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가 시계를 먹었다면... 다음날까지 기다려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아프리카 여행 28] 나미비아 빈프훅, 스와코문드

등록 2008.03.02 12:43수정 2008.03.0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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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코문트로 가는 길. ⓒ 조수영



대서양 연안의 도시, 스와코문드(swakopmund)는 세써림 캠프장에서는 5~6시간이 걸린다. 수도인 빈트후크에서 서쪽으로 280킬로미터, 월비스베이에서 북쪽으로 3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스와코문드는 얼마 전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출산을 위해 이곳에 와서 유명해졌다. 그들이 묶었던 호텔이 지금은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신부는 반드시 새 아파트에 모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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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새의 둥지. ⓒ 조수영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을 달리다 커다란 나무 앞에 섰다. 나무는 이미 선정된 아파트 부지에 둥지아파트의 신축이 시작된 상태였다. 집주인은 위버새(weaver)였다. 위버새는 뱀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높은 나무 위에 단체로 둥지를 짓고 산다.

보통 100~200쌍의 새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만든다. 이러한 아파트 중에는 높이 3미터, 폭이 5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 제일 먼저 지붕을 만든다. 그다음으로 그 밑에다 각 쌍이 플라스크형의 둥지를 만든다. 입구는 기다란 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뱀이나 다른 육식동물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암컷 위버새는 형편없는 둥지를 가진 수컷과는 절대 교미를 하지 않는다. 수컷은 집을 짓는 동안 둥지가 갈색으로 변해버리면 짝을 구할 수 없다. 암컷 위버새는 신선한 초록색 둥지에만 눈길을 주기 때문이다.


둥지를 이유로 거절당한 수컷은 암컷의 마음에 들 때까지 자신이 공들여 만든 둥지를 모두 해체하고 다시 짓는 것이 보통이다. 수컷 위버새는 평생 새 둥지를 만드느라 아등바등해야 한다. 문득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을 모으는 우리네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다시 사막을 달린다. 주위를 둘러보면 황무지뿐인데 전신주는 끝없이 이어져 있다. 비포장도로를 몇 시간 달렸더니 초강력 먼지 스프레이 덕분에 번개머리 스타일로 강력하게 굳어져 버렸다. 좀 다듬으려고 만졌는데 손가락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태양이 정수리 위에서 비추는 남회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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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회귀선. 주변엔 아무것도 없다. ⓒ 조수영



뜨겁게 달구어진 자갈이 굴러다니는 사막이 계속되었다. 우리는 보통 사막이라 하면 모래 언덕만 생각하지만 이곳처럼 황무지나 자갈밭도 사막에 속한다. 사막이란 지형이 아닌 연 강수량이 250mm 이하라는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캠프장을 출발해 3시간쯤 달린 것 같다. 아니 세 시간을 사우나통 속에서 잤다. 새벽부터 모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했고, 흘러넘친 강물을 건너는 험난한 여정 후에 온몸이 축 늘어져 입을 쩍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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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회귀선을 설명해주는 찰스 ⓒ 조수영



찰스가 'Tropic of Capricorn'이라 쓰인 표지판 앞에 버스를 세우고 깨웠다.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잠이 덜 깨서 정신이 없다. 찰스는 급기야 주섬주섬 지구본 모양의 둥그런 튜브를 꺼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남회귀선이다. 남위 23° 27'에 해당한다. 지구는 약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태양이 가장 뜨겁게 내리쬐는 곳이다.

우리나라가 동지일 때 이곳은 여름이 되고 태양은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위도까지 올라간다. 그 위도를 이는 선을 남회귀선이라고 부른다. 남회귀선은 호주의 중앙부, 칼라하리 사막, 브라질의 상파울로처럼 건조하고 뜨거운 지역을 연결한다. 나미비아 역시 국토의 중앙부로 남회귀선이 지나기 때문에 대륙은 뜨겁고 건조할 수밖에 없다.

회귀선 안쪽은 열대기후, 바깥쪽은 온대기후로 구분되어 지리적, 과학적으로 중요한 남회귀선.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황량한 황무지만 있을 뿐이다.

날기를 포기한 새 타조... 어떻게 배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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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 ⓒ 조수영



운전석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앞만 보고 있으니 지평선과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만 계속된다. 같은 화면을 계속 되돌려 보기를 계속하는 것 같다. 가끔씩 나타나는 사막여우와 스프링복, 타조를 사진에 담고 싶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는 녀석들은 좀처럼 거리를 좁혀주지 않는다.

지상에서 가장 큰 새, 타조는 새 답지 못하게 날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예전에 타조가 살던 곳에 천적이 없어 '날아다닐 일'이 없어져 날개가 퇴화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새로운 천적이 나타나서 다시 날고 싶었지만 몸이 무거워져서 날 수가 없었다. 대신 굵은 다리의 달리기 기능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타조는 시속 70km, 얼룩말과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다.

타조는 큰 덩치에 비해 겁이 많고 소심하다. 키도 크지만 시력도 좋아서 멀리 있는 적의 모습을 보고도 재빠르게 피할 수 있다. 게다가 뒤에서 나는 소리도 잘 들을 수 있도록 귀가 뒤통수 쪽에 있다.

그러나 성격 예민한 타조도 먹는 것만큼은 마구잡이다. 풀이나 과일, 곤충을 먹고사는데 어떨 때는 금속까지 먹어치운다고 한다. 특히 반짝이는 것을 좋아해서 시계나 병뚜껑 따위를 즐겨(?) 먹는다. 그러나 놀랍게도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는 한 타조에게 거의 해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타조는 사막에서 불필요한 수분의 손실을 막기 위해 매우 건조한 변을 배설하는데 이때 윤활제를 분비하기 때문이다. 딱딱한 시계도 윤활제 덕분에 다음날이면 찾을 수 있다.

더러운 이야기가 길어지는 듯한데, 새들은 주로 공중을 날면서 배설을 하는데 한꺼번에 즉 소변과 대변이 같이 나온다. 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조는 따로 배설하는 몇 안 되는 새 중에 하나이다. 타조는 새이지만 땅 위에 살면서 대장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목마른 원숭이가 우물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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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적와 융기가 일어났음이 분명한 지형들이 이어졌다. ⓒ 조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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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코문트로 가는 길. "사막을 깨끗하게" ⓒ 조수영


황무지가 끝나고 산길이 시작되었다. 습곡을 받은 것이 확실한 바위들이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 있다. 소수의 부시맨들이 아직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 근처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물을 구하는 방법은 꽤 과학적이다. 우선 야생의 원숭이를 잡아 소금을 먹인다. 목이 점점 타오르는 원숭이는 다음날이면 거의 탈수 상태가 된다. 이때 원숭이를 줄로 묶고 따라가면 목이 마른 원숭이는 자신들만이 아는 물줄기로 부시먼을 인도하게 된다.

차창 밖 아주 먼 곳에 검은 먹구름이 커튼을 펼치고 있었다. 얼마 후 우리 버스도 그 커튼 속으로 들어갔다. 창문을 한두 방울 때리더니 이내 주룩주룩 비다운 비가 내린다. 사막 속에서 비를 만난 것만으로 몹시 흥분했다.

그러나 찰스는 요즘 들어 이상하게 비가 자주 온다며 걱정이 된다고 했다. 비는 20분 정도 내렸지만 바닥에는 전혀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후덥지근하고 습한 열기만 느껴질 뿐이다. 과연 사막에 생물이 살 수 있을까 싶지만 어쩌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꽃을 피우고 다음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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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부시맨들이 아직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 근처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 조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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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서림에서 스와코문트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로 이어진다. 머리카락에 묻은 먼지는 강력스프레이 역할을 해서 손가락이 빠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 조수영



영국이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도시

항구도시 월비스베이(walvis bay)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바다가 가까워지자 날씨가 단번에 흐려졌다. 월비스베이는 나미비아 수출입의 90% 이상이 드나드는 항구라고 한다. 나미비아에서 생산되는 어류, 다이아몬드 등이 이 항구를 이용해서 드나든다. 특히 이곳의 생선들은 벵겔라 한류 덕분에 맛이 좋고 크기도 커서 인기가 좋다고 한다.

월비스베이가 나미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는 하지만 인구는 10만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인구 170만명에 비하면 많은 수이지만 서울 인구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숫자이다. 국토 전체로 비교해보자면 우리나라는 1㎢ 안에 약 500명이 살고 있지만, 나미비아는 단 2명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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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는 플라밍고들이 한 발로 서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플라밍고들이 한 발로도 서서 잠까지 잘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굉장히 발달된 평형감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 조수영



해안도로를 달렸다. 신기한 것은 도로의 오른쪽으로는 해변이, 왼쪽으로는 모래사막이 있다는 것이다. 나미브 사막이 차가운 해류로 인한 해양 사막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해변에는 플라밍고들이 한 발로 서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플라밍고들이 한 발로도 서서 잠까지 잘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굉장히 발달된 평형감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발로만 서 있고 다른 한쪽 다리는 털 속에 묻어두면 차가운 바닷물로 인한 체열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아프리카 속의 작은 독일, 스와코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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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코문트 시내. 설마 했는데 정말 한 명도 없다.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흔적은 분명히 있는데 정작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유령의 도시 같았다. 밤이 되면 ‘좀비’가 거리를 활보하는 거 아냐? ⓒ 조수영



한 시간이 지난 오후 6시. 스와코문드에 도착했다. 래스트 캠프는 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오버랜드 트럭 팀에게 알려진 방갈로 숙소였다. 우리 버스 말고도 다른 트럭이 두 대나 더 숙소 안에 들어와 있었다. 조그만 방갈로에는 두 개의 방과 작은 부엌이 있는데 네 명이 생활할 수 있다. 3일 만에 텐트가 아닌 집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오래간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시내구경에 나섰다.

2~3층 정도의 건물들이 넓고 잘 정리된 거리에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작은 동네에 대형슈퍼마켓이 몇 개는 되는 것 같다. 이곳 사람들 노란색을 좋아하나 보다. 많은 건물들이 노란색과 흰색을 칠했다. 단층으로 지은 가정집은 저마다 화려한 꽃을 심어 단장을 했다.

이곳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아공에서 건너왔거나 독일 사람들인데 대부분 무역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백인들임에는 의심할 바 없는 일이고 말이다.

가이드책에 늦은 시간에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고 쓰여 있어서 설마 했는데 정말 한 명도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흔적은 분명히 있는데 정작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유령의 도시 같았다. 밤이 되면 '좀비'가 거리를 활보하는 거 아냐?

'Cape to Cairo'라는 식당으로 갔다. 유명한 스프링복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와인을 곁들이니 아주 살 것 같다. 저쪽 자리에서 우리나라 말이 들렸다.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예전에 중국에서 보았던 북한 사람과 달리 표정도 복장도 매우 자유로워 보였다.

"남조선에서 왔습네까?"
"아, 예."
"남조선에서는 여자 혼자 여행 다녀도 괜찮습네까?"
"아, 예."
"저는 사업차 이곳에 왔습니다. 북조선은 나미비아 건설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네다."


이후 북한의 건설기술의 발전에 대해 오랫동안 지루하게 설명했다. 현재 북한은 남아공, 나미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등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의 각종 건설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얼마 전부터는 나미비아의 건설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여 이미 대통령 관저와 애국지사묘지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자랑했다. 지금은 개인이 발주하는 소형공사를 따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라고 했다. "아, 예~"
#스와코문드 #나미비아 #위버새 #월비스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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