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면 어디라도 가보고픈 호기심 때문에

[붓 한 자루6] 현장, 그곳이 알고 싶었다

등록 2008.01.25 19:01수정 2008.01.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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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것이 많아 쉼 없이 질문하는 손자, 손녀를 대하는 어르신들은 대개 흡족해 하신다. 조금은 힘들어도 손자, 소녀가 재롱을 부린다고 여기며 어린 것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우리네 어르신들이다.

 

사실 어딜 가나 어지간히 세월을 타고 다니신 분들이야 어린 것들 이야기 듣기를 듣도 보도 못한 달나라 얘기 듣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 하지 않으시던가.

 

난 지금도 누군가 내 얘기를 그런 맘으로 들어주었으면 한다. 하는 말이 어설퍼도, 하는 짓이 어설퍼도 ‘내가 아끼는 사람이 하는 말인데 뭔들 안 재밌을까’ 하는 맘으로 들어주길 바란다. 사실, 어설프다 싶기도 하고 조금은 부끄러운 일을 말하려 할 때는 더욱 그렇다. <기자 주>

 

현장, 그곳이 알고 싶었다

 

남 모르는 이에게 그런 얄팍한 지지를 받길 기대하며, 하루는 서울 삼청동 주변을 아주 천천히 어슬렁거렸다. 저녁 바람이 슬슬 몰려오고 어둠도 내려앉으려는 어느 날 늦은 오후에 말이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현장, 뜨거운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 단지 그 이유뿐이다. 딴 맘은 전혀 없었다, 진짜다. 정말이다.

 

정말이라고, 다른 이유는 없다고 누구에겐가 툭툭 들릴 듯 말듯 항변하며(!?) 삼청동 주변을 맴돌다 드디어 다다랐다.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

 

진짜 있었다. 티브이에서 보던 그 인수위가 거기 있었다. 삼청동 동사무소 건너편 조금 앞에, 퍼런 현수막을 위풍당당하게, 아니 무덤덤하게 휘날리며, 아니 흩날리며.

 

땀을 잘 흘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하필 평소보다 더 추운 날을 골라 가서 그런지, 온 몸이 제 맘대로 흔들리며 인수위 관람(?)을 방해했다. 게다가, 인수위 사무실 정문에서는 왠 남자가가 무전기로 보이는 거무튀튀한 것을 하나 들고서 날 막 째려보질 않은가. 하여, 나도 되받아쳤다. 째려봤다, 이 말이다.

 

그 사람, 아니 그 놈을. 괜히 그 양반이 미웠다(왜 날 쳐다봐, 쳐다보길. 난 정말 아무 짓도 안 했다. 정말이다). 그리고 빨리 자리를 떴다! 높이 그리고 머~얼리.

 

잠시 후, 다시 돌아왔다. 인수위 현수막이 펄럭거리는 한국금융연수원 정문에. 역시 티브이에서 봤던, 큰 팻말 들고 시위하던 사람이 거기 있었다. 티브이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걸 봤는데, 안 그래도 추워 서글픈 그날에는 하필 한 사람만 있었다. 사실 한 사람 더 있었는데 그 사람은 티브이에서 못 봤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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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 바로 앞길 삼청동 동사무소. ⓒ 민종원

사진도 찍었다. 근데 아까 말했던 그 양반 때문에 정문 사진은 못 찍었다. 그 양반이 째려봐서 그런 게 아니라 정문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서 있어서 사진 구도를 잡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 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현장을 다녀왔으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 법. 그래서 한 장 찍어왔다.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본원)에 있는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건물…. 건너편 조금 아래에 있는 삼청동 동사무소 건물을. 물 맑고, 산 맑고, 사람들 마음도 맑아서 삼청동(三淸洞)이란다.

 

다음에는 꼭 인수위 정문을 찍어오련다! 약속한다. 뜨거운 현장, 역시 직접 가서 볼 일이다. 근데, 그 날 그 뜨거운 현장은 너무 추웠다. 가자마자 날도 어두워지고 또…. 어서 집에 가고 싶었다.

덧붙이는 글 | '붓 한 자루'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작은 그릇에 담아 함께 살펴봅니다.

2008.01.25 19:0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붓 한 자루'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작은 그릇에 담아 함께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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