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괴담'은 거짓? 과장? 혹은 사실?

과학적 논란 있는 부분, 정부의 일방적 해명으로 불신 키워

등록 2008.05.07 13:52수정 2008.05.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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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쇠고기시장 전면개방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광우병 괴담'이 여론을 악화시킨다고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미국산 쇠고기 완전 개방을 앞두고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의혹이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 등에 올라오는 광우병 위험성을 제기한 글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는 어린 학생 등 수많은 시민들을 거리에서 촛불을 들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반면 정부, 한나라당, 보수 언론들은 어린 학생들이나 네티즌들이 '인터넷 괴담'에 현혹됐다고 주장하며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의혹 해소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정부는 2일과 6일 당국자들을 총출동시켜 '끝장 질의응답'을 열었고, 보수언론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광우병에 관한 의혹들은 괴담일까, 사실일까? <오마이뉴스>가 이를 확인해본 결과, 이른바 '인터넷 괴담'은 일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도 있었지만, 정부가 사태 수습을 위해 객관적 사실을 호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정부가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정부의 해명을 100%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논란이 있지만, "100% 안전하다",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려 죽는다" 등 일방적인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① 한국인은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현재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의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이 논란은 한림대 의대 김용선 교수팀이 지난 2004년 5월 발표한 논문을 몇몇 언론에서 인용하면서 시작됐다.

문화방송  <PD 수첩> 등은 "이 논문은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광우병과 한국인 유전자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논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논문은 지금껏 영국에서 발생한 인간 광우병 환자 모두가 프리온 단백질 염기서열 129번의 유전자형이 모두 메티오닌-메티오닌 형(M/M형)으로 나타났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어 김 교수팀이 한국인 5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94.3%가 129번 유전자형이 메티오닌-메티오닌 형(M/M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인이 36.8%, 미국인이 50%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특정한 유전자 하나가 인간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적인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6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측 민간 전문가로 나선 김윤중 한림대 의대 교수는 "인종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M/M형이 광우병에 취약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은 아직 과학적인 연구가 더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강기갑 의원이 5일 공개한 지난해 9월 농림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민족이 광우병에 유전적으로 민감하다"고 밝혔다.

② 소를 이용해 만드는 화장품, 의약품 등을 사용해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6일 홈페이지에 올린 '광우병 괴담 10문 10답'을 통해 "정말 괴담"이라며 "의약품, 화장품에 사용되는 젤라틴이나 콜라겐은 소가죽 등을 이용해 생산되는데, 여기엔 광우병 원인 물질인 변형 프리온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6일 한미 쇠고기 협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의약품, 화장품에 사용되는 것은 자국의 기준에 따라서 (수입)하는 것"이라며 "광우병 위험국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과학적 논란이 있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도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정부의 태도는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정부의 해명을 100% 신뢰하기 힘들게 한다.

③ 미국인이 먹는 쇠고기와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쇠고기는 다르다

정부는 "우리가 수입하는 쇠고기는 재미교포 250만명, 미국인 3억명이 먹는 것과 똑같은 품질의 쇠고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뼈를 고아먹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미국인은 거의 먹지 않는 사골 등을 들여온다. 우리가 소비하는 소의 머리, 내장 등도 미국인은 거의 먹지 않는다.

또한 미국에서는 연령 30개월 이상된 소의 쇠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에선 도축되는 소의 20% 가량이 30개월 이상 소다. 이러한 소는 보통 바로 식용으로 사용되지 않고 가공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등급이 낮은 고기로 분류돼 저소득층이 소비하거나 저개발국가에 수출된다. 

미국은 30개월 이상된 캐나다 소의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30개월 이상의 소도 수입하는 한국에 판매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인이 먹는 쇠고기와는 다를 수 있다.

④ 살코기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린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살코기로는 광우병을 유발하는 변형 프리온은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한 "인간 광우병은 광우병 감염 소의 특정위험물질(SRM)을 먹었을 때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말만 믿고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살코기만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미국의 검역시스템 하에선 살코기에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완벽히 제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2006년 9월,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지만,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SRM인 등뼈를 비롯해 갈비뼈 등이 지속적으로 발견돼 결국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전면 중단됐다. 미국 검역 시스템이 허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미국 도축장 중에는 30개월 이상인 소와 미만인 소의 도축라인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곳도 많아 교차 오염 가능성도 있다.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2일 정부 합동 기자회견에서 "SRM 제거로 90%의 광우병 위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해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에서 100%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⑤ 광우병은 전염병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광우병은 구제역과 달리 전염병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광우병 환자와 같이 생활한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없다. 전염성이 크지 않다는 말이다. 인간광우병의 발병 체계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 떠도는 것처럼 공기로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 광우병은 혈액에 의해 감염된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혈액에 의해 감염된 사례가 있었다. 혈액 관리가 부실한 우리나라의 경우, 헌혈로 인한 광우병 전염 가능성이 있다.

⑥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위험은 상당히 낮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신동천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영국에서 광우병에 대해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을 때를 단순 계산해도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은 사람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100만분의 1이었다"며 "현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광우병 발병 체계 등 광우병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과도하게 광우병 위험성을 부풀리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100%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도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가 식탁에 올라와선 안 되고, 추천돼서도 안 된다"며 "앞으로 광우병 발생이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⑦ 프리온이 화씨 600도(섭씨 315도)에도 견딘다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정부는 이에 대해 "광우병 위험 물질로 알려진 변형 프리온은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병원균이 아니고, 단백질이 변형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것처럼 섭씨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프리온이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일상적 조리 방법으로는 변형 프리온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게 학설"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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