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삐뚤어지게 놀려고 했는데, 웬 코카인?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아프리카 여행 21] 남아공 케이프타운

등록 2008.01.11 09:36수정 2008.01.11 09:36
0
원고료로 응원
a

블라와요 국제공항은 마치 시골의 버스 정류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양철로 지은 간이건물에 남아공으로 가는 국제선 비행기가 경비행기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손님도 20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짐바브웨 사람들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비행기를 탈 형편이 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때문에 정부는 짐바브웨 항공을 비롯한 여러 국영기업의 지원을 끊었다. 얼마 전 짐바브웨 항공은 그 차액을 메우기 위해 국내와 국제노선의 요금을 500%나 인상하였고 어마어마한 요금에 이용객은 급격히 줄어들어 오히려 수입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 조수영


a

국제공항이라 하지만 그 흔한 전광판도, 짐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도 없다. 그러나 포크를 통과시키는 금속탐지기는 있다. ⓒ 조수영


블라와요 국제공항은 양철로 지은 간이창고 같았다. 시설도 열악해서 짐을 부치면 컨베이어 벨트 없이 직원들이 직접 들고 옮겼다. 물론 면세점도 없다. 마지막 남은 짐바브웨 달러를 털어 공항 내 식당에서 점심으로 닭다리를 곁들인 볶음밥을 주문했다.

잠시 후 아직 출발시각이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탑승수속을 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예약한 손님이 다 왔으니 좀 일찍 출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주문을 취소하겠다고 했더니, 종업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걱정 말고 출국장으로 들어가란다.


얼마 후 종업원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음식을 가지고 출국장으로 들어왔다. 먹은 빈 그릇은 의자 아래에 두라더니 가버렸다. 무슨 자장면 배달도 아니고 공항에서 배달서비스까지 하다니…. 수속하면서 여권도 내고 금속탐지기도 통과했는데, 그는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걸까.

어찌 되었던 난생처음 공항에서 배달서비스도 받아보고, 금속탐지기를 통과한 포크로 점심을 먹고, 손님이 다 왔다고 일찍 출발하는 이상한 비행기를 타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후 남아공)으로 향했다.

"볶음밥 시키신 분"... 짐바브에에선 공항에서도 배달 서비스?

a

블라와요 시내에 있는 어느 교회의 예배의식은 매우 열정적이었다. 마치 영화 시스터 액터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노래와 춤은 수준급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기독교 안에도 샤머니즘이 혼합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교회생활과 사회생활과 가정생활과는 별개로 살아가고 있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여러 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있는 이도 있다. 교회는 많은데, 신도들은 많은데, 왜 나라는 점점 어려워지고, 잘못에 빠져 있는가? 과연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까? 나라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어 가는데. ⓒ 조수영


a

하늘에서 내려다본 블라와요 시내. 많은 여행자들은 짐바브웨에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으로 가기 위해 2박 3일의 장거리 버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홍콩-남아공 구간의 표를 사면서 받은 남아공항공(SA)의 할인율을 계산하면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2박3일의 타자라 열차를 비롯해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비용을 줄이자니 몸이 힘들고, 좀 편하게 비행기를 타려고 해도 매일 노선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조수영


케이프타운 국제공항은 지금까지 본 여느 공항과 너무 달랐다. 일단 비자비가 없다. 20달러에서 40달러까지 하던 비자비에서 해방이다. 관광안내서와 공짜 지도는 이번 여행 중에 처음 받아본다.

시내로 들어가려면 공항버스를 타야 하는데 10랜드, 우리 돈으로 1600원 가량이다. 공항을 나서는데 택시 기사들이 호객을 하려고 몰려들었다. 아무리 발전한 남아공이라 해도 삐끼는 있나 보다.


버스가 시내에 들어설 무렵 케이프타운은 어느덧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왼편으로 밝은 조명이 비추는 테이블마운틴이 나타났다.

테이블마운틴은 케이프타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내는 테이블마운틴과 대서양, 사자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양이다. 떡 하니 버티고 앉아있는 사자의 펑퍼짐한 엉덩이가 케이프타운을 푸근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케이프타운의 숙소는 고급호텔들이 있는 워터프론트나 배낭여행자들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롱스트리트 거리에 많이 있다.

롱스트리트 거리에 있는 백베커로 갔다. 배낭여행자들의 거리답게 숙소는 물론 분위기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줄줄이 서 있다. 클럽의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의 진동은 건물 밖에 있는 내 심장까지 흔들고 있었다.

코 삐뚤어지게 놀아보려 했는데... "코카인 할래요?"

a

여행자의 거리, 롱스트리트에서 가장 유명한 마마아프리카. 저녁 8시의 마림바 (Marimba) 공연이 시작될때면 발디딜틈없이 복잡하다. 공연이 끝나면 모두들 무대로 나와서 신나게 춤을 춘다. 바에서 간단한 음료나 맥주를 마실 수 있고, 흥겨운 흑인음악을 즐길 수 있다. 단, 마약을 권하는 사람은 조심할 것... ⓒ 조수영


내일 오전까지는 날씨가 흐리기 때문에 테이블마운틴은 오후에 올라가는 것이 낫다는 숙소주인의 말을 듣는 즉시 클럽으로 향했다. 클럽 마마아프리카는 마림바 연주로 유명한 곳이다.

입장료 10랜드를 내고 들어갔다. 컴컴한 실내는 이미 춤판이 벌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춤을 춘다는 것이 머쓱했는데, 맥주 한 병을 마시고 나니 몸은 이미 춤판에 합류되어 있었다. 어차피 다들 혼자 다니는 여행자이지 않은가.

맥주 한 병을 더 마시니 무대 위에 있는 북을 쳐보고 싶었다. 앉아서 가랑이 사이에 북을 놓고 맨손으로 치는데 박자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손바닥이 따가워서 힘을 제대로 줄 수 없다. 북치는 아저씨의 손바닥이 곰 발바닥 같은 이유를 알겠다.

그 때까진 어차피 내일 오전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오늘 코 삐뚤어지게 놀아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같이 춤을 췄던 백인 남자 아이가 코카인이라며 건넸다. 냄새를 맡으라는 건지 먹으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길로 숙소로 줄행랑. 길거리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이 모두 마약중독자로 보였다. 케이프타운의 첫날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a

케이프타운의 상징 테이블마운틴은 시내 어느 곳에서도 잘 보인다. ⓒ 조수영


360도 돌아가는 케이블카, 줄이 느슨하다고 겁내지 마세요

여행 23일째(1월 24일) 케이프타운의 상징인 테이블마운틴은 시내 어디서든 잘 보였다. 어제 은은한 조명 덕분에 느껴지는 신비함보다 낮에는 웅장한 절벽의 거대함이 먼저 느껴진다. 윗부분이 싹둑 잘려나간 듯한 모양 때문에 '식탁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산이라면 모름지기 산맥으로 이어져 우뚝 솟아있는 모습에 익숙한 우리 눈에는 케이프반도의 끝에 덜렁 솟아있는 식탁을 산이라 부르기에는 좀 뭐하다. 게다가 해발 1085미터로 그리 높은 산이라고 할 수 없지만 바다에서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꽤 높게 느껴진다.

300미터 지점부터는 케이블웨이(보통 케이블카라고 부르는 것)를 타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지만 3시간가량 걸린다.

130랜드, 우리 돈으로 2만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360도 도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케이크모양의 케이블웨이는 타기 전까지 어떻게 360도를 도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몸체와 연결된 줄도 여느 것과 다름없어서 통째로 돈다면 줄이 끊어질 것이다.

a

테이블마운틴에 오르면 케이프타운 시내 전체가 내려다 보인다. 멀리 보이는 로빈섬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18년간이나 투옥되었던 섬이다. 도시 서쪽으로 보이는 언덕은 마치 사자가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봉우리 부분(해발 669m)을 라이온스 헤드, 낮은 부분을 라이온스 룸프(Rump, 엉덩이란 뜻)(해발 350m)라 부른다. 라이온스 룸프는 평일 정오에 대포를 쏘기 때문에 시그널 힐이라고도 부른다. ⓒ 조수영


a

테이블마운틴의 360도 케이블웨이(케이블카). ⓒ 조수영


a

테이블마운틴의 360도 도는 케이블카. 바닥이 통째로 회전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좋은 시야가 확조된다. 65명 정원, 운행시간 정해진바 없음. 그날 날씨에 따라 실시간으로 계속 바뀜. 어른 왕복 115랜드(편도 60랜드), 학생왕복 60 랜드(편도 30랜드). ⓒ 조수영

가장 전망이 좋을 것 같은 절벽을 등진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케이블웨이가 점점 부양하면서 동시에 눈앞의 풍경도 조금씩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이블웨이가 한 바퀴 돌면 항구가 나타나고, 다시 한 바퀴 돌면 사자의 엉덩이가 보였다. 그다음엔 시내가 한눈에 보이더니, 대서양바다가 떠올랐다.

몸체는 그대로 있고 바닥이 돌아 사방을 둘러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래서 어디에서든 좋은 시야를 확보된다.

360도를 돌든 그렇지 않든 케이블웨이의 공통점은 줄이 느슨하다는 것이다.

케이블웨이의 줄이 팽팽하지 않다고 겁먹을 필요가 없다. 팽팽하면 그게 이상한 거다.

양팔을 벌려보면 완전히 일자일 때 가장 힘들다. 아래쪽으로 작용하는 케이블웨이의 무게를 양쪽으로 당겨서 나누려면 반드시 어느 정도의 각이 필요하다.

완전히 팽팽해지려면 양쪽으로 작용해야 하는 힘이 무한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케이블웨이의 줄은 항상 느슨한 거다.

만델라가 탈옥할 수 없었던 것은 상어 때문?

평평한 산 정상에 오르니 시내뿐만 아니라 케이프반도 전체가 보인다. 남쪽으로는 12사도라고 불리는 봉우리가 듬직하게 버티고 있다. 봉우리들은 해안을 끼고 희망봉까지 이어진다.

육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섬이 로빈섬이다. 17세기부터 흑인 노예를 가두는 장소로 사용되었는데,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 1994년 종결) 시절에 18년간이나 투옥되었던 죽음의 섬이다.

파도가 잠잠하면 헤엄을 쳐서라도 육지에 닿을만한 거리인데 탈출할 수 없었던 것은 득실대는 상어떼 때문이었다. 그 상어들이 지금도 심심치 않게 해변으로 다가와 인명피해를 낸다고 한다. 요즘은 간 큰 다이버들이 이 곳의 상어 구경을 하기 위해 일부러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물론 튼튼한 안전장치 안에 숨어서.

a

테이블마운틴 정상. 테이블 마운틴 전망대에 서면 케이프타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서양이 마치 푸른 정원처럼 펼쳐져 있다. 옆쪽으로는 '12사도 봉우리'가 듬직하게 버티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클립톤만, 샌디만, 캠스만, 후트만 등 남아공이 자랑하는 천혜의 비치가 이어진다. ⓒ 조수영


a

버스도 아니고 택시도 아닌 미니버스. 케이프타운 최대의 대중교통수단이다. 정기노선 버스처럼 행선지가 쓰여 있거나 정해져있지 않다. 행선지가 일치하면 타라고 신호를 보낸다. 미니버스만을 위한 승하차장도 있지만 노선은 손님에 따라 항상 바뀐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버스와 택시의 장점 모두를 갖추고 있지만 낡은 차량과 불법개조, 정원을 지키지 않는 등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 조수영


금속탐지기의 원리

금속 탐지기는 전화기를 발명한 미국의 그레이엄 벨이 저격당한 대통령의 몸속에서 총알을 찾고자 발명했다. 비록 벨의 금속 탐지기는 총알을 찾는 데 실패했지만 나중에 지뢰 탐기기로 활용되었다.

금속탐지기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복잡하지만 전기와 자기장과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는 자기장이 만들어지고, 반대로 자기장에 의해서도 전류의 흐름이 생긴다.

휴대용 금속 탐지기 속에는 큰 코일과 작은 코일이 서로 수직인 모양으로 들어있는데, 전원을 켜면 큰 코일에 전류가 흐르고 그 주변에 N극과 S극의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총을 숨긴 테러리스트의 몸을 훑으면 도체인 총에는 이 자기장에 의해 소용돌이 모양의 전류가 흐른다. 총에는 구리도선처럼 전류가 흐르는 길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전류는 금속 안에서 제멋대로 흐른다. 이것을 '맴돌이 전류(eddy current)'라고 부른다.

이번에는 총에 흐르는 맴돌이 전류가 작은 코일에 자기장을 만든다. 자기장의 변화는 스피커로 전해져 삑삑거리는 소리를 내고 테러리스트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테이블마운틴 #남아공 #케이프타운 #케이블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