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달천의 포구, 낙지잡이 떠나는 어부

만선의 꿈을 가득 안고... 여자만으로

등록 2008.01.14 08:14수정 2008.01.1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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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잡이 여자만 섬달천의 웅도 앞바다로 낙지잡이를 하러 가는 부부 ⓒ 조찬현


어둠이 내리는 섬달천. 어부의 아내는 머리에 주낙을 이고, 어부는 배의 시동을 걸기 위한 배터리를 들고 방파제로 걸어갑니다. 부부가 함께 여자만 섬달천의 웅도 앞바다로 낙지잡이를 하러 간다고 합니다. 어부는 조심스레 방파제 계단을 내려섭니다. 그 무게에 가라앉기라도 할 듯 조그마한 목선은 미동도 없이 그러한 주인을 조마조마한 여린 가슴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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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낙 낙지잡이에 사용하는 주낙은 길이가 약 300m로 280여 마리의 똘짱게를 매달았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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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잡이 채비 배에 오른 어부는 전등을 점검하고 바다로 떠날 채비를 합니다. ⓒ 조찬현


망망대해에서 밤새 낙지잡이

주낙에는 수없이 많은 똘짱게가 친친 감긴 채 미끼로 매달려있습니다. 어부는 갯벌에서 잡은 게는 찔룩게, 바위틈에서 잡은 게는 똘짱게라고 합니다. 낙지잡이에 사용하는 주낙은 길이가 약 300m로 280여 마리의 똘짱게를 매달았습니다.

배에 오른 어부는 전등을 점검하고 바다로 떠날 채비를 합니다. 밤을 지새워야하는 고단한 작업, 바다는 다행히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합니다.

“함께 갈 수 있나요?”
‘배가 적어갖고 타도 못해요. 추워서 얼어 죽어 부러.”
“매일 낙지잡이를 하나요?”
“물새면 못가고, 바람 불면 못가고, 때가 맞아야 돼.”
“얼마나 잡아요?”
“저녁내 하면 3~5코도 잡고….”

어선은 0.5t 용안호로 선장은 최성용(59)씨입니다. 부부가 둘이 고기잡이를 하는 이 배는 배가 적어 날씨에 아주 민감합니다. 하루 조업에 60~100여 마리의 낙지를 잡는데, 낙지 1코(20마리)의 요즘 시세는 2만5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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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잡이 어선 동료 어부들도 바다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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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줄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친 어부는 닻줄을 잡아당겨 닻을 배위로 걷어 올립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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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안호 용안호가 제일 먼저 바다로 떠납니다 ⓒ 조찬현


인삼 한 근과 맞먹는 낙지 한 마리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낙지를 갯벌 속에서 건져낸 인삼이라고들 한답니다. 8개의 다리를 가진 낙지는 고단백 저지방식품으로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겨울철에는 살이 두텁고 싱싱하게 한창 맛이 올라 그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낙지는 타우린 성분이 들어 있어 고유한 맛을 내며 간의 작용을 돕고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줍니다. 코(쾌) 단위로 유통되며 1코는 10~20마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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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저 멀리 수평선에는 해가 수줍게 집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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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의 꿈 해 저무는 여자만의 바다를 어선이 달려갑니다. 만선의 꿈을 가득 안고. ⓒ 조찬현


동료 어부들도 바다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역시 부부가 함께 조업준비를 합니다. 바다로 나갈 채비를 마친 어부는 닻줄을 잡아당겨 닻을 배위로 걷어 올립니다. 그런 후에 긴 대나무장대로 바다의 바닥을 밀치며 바다로 나아갑니다.

마침내 배가 포구에서 수심이 제법 깊은 바다로 나아가자 어부는 엔진의 손잡이를 돌려 힘찬 시동을 겁니다. 검은 매연을 한두 차례 뿜어내던 어선은  ‘통통~ 통통~’ 소리를 내지르며 바다로 향합니다.

다른 동료들은 포구에서 아직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용안호가 제일 먼저 바다로 떠납니다. 여자만의 웅도 앞바다에서 밤새워 낙지잡이를 한다고 합니다. 섬달천의 바다는 옅은 잿빛입니다. 어둠이 내리는 섬달천의 바다가 수채화 그림인양 아름답습니다.

저 멀리 수평선에는 해가 수줍게 집니다. 선홍빛의 태양이 스르르 몸을 감춥니다. 해 저무는 여자만의 바다를 어선이 달려갑니다. 만선의 꿈을 가득 안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낙지 #섬달천 #여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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