 수가 없으니, 기분이 묘하다. 다른 해 같으면 눈이 왔어도 몇 번이나 왔을 터인데, 올해에는 눈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중부 지방에서는 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보았지만, 남부 지방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을씨년스러운 비만 내리고 있을 뿐이다.

  정해년이 여운을 남기고 멀어지고 있다. 하나하나 되살아나는 한 해의 기억들이 나란히 줄을 선다. 가슴 한 구석에 텅 비어 있으니, 허전함을 주체하기 어렵다. 가슴 뿌듯한 일보다는 아쉬운 일들이 더욱 더 많았었다. 좀 더 잘 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만 더 양보하였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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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 하얀 ⓒ 정기상

▲ 서리 하얀 ⓒ 정기상

  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다. 바닥의 모래 위의 서리들이 성성한 채로 빛나고 있었다. 서리로 인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기상이 넘치고 있고 기운이 감지된다. 무기력한 겨울이 아니라 활기가 넘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서리가 내리지 않았을 때에는 아무 의미도 없던 땅바닥이었다. 서리로 인해 새로운 얼굴이 된 것이다.

  서리는 입김을 닮아 있다. 입김은 겨울에만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살아 있어도 나타날 수 없다. 기온이 따뜻함으로 인해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러나 겨울에는 힘을 얻는다. 낮은 기온으로 인해 생생하게 부활하는 것이다. 입김이 뿜어져 나오면 따뜻한 정기를 느낄 수 있다.

  입김은 힘이다.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고 누군가에 힘이 되어줄 수 있다. 견딜 수 없는 추위도 입김을 보면 힘을 낼 수 있다.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고 다시 뛸 수 있게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입김이 뿜어져 나오면 행복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고 입김을 통해 마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로가 될 수 있고 힘이 되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입김은 시각적으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비전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듯이 입김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다.

  내 입에서 나오는 입김도 좋지만 그 것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더욱 더 아름답다. 입김을 통해서 삶의 힘을 얻을 수 있고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리가 내려앉은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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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고 사는 세상 ⓒ 정기상

▲ 돕고 사는 세상 ⓒ 정기상

  [당신덕분입니다.]

  존재하는 나는 나 스스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태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모든 활동이 가능한 것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도움덕분이기 때문이다. 나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살아 있고 숨 쉴 수 있는 것도 모두가 다 다른 사람의 도움 덕분이다. 다른 사람의 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하나하나 되새겨본다. 가족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행복할 수 있었다. 집사람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정이 편안할 수 있었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었기에 언제나 웃음꽃이 피었었다. 나는 가족들이 만들어내는 꿀물을 마시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들인가?
 
  이웃들의 고마움은 또 어떠한가? 이웃이 있었기에 마음을 나눌 수 있었고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이웃이 없었다면 소통은 단절되었을 것이고 그 것으로 인해 느껴야 하는 고독감과 쓸쓸함을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컸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어려움 없이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다 이웃덕분이다.

  직장의 상사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열심히 일할 수 있었고 일을 열심히 하였기에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만약에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행복은 아예 가질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오늘의 행복은 모두 다 동료와 상사들 덕분이 아닌가? 어찌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사회도 마찬가지고 국가도 마찬가지다. 보이지는 않지만 끊을 수 없는 선으로 이어져 있어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치안이 제대로 유지되었기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고 학교가 있었기에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 하나 고맙지 않은 것이 없다. 모두가 당신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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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당신 덕분입니다. ⓒ 정기상

▲ 모두가 당신 덕분입니다. ⓒ 정기상

  땅 위에 내려앉은 서리를 바라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겠다. 도움을 받고도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앞서게 되면 겸손해질 수 있고 겸손해지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관심을 가지게 되면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모두가 당신 덕분입니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