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결혼식장에서부터 거짓말을 한다?

등록 2008.03.10 13:24수정 2008.03.10 13:2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결혼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주례입니다. 주례의 구체적인 내용이야 주례를 담당하는 분이 정하는 것이지만, 거기에 반드시 들어가는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신랑과 신부에게 일종의 선서를 받는 절차인데요,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습니다.


"신랑, 신부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항상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겠는가?"

부부는 바로 이 순간부터 사실상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봅니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조금은 있으리라 예상합니다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부부는 괴로운 일에 처했을 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난감한 상황에 빠졌을 때, 항상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않습니다. 그러기 보다는 상대방에게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된 원인과 책임을 부과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가 상대방에게 있다면서 이런 핑개, 저런 핑개를 갖다 대고 책임을 전가하기 일쑤입니다.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된 이유가 어느 일방의 전적인 실수에 의한 것이든 양 당사자가 골고루 관계된 것이든 상관 없이, 아끼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 대신 상대방 탓을 하며 비난과 책임전가에 급급한 마음이 됩니다. '저 사람의 책임이야'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말다툼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자기정당화를 계속 진행하다 보면, 어느덧 부부는 결혼 자체에 대한 부정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결혼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그 당시에 자신이 믿었었던 것까지도 부정하게 됩니다. 이런 핑개를 갖다 붙이면서 말이죠.


"그땐 내가 순진해서 저 사람을 잘못 판단했던 거야. 저 사람의 인간성을 그때 제대로 판단했었다면, 결혼은 절대 하지 않았을 거야."

부부가 살다 보면, 위와 같은 상황에 종종 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그렇게 툭툭 털어버린 후 다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도 요즘에는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예전에 비해 인내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일까요?

부부가 결혼식장에서 새 삶을 시작할 때 거짓말도 함께 시작된다고 해서, 신랑 신부의 선서가 불필요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당시에 선서했던 마음 그대로를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보자고 말하려는 것입니다. 그때의 감정, 그때의 믿음을 어떤 핑개로써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행동하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이 너무도 간사하고 허약한 지라,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자신이 의식하지도 못한 체, 자기합리화의 늪 속으로 쉽게 발을 들여놓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번 발을 들여놓은 후로는 얼른 되돌아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깊은 늪 속으로 빠져드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자신이 믿었던 것,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을 자신의 입으로 부정하는 모순에 처하기 보다는, 그 믿음을 끝까지 유지하며 어려운 순간에 상대방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는, 그런 부부관계를 희망해 봅니다.

이런 희망은 단지 꿈에 불과한 것일까요?
#부부관계 #부부싸움 #결혼서약 #자기합리화 #심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