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협력, 맹신하다 뒤통수 맞을 수도

한국인보다 더 독도를 사랑하는 '한국인' 호사카 유지 교수

등록 2008.05.21 11:03수정 2008.05.21 11:03
0
원고료로 응원
20일 한국외대 대학원 로비에서는 '독도바로알기 전시회'가 열렸다. '독도 vs 다케시마'라는 테마로 진행된 이 행사는 한국외대 독도연구회에서 주최했다. 한국 측의 주장만 설명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일본 측의 자료도 같이 전시해 관람하는 이에게 판단의 몫을 부여했다.
 

a

독도바로알기 전시회 한국외대 독도연구회가 주최한 '독도바로알기 전시회' ⓒ 김민석

▲ 독도바로알기 전시회 한국외대 독도연구회가 주최한 '독도바로알기 전시회' ⓒ 김민석

같은 날 대학원 소강당에서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초청특강이 있었다. 주제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의 허구성'이었다. 흔히 호사카 유지를 '독도가 한국 땅임을 주장하는 일본인 학자'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일본인 학자'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그는 2003년에 대한민국으로 귀화한 엄연한 '한국인 학자'다. 독도영유권 문제에 관해 천착하고 있는 그는 "한국 측에서 일본의 주장을 무시하고 있다. 허나, 일본의 주장이 없이는 '독도 문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뼈 있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독도에 대한 '기초 지식'은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 독도에 대한 개괄을 설명했다. ▲ 역사적으로 한국은 독도를 우산도, 삼봉도, 가지도, 석도(石島) 등으로 불렀다. ▲ 일본은 역사적으로 울릉도를 다케시마(竹島), 독도를 마쓰시마(松島)라고 불렀다. ▲ 일본에서 19세기 후반에 명칭이 혼란되어, 울릉도가 마쓰시마가 되고 독도는 주로 '량꼬토'라고 불리게 되었다. ▲ 일본에서 독도가 다케시마(竹島)로 불린 것은 1905년 이후다.

 

늦어도 17세기 중엽에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확립했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서 호사카 유지 교수는 다음과 같은 근거로 반박을 했다. ▲ 독도는 울릉도의 속도. ▲ 에도 시대의 관인지도에 독도는 없다. ▲ 일본의 공식 입장에서 메이지 시대(1863~1912), 특히 1905년까지의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 시대의 문헌과 지도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

호사카 유지 교수 한국외대 대학원 소강당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 ⓒ 김민석

▲ 호사카 유지 교수 한국외대 대학원 소강당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 ⓒ 김민석

고(古)지도를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한국과 일본 각각의 주장을 비교해서 설명해주던 그는 최근의 동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해결하자는 게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것은 틀린 이야기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 이후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자는 식의 언급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독도와 관련해 문제가 있을 경우 외교를 통해 해결하자는 게 일본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고, 최근 (만약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시) 일본에 불리한 자료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덧붙여 말해주었다.

 

대일강화조약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 1952년 4월에 발효된 대일강화조약에는 일본영토에서 한반도와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를 제외시킨다고 명기되었으나 독도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그래서 일본은 독도가 일본 영토로 남겨졌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1946년에 연합군 총사령부가 일본정부에 보낸 SCAPIN677호 문서에는 독도가 확실히 한국영토로 기재되어 있었고 대일강화조약 5차 초안까지도 독도는 한국영토로 되어 있었다. ▲ 여기에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6차 초안에서는 독도가 한때 일본영토로 기재되었다. 이에 영국과 호주가 반대하여 결국 대일강화조약에서 독도의 이름은 아예 삭제되었다.

 

지식인을 제외한 대다수의 일본인은 독도 문제를 잘 모른다며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한일 관계는 협력과 갈등이라는 모순 관계라 진단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혹은 신(新)한일관계를 지나치게 운운하다가는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일본은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취하기에 한국에도 4~5년 후의 일본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학자들이 많아야 함을 주장했다.

 

다음은 강연이 끝난 다음 호사카 유지 교수와 일문일답.

 

a

호사카 유지 교수 ⓒ 김민석

호사카 유지 교수 ⓒ 김민석

-진보적인 색깔의 정권에서 보수적 성향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이전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대일(對日) 관계를 중요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향후 독도 정책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큰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지금도 충분히 감지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독도 연구 방향, 예컨대 정부 여러 부처에서 진행하고 있는 독도 연구 내용들이 노무현 정권 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걸 보면 학술적인 연구 등의 독도 관련 활동을 축소시킬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 정부는) 표면적으로 갈등이 노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겠지만, 영토 문제에 대한 대비는 계속할 것입니다. 이번 사태(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를 일본 고유영토로 교과서에 표기하기로 방침이 정해졌다는 언론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은 독도 문제에 있어 계속해서 도전해올 가능성이 큽니다.

 

독도 문제가 다시 양국에서 이슈화되는 상황이 오면 이명박 정부는 한일 우호관계를 기본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할 것입니다. 행여 경제 살리기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즉각 독도 관련 이슈에 '소화(消火) 작업'을 하리라 예상됩니다. 우려되는 점은 축소시키거나 소화 시킬 수 없을 만큼 큰 이슈가 터질 개연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학교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시니 질문 드리겠습니다. 독도 문제를 접근하는 데 있어 대학생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독도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 숙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논리적인 이해가 독도 관련 운동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료적으로 정확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혹시 '독도 괴담'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이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의 성격상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에 인터넷은 자칫 책임회피의 공간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댓글을 하나 달 때에도 기본적인 양심이 있어야 합니다. 더 냉정하고 양식 있는 네티즌 의식이 함양되었으면 합니다."

2008.05.21 11:03 ⓒ 2008 OhmyNews
#호사카 유지 #외대 #세종대 #독도 #독도연구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