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패셔널 어륀지정권'의 '아마추어 쇼'

쇠고기 협상 과정에 드러난 총체적 부실

등록 2008.05.28 07:15수정 2008.05.2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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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투항을 부추긴 '보이지 않는 검은 손'

 

이른바 '미친소'로 대변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이 좀 채 수그러들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애초에 검역주권회복으로 출발한 시민들의 촛불시위는,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통행하는 이명박 정권의 정책수행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시위 참가자의 주류도 학생에서 화이트칼라와 자영업자 등 광범위한 시민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정권 출범 3개월 만에 '이명박 OUT'을 외치는 구호가 등장하는가 하면, 검역주권회복으로 시작된 권리찾기 운동이 점차 정권과 시민사회의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격 허용 방침이 처음 공개될 당시만 하더라도 누구도 이 사태가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에까지 이르리라고는 감히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이후 이어지는 정부의 대응과정과 이명박식 국정마인드를 감안한다면 사태는 애시당초 도무지 다른 수순을 찾아 볼 수 없는 외길 수순이었다.

 

사실 이번 '미친소' 파문을 정부가 합리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협상단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아무런 검토 없이 무조건 수입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었다. 하지만 협상에 관여한 실무자 중 누구도 '무조건 수입결정에 관한 최종책임자를 결코 밝히'지 않았다.

 

협상에 임한 실무 책임자들이 통상과 축산 그리고 광우병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만 갖추고 있었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실무 차원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 체질이란 점을 협상 카드로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협상지침을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고,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이 왜 미국의 통상압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몰랐을 리가 없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쇠고기 수입 결정에 반발하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정부 대책 중 "일본과 대만 등의 협상타결 결과를 지켜본 다음 우리도 그(일본과 대만) 정도 수준에 맞추어 주도록 미국 측에 요구하겠다"고 방침을 표명한 것은 우리 협상단이 사실상 미국의 요구에 '백기투항'한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적어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협상단이 합의한 결과라고 보기에는 도저히 사리에 맞지 않는다. 오로지 '쇠고기 수입 허용이 '보이지 않는 검은 손'에 의해 일반적 통상협상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상태에서 전격 결정되었다'라고 봐야만 비로소 앞 뒤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제대로된 쇼를 보여달라"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미국의 상태를 점검하겠다'며 점검단 파견을 발표하며 미국행 비행기를 탈 당시, 이미 국민들은 점검단의 최종 보고서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이상없다"라는 해답지를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사실 정부가 이 삼류쇼에 대해 조금이라도 국민이 흥미를 갖게하려 했다면 점검단을 먼저 보내고, 수입허용 합의를 나중에 발표하는 것으로 순서를 바꾸었어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불과 10일 만에 미국의 소 사육농장과 도축장의 위생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미리 작성해 준 정답지를 들고 돌아 왔다. 결과가 훤히 보이는 쇼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이 얼마나 허탈한지 대통령과 정부는 알고 있을까?

 

지난 정부를 '아마추어 정권'이라며 사사건건 시비하던 '프로패셔널 어륀지 정권'이 국민의 생존권을 좌우할 공시문을 오역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한편의 블랙 코미디였다.

 

'정치를 하라'고, '경제를 살리라'고 뽑아준 정권이 연일 흥행 불발의 쇼를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쇼를 하려면 제대로 된 쇼를 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28 07:15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친소 #광우병 #이명박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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