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5년이 힘들게 지나갔습니까?"
노무현 "5년은 좀 길게 느껴졌습니다"

마주앉은 대통령과 당선자... 청와대서 만찬

등록 2007.12.28 21:45수정 2007.12.2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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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저녁 청와대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2신 : 28일 밤 11시 5분]

노무현-이명박 "같이 힘 합쳐서 한미FTA 통과시키자"
28일 밤, 청와대 초청 만찬서 '의기투합'?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8일 저녁 청와대에서 2시간 10분에 걸쳐 만찬을 함께 하며 지난 국정 경험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과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에 따르면, 주로 노 대통령 퇴임 후 귀향 문제, 청와대 생활의 이모저모, 청와대 국정·문서 관리 시스템을 포함한 대통령 업무 인수인계, 부동산.교육 정책 등에 대한 얘기를 화두로 올렸다.

국회에 계류 중인 임대주택법과 4대보험 통합징수법 통과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협조 요청도 있었다. 이 당선자는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두고 "(노 대통령이) 정말 한다고 할 지 몰랐다"며 높이 평가했다.

국정 인수인계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재임 중 2005년부터 전자문서관리시스템과 국정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이관 내지 모관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의 각종 정책과 업무 인수인계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문서를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요구를 의식한 듯, "문서폐기 등은 일체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당선자는 "대통령이 선진시스템을 구축하느라고 애를 많이 썼다"며 "정책 결정 과정이나 변경 과정에 대해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니까, 가능한 것 같다"는 치하도 잊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만찬이 끝날 무렵에도 "대통령이 이렇게 많이 준비를 해줘서 대단히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노 대통령은 "퇴임해서 정치 활동을 할 지 안 할 지 모르겠는데, 퇴임 후에도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정책비판은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직에 대한 권위와 신뢰를 지키는 데는 도움을 드리겠다"며 "필요하면 (내가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후임자가 전임자를 예우하고 잘 모시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만찬 분위기는 "화기애애"(천호선 대변인), "화목하고 유익"(주호영 대변인)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내가 민주당과의 통합에 반대해서 인기가 없어지기도 했지만... " 등의 농담을 건네며 여러차례 웃었다. 노 대통령은 또 만찬 초반에 "조만간 내외 분이 함께 식사하는 기회를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식사는 약간의 회가 포함된 한식이었고, 두 사람은 와인 한잔씩을 주고 받았다.

한편 이날 만찬은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지난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당선자에게 축하 전화를 하면서 이뤄졌다. 그러나 'BBK 특검법'이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만찬에 응하는 것이 자칫 오해를 살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회동 약속을 미뤘다. 전날(27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비로서 양측간 회동 약속이 잡혔다.

다음은 천호선 대변인과 주호영 대변인의 브리핑을 종합한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간 대화록 요지이다.

노무현 "조만간 내외 분이 함께 식사하는 기회를 갖자."
이명박 "노 대통령께서 퇴임 후 김해로 내려가시는 것이냐?"
노무현 "그렇게 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가면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고,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아름다운 전통이 될 것이다."
노무현 "시골마을을 아름답게 꾸며보고 싶다. 농촌이 너무 무질서하게 개발돼 있다. 살기좋은 농촌을 만들고 지역안전네트워크 구축 등에 앞장 설 생각이다. 국민소득이 3-4만불까지 되려면 그만큼 품격을 갖춰야 한다. 내 고향에서 이런 일을 하고 싶다."

이명박 "청와대 생활이 갑갑하지 않냐? 몰래 밖에 나가신 적은 없냐?
노무현 "밖에 나갈려면 나갈 수 있는데,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가기가 어려워 못가는 경우가 많다.지방에 가서 휴식을 취하려고 해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휴가와 외출을 하고 싶어도 재해 등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와 국민에게 끼치는 불편 때문에 자제할 수밖에 없다. 5년 전에 (청와대에) 들어와보니 보기 험한 시설들이 많아 고치고 싶었는데, 초기에 고치면 자신을 위해 고친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서 작년, 올해 많이 고쳤다. 당선인이 생활하기 좋으실 것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국정은 인계 할 것이 별로 없다. 사람도 조직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사람도 조직도 비워줘야해서 인계 할 것이 많다. 2005년 말부터 대비해서 많이 준비했다. 대통령 기록관리법도 만들고 실무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국정관리시스템이 매우 잘 준비되어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고 보안성의 문제도 거의 없다고 본다."

이명박 "디지털 시대에 청와대가 앞장서서 선진 시스템을 구축하느라고 애를 많이 쓰셨다. 정말 잘된 것 같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니, 가능한 것 같다."
노무현 "중점적으로 관리했던 정책에 대해 수행과정을 다 기록하도록 지시하고 공개할 생각이다.부동산과 교육 문제는 그 정책의 역사를 꼭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부동산 정책 40년사', '교육정책 40년사' 책 두권을 만들어 출판을 했다."
이명박 "그 책을 주시면 읽어보겠다."
노무현 "꼭 읽어보시면 매우 도움이 되실 것 같다.... 임대주택법과 4대보험통합법은 시급히 처리했으면 좋겠다. 정파의 이익을 떠나 매우 시급한 법안이다."

이명박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임태희 당선자 비서실장에게 챙기도록 지시함.)
(노 대통령이) 한미FTA를 정말 한다고 할 줄 몰랐다. 정말 잘 하신 것 같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 미국 시장을 먼저 겨냥했다는 것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임기 중에 비준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 나도 한나라당 농촌 지역 의원들을 설득하겠다."
노무현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같이 힘을 합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자."

이명박 "고맙다. 인수인계를 위한 준비를 이렇게 많이 하셨을 줄 몰랐다."
노무현 "퇴임 후에도 당이 다르고 정책 비판은 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직 자체에 대한 권위와 신뢰를 지키는 데는 도움을 드리겠다. 필요하다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겠다."
이명박 "후임자가 전임자를 예우하고 잘 모시는 아름다운 전통을 반드시 만들겠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가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갖기 위해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1신 : 28일 밤 9시 45분]

이명박 "5년이 힘들게 지나갔습니까?"
노무현 "5년은 좀 길게 느껴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마주앉았다. 28일 저녁 청와대 초청 만찬 자리에서다.

이날 이명박 당선자는 주호영 대변인 등과 함께 오후 6시 30분경 청와대 본관 앞에 도착했다. 1층까지 내려와 기다리던 노 대통령은 환한 얼굴로 이 당선자를 맞았고, 이 당선자도 "나와 계시네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백악실로 들어선 노 대통령은 가운데 자리에 앉으면서 "내 마음에는 당선인이 나보다 더 윗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양해를 구했고, 이 당선인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기가 다하셔도 선임자 우대를 하겠다"고 예를 갖췄다.

노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받은 이 당선자는 "5년이 빠르게 지나갔습니까, 힘들게 지나갔습니까"라고 물었고, 노 대통령은 "중간에 다시 가다듬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없으면 5년은 길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이 당선자는 "어려운 시기였으니까요, 격변하는 시기였으니까요"라며 노 대통령을 위로했다.

두 사람은 시종일관 만면에 가벼운 미소를 띤 채 대화를 나눴고, 이날 만찬은 저녁 8시40분경 끝났다. 청와대를 나선 이 당선자는 예고도 없이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차려진 대통령직 인수위 사무실을 둘러본 뒤,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의 대화록.

(오후 6시 29분께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본관 1층으로 나와 서서 이명박 당선자를 기다림. 오후 6시30분께 이명박 당선자가 탄 카니발 차량이 청와대 본관 현관 앞에 도착함. 현관 밖에서 미리 대기 중이던 문재인 비서실장이 이 당선자를 영접. 이 당선자가 현관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노 대통령이 이 당서자를 맞이함.)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당선자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노무현 대통령(이하 호칭 생략) "어서오십시오."
이명박 당선인(이하 호칭 생략) "나와 계시네요."
(이어 두 사람은 가벼운 악수를 나눈 뒤 나란히 서서 본관 중앙 계단을 통해 2층 백악실로 올라감. 올라가면서도 대화를 나눔.)

노무현 "차가 아주 특별하게 생겼네요?"
이명박 "경호실에서 사람을 보내주셔서요."
노무현 "그게 당연하게 하도록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나도 당선되고 나서 바로 그렇게 했습니다."
이명박 "여사님은 잘 계시죠? 인상이 아주 좋으시고..."

(이후 두 사람이 백악실로 들어서 취재진을 향해 악수 포즈를 취하며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눔.)

노무현 "오늘은 업무상 만남이고...내 마음에는 당선인이 나보다 더 윗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아이고 무슨 말씀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근데 의전은 아직 제가 가운데로 돼 있나 봅니다. 다음에 퇴임후에 (청와대에) 오는 일이 있으면 제가 그 자리에..."
이명박 "(웃으며) 임기가 다하셔도 선임자시니까 제가 선임자 우대하겠습니다."

(이어 문재인 비서실장이 임태희 당선자 비서실장과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을 노 대통령에게 인사를 시키자 노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며 인사함.)

노무현 "축하 인사를 빠뜨렸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이명박 "이제 한참 지났습니다. 문재인 실장님이 오셔서 화분까지 보내주시고 해서 그 때 잘 봤습니다."

노무현 "많이 바쁘시죠?"
이명박 "요새는 오히려 좀 시간이 있습니다. 인사 좀 다니고..."
노무현 "나는 당선자 시절에 정신없이 바빴던 기억 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그 때 텔레비전을 보니까 당사앞에서 지지자들이 (두팔을 들어보이며) 막 하던데요."
노무현 "(문재인 실장을 보며) 그게 당사 앞이었죠?"
이명박 "높은데 있으시던데..."
노무현 "지금도 사진을 보면 그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명박 "힘드셨죠?"
노무현 "이전도 힘들고 이후도 힘들고, 그 시간들이 힘들었습니다."
이명박 "(당선자 시절은) 책임이 아무래도 덜하니까요. 5년이 빠르게 지나갔습니까, 힘들게 지나갔습니까?"

노무현 "좀 길게 느껴졌습니다. 중간에 다시 가다듬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없으면 5년은 길게 느껴집니다."
이명박 "시기가 어려운 시기였으니까요, 격변하는 시기였으니까요."

노무현 "4년이 왜 4년인지 모르겠는데 관행처럼 4년입니다. 4년이면 행정이나 절차상의 속도로 봐서 대개 초창기에 시작한 것이 자리가 잡히고 평가를 받을 만한 시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옥신각신 하면서 평가를 받기도 하고, 선거로 심판을 받고 그렇게 되면 몰라도, 새롭게 가다듬고 시작하면 몰라도 중간과정 없이 5년을 가는 것은 매듭이 없어서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정당과의 관계가 그래서...변화무쌍하지 않았습니까. 오늘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 연장안이 통과됐는데 한나라당은 전원 동의인데....아슬아슬하게 통과됐습니다."

(이후 비공개로 식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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