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첩보위성 요격에 흔들리는 세계평화

[분석] 미국의 첩보위성 실험,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 2008.02.20 17:34수정 2008.02.20 17:34
0
원고료로 응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우주쇼'가 실제로 벌어진다. 한국시간으로 21일 낮 12시 30분에 미국이 '고장난 첩보위성' 요격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첩보위성이 지구로 떨어질 경우, 파편과 독성이 강한 로켓 연료로 인해 인간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 안팎의 비판 여론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요격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고장난 위성이 대기권으로 진입하기 직전에 요격을 하고, 첫번째 요격에 실패할 경우 추가 요격을 한다는 방침이다.

 

요격 대상인 고장난 첩보위성은 '버스' 정도의 크기로 알려져 있고, 독성 연료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료탱크를 파괴해야 한다는 점에서 요격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

 

a

미국의 MD 시스템. MD는 미사일방어체제를 뜻하는 말로 적국의 미사일이 자국 영공에 진입하기 전에 공중에서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Reuters

만약 위성이 요격을 받지 않고 대기권에 진입하면 3월 첫째주에 지표면에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고열이 발생해 위성의 상당 부분은 파괴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들이 여기저기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독성 연료 및 파편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위성 요격의 명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의 주장은 오락가락했다.

 

1월 28일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지구의 75%는 바다이고 육지에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많아 위성이나 그 파편이 사람이 사는 지역에 떨어질 확률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고장난 위성이 추락해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백악관은 2월 14일 위성 요격 방침을 결정하면서 "대통령께서 인간의 생명이 위협받는 위험성에 대해 심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중국·러시아 '우주 군사화 금지' 국제법 주장하자 위성 요격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는 왜 고장난 첩보위성 요격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미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이틀 전에 중국과 러시아는 우주의 군사화와 군비경쟁을 막기 위한 국제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백악관은 다음날 "미국은 우주공간 활용을 금지하거나 막는 어떤 조약도 반대한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제안을 일축했다. 그리고 14일에는 추락하는 위성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요격 방침을 밝혔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하면서 군비경쟁이 우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위성 요격 방침이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위성 파괴에 이용되는 미사일이 미사일방어체제(MD)의 핵심요소인 SM-3라는 점이다. 이지스함에 장착되어 있는 SM-3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배치된 것으로, 미국은 이 미사일의 소프트웨어를 변경해 위성 파괴에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국 안팎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추락하는 위성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실전을 방불케 하는 MD 작전을 펼치려는 데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는 부시 행정부는 임기 이전에 MD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동유럽 MD 배치 방침을 굳히지 않고 있고 일본과의 MD 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MD 공격용 무기로 전환하나

 

그렇다면, 고장난 위성이 추락할 경우 그 피해는 정말 큰 것일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파편과 독성 연료에 의한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미국 정부는 1천 파운드에 달하는 로켓 연료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독성이 강한 연료가 공중에서 뿌려지면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우주공간에서 위성을 파괴하면 그 파편이 곳곳으로 퍼져 다른 위성이나 국제우주기지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술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고장난 위성을 요격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이나,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보다 오히려 위성 파괴로 인한 파편이 다른 위성과 우주기지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주장 모두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평화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위성 요격 시도의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우선 미국의 MD 의도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의구심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들 나라는 MD가 상대방의 보복 능력을 무력화시켜 전략 균형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MD가 얼마든지 공격용 무기로 전환될 수 있고, 또 우주를 무력으로 선점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런데 SM-3가 이용될 위성 파괴 시도는 MD가 언제든지 공격용 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간단한 소프트웨어의 조작만으로도 '탄도미사일 요격용'에서 '위성 파괴용'으로 둔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 요격 안하면 어떻게 되는데?

 

더구나 미국은 SM-3보다 훨씬 사거리가 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용 미사일도 배치해놓고 있다. 이들 요격 미사일이 간단한 소프트웨어의 조작만으로도 위성 파괴 무기로 이용되면, 미국과 전략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상당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두고만 보고 있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작년 1월 중국은 국제사회에 사전 통보도 없이 위성파괴실험을 실시해 전세계를 경악시킨 바 있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의 MD에 맞서 각종 군축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하는 한편, 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핵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제2의 냉전'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사회에서 '제2의 냉전'이 운운되자, 부시 행정부는 "냉전은 한번으로 족하다"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위성 파괴 시도가 스스로 일축한 냉전의 망령을 또 다시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입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입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조국 잡으려다 사면초가... 독이 된 윤석열의 입
  2. 2 윤석열 최악의 시나리오
  3. 3 고 최숙현 동료들 "팀닥터가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4. 4 '세계1위 한국라면' 보도의 깜짝 놀랄 반전
  5. 5 유별나게 꼿꼿... 지금 윤석열의 태도가 의미하는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