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기적, 모두가 소중한 존재

이 시각, 이곳에서 함께 하는 만남은 기적

등록 2008.02.13 20:16수정 2008.02.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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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지나고 혼자 있으니, 마음이 스산하다. 무엇인지 분명하게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가슴 언저리에 부는 바람을 주체할 길이 없다. 분명 부족하기는 한데, 그것인 무엇인지 금방 알 수가 없다. 마음이란 형체가 없는 것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철새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강물이 얼어버리니, 먹이를 구할 수가 없게 되어 논밭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무리를 지어서 지내고 있는 새들을 보면서 만남을 생각하였었다. 수많은 새들이 함께 어울리고 있어 만남의 의미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여 지기도 하였다. 우선 숫자가 너무 많아 만남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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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기적 ⓒ 정기상

▲ 만남 기적 ⓒ 정기상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한다. 만남의 필연은 헤어짐이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새들 또한 분명 날아가 버릴 것은 분명하다. 새들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비상한 뒤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떠나버린 공간의 황량함은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저렸었다. 온 몸에 배어드는 이별의 아픔이 그득 차버린 기억이 분명하다.

 

수의 무의미함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도시에서는 넘쳐나는 사람들로 인해 짜증을 낸다. 그러나 그 수를 지구 전체의 사람들의 수를 기준으로 하여 생각하게 되면 나와 어깨를 부딪치는 사람들의 수는 매우 적은 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그렇게 만나는 수학적 확률을 생각하게 되니, 만남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만남은 기적이라는 생각을 실감하게 된다. 60억이 넘는 사람들 중에서 나와 공간을 공유하고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들 모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란 말인가? 그런 줄도 모르고 인상을 찌푸리고 화를 낸 것이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다. 그것은 어리석은 행동의 극치가 아닌가?

 

수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살았었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오늘 이 시각, 이곳에서 함께 하는 만남은 기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시간을 공유하지 못하면 엇갈리게 될 것이고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고 하여도 공간이 달라지면 또 만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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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공유의 기쁨 ⓒ 정기상

▲ 설렘 공유의 기쁨 ⓒ 정기상

평생 동안을 함께 하는 가족의 소중함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으니, 더 거론할 일이 아니다. 소중한 인연이 어디 가족뿐인가? 함께 학교생활을 한 동창들이며 직장 생활을 같이하는 동료들에 이르기까지 고맙지 않은 존재가 없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까지도 나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소중한 이들이 아닌가?

 

삶에 밀려 잊고 있었던 친구들의 얼굴들이 그리워진다. 무엇이 그리도 바빠서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내는지, 마음이 무겁다. 시간이란 내가 내면 되는 일이 아닌가? 게으른 탓이며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적을 이루어져 만난 사람들이 아닌가? 기적은 늘상 일어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스산한 바람의 원인을 찾아내게 되니, 마음이 급해진다. 보지 못한 친구 녀석들의 얼굴이 하나씩 스쳐 지나간다. 마음이 바빠진다고 하여 서두를 일은 아니다. 제대로 사는 지혜는 순리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나브로 커지는 정이 정점에 다다르게 되면 저절로 재회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만남의 기적의 재현을 통해 삶의 보람을 만끽할 날을 기다려본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금강에서

2008.02.13 20:1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사진은 금강에서
#시각 #공간 #공유 #만남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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