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의 악몽, 되살아날까?

[심층진단 1] 본게임으로 향하는 6자회담

등록 2008.05.14 13:59수정 2008.05.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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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신고 문제로 꽉 막혔던 6자회담이 북한의 핵관련 자료 제출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9월 19일 낮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담을 성공리에 마친 6개국 대표들이 회담 직후 손을 맞잡고 이를 축하하고 있는 장면(자료사진). ⓒ 연합뉴스 성연재

북핵 신고 문제로 꽉 막혔던 6자회담이 북한의 핵관련 자료 제출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9월 19일 낮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담을 성공리에 마친 6개국 대표들이 회담 직후 손을 맞잡고 이를 축하하고 있는 장면(자료사진). ⓒ 연합뉴스 성연재

북핵 신고 문제로 꽉 막혔던 6자회담이 북한의 핵관련 자료 제출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성김 국무부 한국 과장이 받아온 자료에는 1986년 이후 영변 5MWe(megawatts electric/메가와트)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의 가동과 생산 기록이 담겨 있다. 국무부는 "북한의 핵신고를 검증하는데 중요한 첫 단계가 될 것"이라며, 북한의 자료 제공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완전한 검증을 위해서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시료 채취와 관계자들과의 인터뷰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태도다. 이와 관련해 성김 과장은 북한이 검증 활동에 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일단 북핵 해결에서 가장 까다로운 검증 문제와 관련해 북미간에 신뢰와 협력체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북핵 검증과 관련해 관심의 초점은 단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 분량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50kg 정도로 추정한 바 있고, 북한은 30kg 정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루토늄 20kg은 핵무기 3-4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 부시 행정부가 그냥 지나치기 힘든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미국 강경파들은 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반격의 카드'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일단 2002년 10월 2차 핵위기 이후 북한이 확보한 플루토늄에 대한 확인은 상대적으로 쉽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8천여개의 사용후 연료봉을 수조에 보관했다. 그러나 2002년 말 제네바 합의가 깨진 직후인 2003년 4월부터 재처리에 들어가 20-28kg 정도의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또한 2003년 초부터 5MWe 원자로를 재가동해 2005년 4월경에 연료봉을 교체하고 폐연료봉을 재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이 추출할 수 있는 플루토늄은 13-17kg 정도이다. 이 둘을 합치면 북한이 33-45kg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추정치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작업 손실률에 따른 것이다. 이 가운데 북한이 2006년 10월 핵실험 때 사용한 분량 5kg 안팎을 제외하면 북한이 2003년 이후 재처리해 현재 갖고 있는 플루토늄은 28-40kg 정도라고 추정할 수 있다.

 

16년 전의 진실게임, 밝혀질까?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근거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50kg으로 제시한 것일까? 이러한 주장의 근원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실험용으로 90g 정도 추출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보기관과 IAEA는 89년부터 91년까지 북한이 재처리한 분량은 10kg 안팎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미국의 정보기관은 북한이 IRT 실험용 원자로에서도 1-2kg 정도 추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제네바 합의 이전에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 분량을 10-12kg 정도로 보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90g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50kg이라고 추정한 배경에는 작업손실률이 거의 없고 북한이 제네바 합의 이전에 이미 10kg 이상의 플루토늄을 보유했다는 정보 판단이 들어있다. 반면 북한이 30kg이라고 말한 데에는 작업손실률이 높고 제네바 합의 이전에 추출한 분량이 90g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깔려 있다.

 

결국 북한 플루토늄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 향방의 핵심은 16년 전의 진실게임으로 돌아간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미국에 제공한 핵관련 자료는 5MWe 원자로가 가동되기 시작한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재처리 일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자료 분석을 통한 1차 검증은 가능해진다.

 

따라서 향후 6자회담의 1차 관문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자료 분석 결과 미국측 추정치(10kg)에 가까운 결과가 나온다면, 북한은 과거에 거짓 보고를 해 한반도 위기를 야기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뒤늦게라도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한 셈이 되기 때문에 그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자료 분석 결과 북한의 주장에 근접한 분량(90g)이 나온다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당장 미국 강경파들은 북한이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을 문제삼고 나올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특별사찰 문제도 또 다시 불거지게 될 것이다. 특별사찰을 통해 검증을 완료하는 데까지는 1년 안팎이 걸린다는 점에서 또 다시 6자회담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북한의 주장에 근접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부시 행정부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며 확인하고 또 확인하려고 든다면 '임기 내 북핵 해결'은 물건너 가게 된다. 반면 아버지 부시 행정부의 오류를 인정하려고 할 경우, 이른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북핵 위기의 1차적 책임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게 돌아가게 된다. '임기 내 북핵 해결'이라는 업적과 '아버지의 체면' 사이에서 부시 대통령이 갈팡질팡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북미 간에 이 문제를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풀고자 하는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로 모인다. 북한의 과거 핵활동을 둘러싼 진실게임의 파장이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점쳐볼 순 있다. 그러나 북미 양측이 기존 방침을 번복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에서 사전 협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 사안은 여전히 폭발력이 강한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핵, 지속적인 해결 추구해야

 

북한의 과거핵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선택의 핵심은 검증을 통한 진실규명을 다른 사안과 연계시킬 것인지, 아니면 분리하되 지속적인 해결책을 추구할 것인지에 있다. 연계를 시킨다는 것은 이 문제가 해소되기까지 경수로 제공,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핵심적인 상응조치의 제공을 늦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행동 대 행동'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북한 역시 핵폐기를 지연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따라서 플루토늄 문제 해결을 두 단계로 나눠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상대적으로 문제 해결이 용이한 2003년 이후에 만들어진 플루토늄부터 검증·폐기하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과거 핵활동을 말끔히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IAEA 추가의정서에 서명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IAEA 추가의정서에 서명하면, 사찰 대상은 신고 시설뿐만 아니라 의심 시설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IAEA는 우라늄 광산, 핵연료 생산시설 및 농축 시설, 그리고 재처리 결과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등 북한의 전체 핵주기에 대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핵활동에 대한 높은 수준의 검증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신속한 해결은 어렵지만, 지속적인 해결은 가능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16년 전 한반도를 전쟁위기로까지 몰아넣었던 악몽은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분량과 미국과 IAEA가 추정한 분량 사이의 '불일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치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에 이어질 글: 김정일과 부시, 어디까지 갈까?

2008.05.14 13:5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다음에 이어질 글: 김정일과 부시, 어디까지 갈까?
#북핵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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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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