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시대 최고의 행운아는 이건희 회장

국세청·금융위원회의 잇단 행보 삼성의 탄탄대로 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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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sneercool)등록 2008.04.01 20:54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MB시대 최고의 행운아는 삼성 이건희 회장인 것 같다.

다섯 달 전만 해도 삼성은 진땀을 빼야만 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삼성자동차 소송 패소, 삼성전자 불공정하도급거래 적발 등 삼성에게는 악재(惡材)만 가득해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계의 지원 사격에 원로들의 정중한 덕담, 그리고 정부기관까지 삼성을 돕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3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삼성특검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입장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특검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다만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때 특검기간이 연장됐으니 연장된 기간 안에 종결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결국 한 총리의 희망대로라면 특검에게 남겨진 시간은 7일 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이건희 회장에게 물어본 것도 없고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에 대한 법리 검토도 끝나지 않았는데 정부는 벌써부터 은근히 '그만하자'고 나서고 있다.

어디 한 총리뿐인가. 최근  금융위원회과 국세청의 행보를 보면 이 회장으로서는 그동안 앓던 이를 단박에 뺀 듯한 기분일테다.

[선물1]삼성에게 세금 추징해야 할 국세청, 기업의 '도우미'로 나서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세청은 지난 31일 고위공무원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의 '파격'은 현 조사국장이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사실상 '좌천'된 일이다. 원래 조사국장은 '1급 승진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자리였다. 한상률 현 국세청장도 조사국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지금 조사국장 자리는 정식 후임자도 내지 못했다. 국세청을 대표하는 부서인 조사국이 한직 부서로 취급 받는 모양새다.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국이 '찬밥'으로 전락한 이면에 이명박 대통령의 심중이 읽혀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법제처 업무보고에서 이석연 법제처장에게 "각 부처가 남발하는 령이나 지침, 뭐 이런 것들도 규제가 불필요하게 되어 있는 것이 많다"며 "법제처가 각 부처와 효과적으로 일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업무보고 후 이 처장은 기자단 브리핑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 기간 연장 문제가 조직 내부 업무규정에 불과해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조사기간 연장문제에 대해 엄격하게 조건을 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세청 기업 세무조사는 예측 가능성을 주는 게 중요하다"며 국세청에 거듭 '메시지'를 날렸다.

우연일까. 같은 날 한 청장은 사상 처음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 "세무조사 면제 기준을 현행 매출액 1억원 미만에서 10억원으로 높이고 납세자가 부담하는 경제적·심리적·시간적 비용인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세청의 활동으로 기업하기 불편한 환경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의 입장에서도 국세청의 이런 변화를 적극 환영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삼성은 이병철-이건희,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세습 구도 속에서 상속·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이를 두고 이상민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간사는 "삼성이 우리나라 세법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특검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1천개가 넘는 차명계좌와 삼성생명 차명주식들은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그룹을 온전히 넘겨주기 위한 것이었고, 역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매각 사건·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 전무에게 삼성그룹을 온전히 넘겨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특검이 끝나면 삼성은 그동안 누락한 상속·증여세와 탈루했던 무신고가산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모두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추징 규모는 세법 적용, 고의성 판단 유무 등 국세청의 의지에 달려있다. 그런데 국세청은 기업에게 '친절한' 기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삼성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선물2]금융위원회, 10년 간 앓던 '순환출자구조' 고민 해결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국세청보다 배포가 크다. 지난 10년이 넘도록 삼성이 고민해오던 문제를 단박에 풀어줬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1일 발표한 '금융의 신성장동력화를 위한 정책방향'에 따르면 삼성은 이제 더 이상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금산분리 3단계 완화 방안을 통해 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공식 인정받게 생겼다.

현 금산분리 규정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2004년부터 금융지주회사 규정을 어겨오고 있었다. 현 규정 상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에버랜드의 총자산의 50%를 넘겨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규정을 받게됐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제조회사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일부 처분해야 해 순환출자구조가 망가지고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승계구도도 망가진다. 삼성은 이를 피하기 위해 삼성생명 상장을 미루고 지분계산법까지 바꾸는 등 갖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은 이런 노력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번 금융위원회의 발표가 얼마나 심각한 내용인지 잘 알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31일 논평을 통해 "이러한 규제완화가 정확히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풀어주기 위한 특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고 금융자본이 다시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구조를 가진 전형적인 재벌이 바로 삼성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바로 이런 위법적 지배구조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금융지주회사법, 금산법, 공정거래법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규제체계와 충돌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 보험지주회사에 대해 산업자회사와 금융자회사를 동시에 허용해 줄 경우 이것은 삼성에게 경제 원리와 맞지 않는 지배구조를 그대로 합법화할 수 있는 탄탄대로를 열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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