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친박연대 비례1번, 자진 사퇴해야

한국식 비례대표제, 대의제(代議制)의 위기 초래

등록 2008.04.16 14:14수정 2008.04.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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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친박연대 비례 1번 양정례씨의 공천과정이 그 논란의 중심이자 작금의 태풍의 핵이다.

 

이번 4·9총선에서 친박연대의 등장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밀던 사람들이 당개혁 명분으로 쫓겨날 때까지는 안타까움을 자아내었다. 많은 국민들은 박 전 대표의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는 말에 분노했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던 수많은 보수표는 한 손은 한나라당 후보를, 다른 한 손은 급조된 친박연대를 찍었다.

 

몰아준 보수 성향의 표는 지역구에서 얻은 6석보다도 훨씬 더 많은 8표였다. 이것은 바로 페어게임을 하지 않은 한나라당의 횡포에 대한 심판이었다.

 

국민들은 정의가 살아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독주를 경계하는 결과를 가져온 국민들의 표심이 절묘하다며 이 정도의 결과에 그나마 다소간의 안도를 하는 듯했다. 대통령의 독주도, 한나라당의 독주도, 국민들의 균형적인 정의감 앞에서는 무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보수표를 얻은 친박연대로부터 국민들은 더 큰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친박연대의 정당지지도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친박연대의 정당지지도에 따른 8석은 가깝게는 박근혜 효과의 반사적 결과물이고, 멀게는 모든 정치인들에게 다시는 보수적 국민의 일반의지를 거스러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의 결과물이었다.

 

친박연대는 처음 출발부터, 다른 어느 정당보다도, 이러한 경고의 의미를 비중있게 고려했어야 했다. 그리고 총선 이후에는 그 정도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스스로 구린데를 도려내려는 신속한 행동이 뒤따랐어야 했다.

 

그러나 친박연대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오로지 '복당'만을 논의하는데 당의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미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부터 비례대표 1번의 박사모 경력이 가짜라는 비판이 있었고, 학력과 경력 또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수없이 지적받았다.

 

당사자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가 4월 14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고는, 서류작성상 실수였고, "당이 어려울 때 도와야죠"라며 낸 특별당비 액수는 나중에 자연히 밝혀질 것이라며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로 어물쩡 넘어가려고 했다.

 

이건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친박연대를 찍었든 찍지 않았든 대의제 하에서 국민대표기관의 선출절차가 이렇게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지역구든 정당 비례대표든 돈에 의한 매관매직이어서는 안 된다. 그 혐의를 받을 정도의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불과 2개월 전,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어 놓은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들의 카드를 놓고 그렇게도 거품을 물며 비난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씩 낙마시키며 패자의 마지막 쾌감을 맛보지 않았던가.

 

그들에게 요구했던 우리 국민의 기준은 학력과 경력에 덕지 덕지 붙어 있는 과거 군사정권 참여 경력, 남의 논문 표절 실적, 그리고 투기로 치부하고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이른바 강부자, 고소영이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고도, 이제는 앞으로 4년간의 의정 능력을 지켜봐 달라니 한심할 지경이다.

 

당에서는 그녀가 특별당비를 얼마나 냈기에 그것이 굴레가 되어 이를 내치지 못한단 말인가. 만약 특별당비가 비례대표 1번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면 그것이 곧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선거전문가들인 그들이 몰랐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당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니 그것은 더욱 이상하다. 그렇다면 비례대표 1번 줄테니 특별당비를 내라며 구걸했다는 말과 다름 아닌데, 도무지 이해할래도 그 내막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녀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한들 이 사안은 그의 능력이 출중한지 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요건인 정직성의 흠결뿐 아니라, 그녀 역시 어쩌면 이른바 강부자 아류에 다름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 A모 대학 학부 출신으로 연세대 졸업이라는 학력 포장, 민간단체인 모 복지법인의 연구관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여러 가지를 또 다시 거론하는 것으로 더 이상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

 

왜 이때, 두 달 전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각료후보자들에 대한 연민이 생기는 것일까. 국회의원들이라면 앞으로 그들이 지역구든 비례직이든 입법활동은 물론 인사청문회도 해야 할 사람들인데, 어찌 국민에게 얼굴을 들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나다닐 수 있을까. 국민을 피해다니는 국회의원의 모습, 국민의 눈초리가 무서워 국민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없는 국회의원이라면, 그 자체로 더 이상 국회의원일 수가 없다.

 

언론에서 본, 양씨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한 정광용 박사모 대표의 주장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특별당비의 내역이 소상히 까발려지거나 그밖에 수많은 그녀 개인의 핸디캡이 곳곳에서 들추어져 어쩔 수 없이 퇴진해야 할 상황이 오기 전에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그것이 친박연대도 살리고 한국정치에 그나마 일조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정치 혐오감을 드높이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 정치가 자꾸만 천박해지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친박연대 비례 1번 양정례씨의 공천과정에 말이 많다. 한국 대의제도의 위기 의식이 깊다. 당장의 해결방안도 찾아야 되지만, 입법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2008.04.16 14:1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친박연대 비례 1번 양정례씨의 공천과정에 말이 많다. 한국 대의제도의 위기 의식이 깊다. 당장의 해결방안도 찾아야 되지만, 입법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친박연대 #양정례 #비례대표 #정광용 #특별당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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