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석 땅 찾아간 <동아>는 왜 특종 못했나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한겨레><조선>과 같이 취재하고 정반대 결론

등록 2008.04.25 15:05수정 2008.04.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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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석 사회정책수석(자료사진). ⓒ 연합뉴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자료사진). ⓒ 연합뉴스

"박 수석과 땅을 함께 산 김아무개씨 등이 찾아와 자경확인서를 써 달라기에 그들이 말하는 대로 써줬다."

 

"서울 사람들은 이따금 찾아와 논을 둘러보고 갈 뿐 직접 농사를 짓진 않는다."

 

땅 투기와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 남편이 보유하고 있는 영종도 땅 문제와 관련한 현지 주민 양모씨의 증언이다.

 

<한겨레>는 이들 현지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오늘 '특종'을 올렸다. 박미석 수석이 남편의 투기 목적 농지 매입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낸 '자경확인서'가 조작된 것이라는 1면 머리기사는 바로 이들 현지 주민들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특종, 왜 <한겨레>만?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당연히 제기될 법한 의문을 갖고 현장에 가보았다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뻔한 시골에서 애당초 거짓말을 통할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수고'를 한 언론은 몇 안 됐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정도가 <한겨레>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동아일보>의 기자는 <한겨레>나 <조선일보> 기자와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 된 일일까.

 

<조선일보>는 박 수석 남편의 영종도 땅에 대해서 "구입과정 뿐 아니라 구입 시점, 보유 방식 모두 의혹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구입과정부터 논란거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수석 남편이 구입할 당시에는 영농계획서가 필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영농계획서를 첨부한 농지취득 자격 증명을 받아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의 해명 자체가 엉터리였던 것이다.

 

보유 방식과 관련한 취재에서 <조선일보>는 <한겨레>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현지 확인 결과 "이 땅은 현재 양모씨가 경작하고 있"으며 "농지 주인 3명은 1년에 5~6차례 내려와 한번 둘러보고 갈 뿐"으로 “모내기부터 벼베기까지 모든 농사일을 내(양 모씨)가 다 한 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명백하게 직접 농사를 짓도록 돼 있는 농지법 위반이라는 결론이다.

 

같은 현장 다른 기사... <동아일보>의 결론은?

 

하지만 <동아일보>기사는 <한겨레>나 <조선일보>와는 다르다. <동아일보>는 운복동 경작에 참여한 '주민 A씨의 부인'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대리경작은 아니다. 2003년부터 박 수석 등이 농업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봄철에 못자리를 낼 때와 가을에 추수할 때 도움을 요청했다."

 

한 마디로 '대리'로 경작해 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봄철 못자리 낼 때나 가을 추수 때 도와준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 수석이 제시한 '자경확인서'의 내용을 간접 뒷받침해주는 듯 한 증언이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기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헷갈리게 된다. 이런 대목 때문이다.

 

"토지 공동 소유주들이 바쁘면 같이 와서 일을 할 때도 있었고, 바쁘지 않을 때에는 우리 부부에게만 시킬 때도 있었다. ……18일 공동 소유주 가운데 한 사람이 전화를 걸어 못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올해도 농사를 지으려고 한 것 같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토지 공동소유주'들이 농사를 직접 지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신 지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전체적인 '뉘앙스'로만 보자면 토지소유자들이 '올해도 농사를 지으려고 한 것 같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한겨레>나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자면 이 농지를 대신 경작해준 사람은 '양모씨'다. 따라서 <동아일보>가 인용한 취재원은 '양모씨의 부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동아일보>의 기사는 전체적으로 사실 관계 자체가 그것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상당히 모호하다. 하지만 "모내기부터 벼베기까지 모든 농사일을 다 양모씨가 한다"는 <한겨레>나 <조선일보> 보도 내용과는 딴 판인 것만은 분명하다. <동아일보>의 기사는 어디까지나 "대리경작이 아니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은 곧 밝혀진다

 

무엇이 진실인가. 이는 곧 밝혀질 것이다. <한겨레>는 이들 현지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자경확인서' 자체가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현장 확인이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한 보도라고 할 만 하다.

 

그래서다. <동아일보>의 이번 기사가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똑같이 '현장 확인 취재'를 해놓고도 어떻게 이리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을까? 뭔가 눈에 씌어도 단단히 씌었다고 밖에는 달리 보기 어렵다. 그 '결론'을 지켜보자.

#박미석 #투기 의혹 #이명박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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