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해 뒤에도 읽힌다는 생각을

[헌책방 나들이 154] 서울 신촌 '숨어있는 책'

등록 2008.04.22 11:21수정 2008.06.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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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 촘촘하게 꽂히고 쌓인, <숨어있는 책> 책시렁. ⓒ 최종규

▲ 책시렁 촘촘하게 꽂히고 쌓인, <숨어있는 책> 책시렁. ⓒ 최종규

(1) 서울과 '서울 아닌 곳'

 

동네 책방 마실도 못하다가 서울로 마실을 떠나 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옆지기는 서울에서 '종이접기 모임' 사람들하고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종이접기 모임을 이끄는 사람은 인천에 살고 있는데, 회원은 서울에 많이 있기에 서울에서 모인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충주에서 살던 때, 책방 나들이를 하려고 서울로 오면 왔지 충주 시내로 가지 않았습니다. 충주 시내에 한 곳 있는 새책방까지 가는 시간에서 두 시간쯤 더 들이면 서울까지 자전거로 갈 수 있기도 했지만, 서울에 오면 새책방이며 헌책방이며 도서관이며, 또 출판사에서 일하는 선후배와 동료며, 사람과 책이 한껏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아무래도 서울 나들이를 하게 됩니다. 동네 마실을 하면서 동네에서 문화를 일굴 수 있으면 좋은데, 충주 같은 곳, 또 인천 같은 곳은 제힘으로 문화를 일구거나 가꾸기에는 퍽 메마릅니다. 팍팍합니다. 빠듯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산다면, 이런 느낌을 받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자 동무하고만 사귀는 이들이 가난한 사람들 삶을 헤아리기 어렵듯이, 늘 누리는 사람이나 늘 누릴 수 있도록 둘러싸인 사람은, 늘 못 누리는 사람이나 언제나 누릴 형편이 못 되는 사람을 살펴볼 틈이 없어요.

 

(2) 서른 해 뒤에도 읽힌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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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앞 깊어가는 저녁나절. 불 켜진 책방 앞. ⓒ 최종규

▲ 책방 앞 깊어가는 저녁나절. 불 켜진 책방 앞. ⓒ 최종규

전철을 타고 공덕역에서 내려 종이접기 모임 사람들과 어울린 뒤, 다시 전철을 타고 신촌으로 옵니다. 헌책방 '공씨책방'으로 갑니다.

 

책 구경을 마친 뒤 '숨어있는 책'으로 갑니다. 오랜만에 들이마시는 헌책방 공기. 가방을 내려놓고 사진기를 꺼낸 다음 책시렁 앞에 섭니다. <엥겔스의 아내>(다마이 시게루/정석암 옮김, 친구, 1989)라는 책이 보입니다.

 

... 그러나 엥겔스가 메리와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봉건적인 양친의 반대 때문이었기도 하지만, 첫째로는 그가 부르조아적인 결혼 형식을 기피했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남녀의 결합은 한 장의 형식적인 결혼증서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호의 애정과 존경에 의해야 할 것이며, 결혼이라는 사적인 관계는 부르조아 국가나 기독교적 종교 공동체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  (183∼184쪽)

 

엥겔스와 엥겔스 옆지기. 마르크스와 마르크스 옆지기. 엥겔스를 아는 사람들은 엥겔스 옆지기를 얼마나 알고 있으며, 엥겔스 삶과 생각을 고이 받아들이는 사람은 엥겔스 옆지기 삶과 생각은 얼마나 헤아리고 있을는지 곱씹어 봅니다. 저야 두 사람 다 잘 모르고, 눈길도 얼마 안 두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빈틈을 잘 찾아내어 이야기를 엮어내는 일본사람들 눈썰미는 대단하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미나마타병>(하라다 마사즈미/김양호 옮김, 한울, 2006)을 봅니다. 일본 사회에서 숨기거나 덮어 두려고 하는 미나마타병. 병이 아니었어도 경제개발 논리에 밀리거나 밟히는 여느 사람들 삶과 권리. 한미자유무역협정은 무역과 상관없이 살아가는 농사꾼과 노동자 삶을 파먹고 들어가고, 재개발(뉴타운) 정책은 조용히 제 고향을 사랑하면서 살아가고픈 사람들 마음과 몸을 갉아먹으며 들어가고. 제 일을 사랑할 수 없게 하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이라면, 제 땅을 사랑할 수 없게 하는 재개발 정책.

 

<궁핍한 시대의 詩人>(김우창, 민음사, 1977)이라는 두툼한 책을 뽑아듭니다. 네 갈래로 나누어 자기 생각을 펼치는데, 첫째는 '궁핍한 시대의 시인', 둘째는 '예술가의 양심과 자유', 셋째는 '비평과 현실', 넷째는 '방법에 대하여'입니다. 한자를 그대로 드러내어 쓴 김우창님 글인데, 한글로 적었어도 딱딱하다고 느껴집니다. 차례를 살피니 '말과 現實'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무엇을 이야기하는 글일까, 다른 글보다 이 글을 먼저 읽어 보아야겠구나.

 

.. 가령 한자어를 대신하여 고운 우리 말을 쓴다고 하여 나타나는 인위적인 雅語化 경향은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경향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 자체로는 국어순화 노력의 상당 부분이 그렇듯이 이러나저러나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고, 또 문학사에 고운말로 문학을 하고 말을 정화하겠다는 노력이 으레껏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생각할 때, 새삼스럽게 문제삼을 것도 없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국어순화운동의 근본개념은 곧 문학적 스타일의 근본개념에 통하는 까닭에 한 번쯤 생각해 볼 수는 있는 문제일 것이다 … 뿐만 아니라 대개의 雅語운동들이 그렇듯이, 고운말 운동은 사회 속에 성장해 가는 기묘한 安逸主義에도 통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安逸主義는 다분히 사회적인 모순들과 결탁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  (384∼385쪽/말과 現實)

 

김우창님이 이 글을 쓴 때가 1970년대. 이때는 한글학회 학자와 여느 시민들이 힘을 내어 '우리 말 바르게 쓰기'를 하자고 외치기도 했으나, 박정희 독재자가 공무원을 닦달하며 '국어순화운동'을 하기도 했던 때. 이리하여 1977년에는 정부에서 <국어순화자료집>을 펴내어 여러 기관과 언론사와 학교에 뿌리기도 합니다(중앙정보부에서는 북녘이 꾀한 '말 다듬기' 자료를 모아서 1973년에 극비문서로 언론사에만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나저나, 사회평론과 문학평론을 하는 분 눈에는 어떤 모습이 비쳐졌을까요. 한글학자와 시민들 움직임은 아무래도 모자라다고 느껴졌을까요. 여느 시민들 움직임보다 독재권력자 모습이 눈에 더 들어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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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책시렁 위층과 아래층으로 이루어진 <숨어있는 책>. 이곳에서 반가운 책을 찾는 몫은 우리한테 주어져 있습니다. ⓒ 최종규

▲ 아래층 책시렁 위층과 아래층으로 이루어진 <숨어있는 책>. 이곳에서 반가운 책을 찾는 몫은 우리한테 주어져 있습니다. ⓒ 최종규

"문학사에 고운 말로 문학을 하고 말을 정화하겠다는 노력이 으레껏 실패로 끝났다"고 적어 놓지만, 우리가 돌아보는 '시대를 울린 훌륭한 문학'이라고 하는 작품들은 거의 모두 '우리 삶에 바탕을 둔 말을 잘 살려' 놓고 있습니다. 지식인들만이 즐기는 문학이 아니라, 지식인 아닌 사람들도 기꺼이 읽고 눈물을 흘리거나 웃음을 지으면서 두고두고 나누는 문학으로 자리 잡습니다. 현진건 문학이, 채만식 문학이, 염상섭 문학이, 황순원 문학이, 김유정 문학이, 현덕 문학이, 또 윤동주 문학이, 김소월 문학이, 얼마나 말을 잘 살린 문학들이었는지요.

 

곰곰이 살피면, 이분들 문학은 '말을 살리려는 문학'은 아닙니다.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삶과 넋을 살리려는 움직임을 담았던 문학이었다고 느낍니다. 이러는 가운데 문학에 담기는 말이 어떠해야 하느냐를 가만히 돌아보았다고 느낍니다. 글을 쓰면서 펼치는 문학이기에 '말을 어떻게 쓰느냐'는 몹시 중요합니다.

 

.. 의견의 불일치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사실에는 대개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즉 언어의 참다운 기능은 곱상스러움을 나타내는 데보다는 진실의 전달에 있다는 것이다. 이 진실은 우리 사회에 사는 인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면적인 경험에 걸치는 진실이어야 한다 ..  (389쪽)

 

'우리 말 바르게 쓰기'는 '말을 곱상스럽게 쓰기'가 조금도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무엇을'과 '어떻게'와 '왜'라는 대목을 담아내야 합니다. "진실의 전달"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진실의 전달을 어떻게' 하려는지, '어떤 진실을 왜 전달'하려는지가 뚜렷하게 서야 합니다. 그리고 뚜렷하게 서도록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 외래어의 무분별한 사용에서 일어나는 것은 이러한 언어세계, 아울러 세계 자체의 빈곤화이다. 어떤 때 우리 자신의 말로도 넉넉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引用句를 빌어 말할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引用句가 우리의 표현, 또 세계 인식에 줄 수 있는 깊이 있는 울림을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말은 이상적인 상태에서 늘 역사의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 즉 우리가 쓰는 말은 늘 다른 사람이 썼던 말이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말과 인식은 풍부하고 섬세한 것이 되는 것이다 ..  (380쪽)

 

김우창님한테는 무엇이 중요했을까요. 김우창님은 우리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까요. 김우창님이 쓰는 '다른 사람이 썼던 말'은 어떠한 말일까요. '김우창님 인식을 풍부하고 섬세하게 해 준 말'은 어떤 말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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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 한켠 기다리는 책은 숨어 있는 셈일는지, 아직 우리 눈이 트이지 않은 셈일는지요. ⓒ 최종규

▲ 책시렁 한켠 기다리는 책은 숨어 있는 셈일는지, 아직 우리 눈이 트이지 않은 셈일는지요. ⓒ 최종규
김우창님은 '주어진 다른 글이나 논문이나 책'을 평론하기만 하는 사람일까요. 당신이 쓴 글은 당신이 글을 쓴 그때 그 둘레 사람들한테만 읽히는 글로 남을지, 당신이 글을 쓰고 난 뒤에 새로 태어나는 사람도 읽으면서 생각할 글로 이어갈지를 놓고는 얼마나 곰곰이 따져 보았을는지요. 서른 해 뒤에도 당신 글을 읽을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을까요. 쉰 해 뒤에, 또는 백 해나 이백 해 뒤에도 당신 글을 읽을 사람이 있는 줄 헤아려 보았을까요.

 

<사진사>(이안 제프리/포토테크니커 클럽 옮김, 해뜸, 1986)라는 책을 집어듭니다. 집어들어서 읽기는 하는데, 읽다가 덮다가, 다시 읽다가 덮다가. 또 읽다가 덮다가 되풀이합니다. 서양사람이 바라보거나 느끼는 사진 역사하고, 한국사람이 바라보거나 느끼는 사진 역사가 벌어져서 그러한가, 번역이 잘 안 되어서 그런가, 무엇보다도 제 스스로 사진 역사를 공부한 깊이가 얕아서 그러한가, 알쏭달쏭인 한편 아쉽습니다.

 

.. 사진가들은 계속적으로 사회와 자연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나, 점차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고 싶어했다. 그들은 점차, 특히 미국에서, 세계는 개인의 눈을 통해 보여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 평화로운 날에 대한 영상의 필요성은 전쟁 참사의 경험에서 비롯됐지만, 일단 그러한 시기가 도래하자 사진가들, 특히 도큐멘터리 사진가들은 그들의 관심을 사회생활의 어두운 쪽으로 돌려 어쩐지 불안한 듯하거나 우울한 것은 무엇이든지 찾았다. 그들은 그들 선배들의 희망에 가득 차 있고 우아한 영상을 도시의 빈터에 있는 거칠고 소외된 인간-주로 미국인-의 사진들로 반박했다. 그들은 광고에나 있을 법한 동시대인들의 자비로운 광경을 인정하지 않았다 ..  (254,256쪽)

 

아쉬운 대목이 엿보인다고 해도, 아쉬움을 잠깐 옆으로 밀어 놓고, 고개 숙여 배울 대목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울 대목은 배우면서, 아쉬운 대목은 아쉬운 대목대로 제 스스로 좀 더 바지런히 찾아보고 부대끼고 곰삭이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기쁘게 배울 수 있는 한편, 얄궂은 이야기를 씁쓸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3) 문닫은 헌책방 소식

 

<하느님에 대한 욥의 물음>(헤르베르트 하아크/김윤주 옮김, 분도출판사, 1975)이라는 조그마한 책이 보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욥기 한 가지를 놓고서 풀어쓴 책입니다. 책은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몇 쪽 되지 않는 판에 하고픈 말을 다 집어넣도록,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버스역이나 기차역에 서서 잠깐 기다리는 동안 다 읽을 수 있도록, 누군가와 만나기로 한 곳에서 기다리는 동안 다 읽어낼 수 있을 만큼, 단출하고 가볍게 엮어내는 책을 잘 빚어낼 수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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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책 책은 이처럼 조그맣고 단출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분도출판사

▲ 조그마한 책 책은 이처럼 조그맣고 단출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분도출판사

.. 인간은 그러면서 실제로는 자신을 하느님 아래에 두지 않고 하느님 위에 두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은 하느님을 자기 마음대로 처리하며, 모든 문제가 거침없이 해결되고 정리되는 어떤 체계의 희생으로 만드는 것이다 ..  (35쪽)

 

사람은 하느님만 자기 아래에 두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우리 사람은 이웃도 자기 아래에 두기 일쑤입니다. 자기 동무를, 자기 식구를 자기 아래에 두기도 합니다. 자기 손윗사람이나 손아랫사람을 자기 아래에 두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지금 이웃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가를 조금도 못 느끼기도 합니다.

 

.. 그리스도 신자는 하느님이 이 세상에 고난을 보내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그는 하느님이 이 세상의 고난을 없애 주시지 않으며 해명조차 해 주시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오히려 하느님은 인간과 함께 이 세상의 고난을 짊어지시는 그런 분이시다 ..  (47쪽)

 

고단함과 괴로움과 힘겨움을 짊어지시는 하느님. 그렇다면 이러한 하느님을 믿는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짊어지고 있을까요. 하느님이 세상 모든 고단함을 짊어지고 있으니 하느님 믿는 사람은 가뿐하게 살아가면 되는지. 하느님 믿는 사람은 세상에 발을 딛고 있는 동안에는 자기 둘레에서 무슨 짐을 짊어져야 하는가를 돌아보거나 찾아야 하는지. 하느님 믿는 사람이 아니어도 자기 어깨에 무엇이 얹혀 있는지를 살피고, 자기 두 손에는 무엇을 들고 있는지 헤아릴 일은 아닐는지.

 

이럭저럭 책 구경을 하는 동안 시간이 늦어집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너무 늦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이 꽉꽉 미어터져서 몹시 괴롭습니다. 여느 국철을 타든 급행을 타든, 새벽바람으로 인천에서 서울로 가는 수많은 사람(회사 노동자, 공장 노동자, 대학생)들이 밤바람으로 서울에서 인천으로 돌아갑니다.

 

기나긴 전철과 버스에서 시달리고 치이는 이들은 아침이나 저녁이나 고달픈 얼굴들입니다. 하루 네다섯 시간을 전철이나 버스에서 보내니 날마다 잠이 모자라고, 그날따라 일터나 학교에서 짜증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고달플 터이니 날카롭기 그지없습니다. 이맛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많을밖에 없습니다. 선 채로 손잡이를 잡고 꾸벅꾸벅 졸거나 자기도 합니다.

 

그나마 우리 집 쪽으로는 삼화고속 버스가 다니지 않습니다. 대여섯 해 앞서까지는 다녔는데, 옛 도심지 사람들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버스길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면서 연수동과 송도 새도시나 영종도 새도시 들로 가는 버스길이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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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대 옆자리 셈대 옆에는 재즈 음반을 가득 꽂아 놓고 있습니다. 하나씩 돌리면서, 책을 구경하는 이들 귀를 즐겁게 해 줍니다. ⓒ 최종규

▲ 셈대 옆자리 셈대 옆에는 재즈 음반을 가득 꽂아 놓고 있습니다. 하나씩 돌리면서, 책을 구경하는 이들 귀를 즐겁게 해 줍니다. ⓒ 최종규

책방을 나서기 앞서, '숨어있는 책' 아저씨한테 헌책방 한 곳 문 닫은 소식을 듣습니다. 당신이 그 헌책방에 가서 책을 치워 주었다고 합니다. 늘그막까지 헌책 하나 만지며 살아온 분이 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 앞으로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번듯한 은퇴식 하나 없고, 당신이 모아 왔던 책을 쓸쓸하게 내어주고 '퇴직금'처럼 마지막 돈을 쥐고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이제는 한 짐 덜고 느긋하게 쉴 수 있을까. 그러나 헌책방 일꾼이 가게를 치우고 떠날 때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돈이란 여느 회사 퇴직금하고 견주면 1/100쯤인데.

덧붙이는 글 | - 서울 신촌 '숨어있는 책' / 02) 333-1041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헌책방+책+우리 말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08.04.22 11:2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서울 신촌 '숨어있는 책' / 02) 333-1041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헌책방+책+우리 말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헌책방 #숨어있는책 #김우창 #서울 #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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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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