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소수자·약자'에 큰 관용을

등록 2008.01.10 08:40수정 2008.01.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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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살면서 우리가 본받을 만한 점들을 더러 생각하게 된다. 우선 독일은 같은 분단국 처지에서 극적인 통일을 일궈낸 나라다. 또 세계 1위의 수출 대국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나라기도 하다. 그게 다일까.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정류장에서 휠체어 탄 장애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멈춘 뒤 운전사가 직접 내려 휠체어를 밀어서 태웠고, 내릴 때는 같은 일이 거꾸로 재연됐다. 하지만 정작 그 장면에 놀라 입을 못 다문 사람은 나 하나 뿐이였다. 독일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너무도 당연한 일상에 속했다.

'사회적 소수자'는 어떨까. 최근 유명 여성 앵커는 '커밍아웃'을 한 후 인기가 더 높아졌다. 베를린 시장은 몇 년 전 커밍아웃을 하고도 당당히 시장에 당선됐고, 지금은 사민당의 총리 후보감으로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자민당 당수 역시 동성애자이고, 기민련의 함부르크 시장도 동성애자다. '성적 소수자'라는 처지가 전혀 핸디캡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유명인사라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면, 보통 사람은 어떨까.

연구실 동료 가운데 동성애자가 둘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다른 동료에게 놀라서 물었다. 그러자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줄 알았다며, '그게 뭐가 대수냐'는 반문이 날아왔다. 성적 소수자인 두 동료는 일상에서 전혀 차별을 느끼지 않고 살고 있었다.

독일도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동성애자가 차가운 눈길을 받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관용'의 분위기가 점차 확산된 결과 이제 '동등'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인의 79%는 동성애가 총리직에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어느 곳이나 동성애자와 장애인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가 있다. 동등한 구성원으로 이들을 감싸 안는 사회가 한결 인간적이지 않을까. '더 나은 세상'도 그 길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산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산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사회적 소수자 #사회적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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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68혁명, 상상력이 빚은 저항의 역사』, 『저항의 축제, 해방의 불꽃, 시위』(공저), 역서로 『68혁명, 세계를 뒤흔든 상상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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