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고교의 교육현실은 매우 어렵다

[앞으로의 교육이 나아갈 길] 새해 교육현장의 새 바람을 기대하며③

등록 2008.01.04 17:08수정 2008.0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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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새해를 맞아 아이들이 동산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 임재만

▲ 아이들 새해를 맞아 아이들이 동산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 임재만


지금 우리가 냉철히 돌아봐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직업교육'이다. 칠팔 십 년대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했던 산업인력을 키워낸 전문계(실업)고등학교는 이제 정체성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신분상승의 방법으로 대학진학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전문계고등학교의 진학률을 보면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통계는 인문계나 전문계가 모두 대학진학을 목표로 교육을 하고 있는 꼴이다. 사실이 이렇다 보니 직업교육을 목표로 하던 전문계고등학교의 정체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의 교육현실은 전문계고등학교가 인문계고등학교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10년 전에는 인문계 학생들의 진로에 문제가 많다 하여 전문계고등학교로 전환되던 시대가 있었다. 정부도 이런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인문계와 전문계의 비율을 6:4 정도로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십여 년 지난 지금 오로지 대학입시문제에만 매달려 씨름하다보니 관심밖으로 밀려난 직업교육현장은 한계에 부딪혀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


대학입시문제에만 매달리는 동안 '직업교육'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다


다시 말해 사회 전체가 대학입시문제에만 매달리는 동안 직업교육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입시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켜 놓았다. 더구나 직업교육은 시대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육 현안에 밀려 오늘의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결국 정부당국자들이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능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대학입시 못지 않게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시대변화에 맞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지금 직업교육의 첨병인 전문계고등학교의 교육 현실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실습시설은 매우 낙후되어 산업 현장과는 너무 거리가 있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모두 대학진학을 원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전문계학생들은 인문계학교에서 밀려 어쩔 수 없이 들어온 학생들로 대부분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이 대부분이지만 저마다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이들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기의 소질을 개발하여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전문계고등학교를 줄일 것이 아니라 많은 재능 있는 학생들이 전문계학교에 관심을 갖도록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전문계고등학교 내부의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는 정책의 변화와 사회인식의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전문계고등학교를 나와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학생들에게는 경쟁력 있는 기업에서 취업을 보장해주고, 또한 군면제와 같은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대학을 진학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인정받고 살 수 있다는 사회의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참여정부에서는 전문계고등학교를 관련된 정부 부처와 연계하여 적극적인 지원체제를 만들어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 동안 교육부에서 전문계고등학교에 일괄 지원하던 방식을 농업고등학교는 농림수산부에서, 공업고등학교는 산업지원부에서 지원하는 새로운 직업교육체제방식으로 직업교육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 간다. 사실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진학을 포기할 정도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라고 보기엔 미흡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문계고등학교를 들어가도 대학진학 못지 않은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전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학이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올해 출범하는 새 정부는 대학자율을 외치고 있고 그렇게 할 모양이다. 대학 자율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자율에는 책임이 분명히 따라야 한다.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 교육을 비롯한 사회 전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학이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은 과거와 같이 일부 교과에 우수한 인재모집에만 열중하지 말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다양한 잣대로 뽑아 어떻게 실력 있는 사람으로 키울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대학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 입시지옥이나 만드는 우를 범한다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큰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대학에서 훌륭히 키워놓은 많은 인재들이 사회의 각 분야에서 인정받고 사랑 받을 때, 우리 사회는 편견이 없고, 모두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임재만 기자는 공업고등학교 교사입니다.

2008.01.04 17:0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임재만 기자는 공업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직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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