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울산공장 노동자 자살 원인 논란

유서 5장 남기고 숨져... 노동계 "구조조정 탓"

등록 2008.05.28 15:34수정 2008.05.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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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효성 울산공장 노동자 이아무개씨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효성 울산공장 노동자 이아무개씨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기사대체 : 28일 저녁 8시 10분]
 
(주)효성 울산공장 노동자의 자살 원인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효성노동조합, 효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등에 따르면, 효성 울산공장 이아무개(42)씨가 지난 26일 울산 중구 다운동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씨는 5장의 유서를 남겼는데, 3장은 집에서, 나머지 2장은 현장에서 발견되었다.
 
민주노총은 이씨가 남긴 유서에 대해 "회사의 일방적인 배치전환과 강압적인 면담, 희망퇴직 유도 구조조정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을 선택했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효성 측은 "고인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고, 자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유서를 통해 유족인 2살, 8살의 두 자녀와 부인, 홀어머니한테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집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회사 동료 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은 명퇴 당하지 마세요, 면담 지겨워 부서이동 힘들고 스트레스"라고 해 놓았으며, 사망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외국계 금융다단계회사의 이름을 적어 놓은 뒤 특정인의 이름과 함께 '약한 자를 짓밟는 자'라거나 '괴수'라는 표현을 해놓았다.
 
이씨는 1994년 효성 언양공장에 입사해 14년간 근무해 왔다. 이씨는 25일 오후 2시경 회사에 출근한다며 집을 나갔다가 연락이 두절되었다. 하루 뒤인 26일 오후 3시경 고인은 가족들과 자주 가던 다운동 집 앞 등산로 야산에서 목을 맨 채 사체로 유가족에게 발견되었다. 고인의 빈소는 울산 동강병원 영안실에 마련되었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구조조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그는 울산공장 방사1과에 2개월간 근무하고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되었으며, 최근 전환 배치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고인은 지난 22일 회사 회식 후 귀가하여 가스밸브를 열고 가족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부인이 만류해 중단하고 25일까지 휴가를 냈다"며 "당시 고인은 전환 배치 면담과 압박에 극심한 스트레스 고통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8일 이씨 사망과 관련한 성명서를 통해 "효성 울산공장의 비극은 이미 2000년 구조조정과 노조 파괴 당시부터 예고된 사건"이라며 "효성은 2000년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민주노조 파괴와 함께 노조 간부들 중심으로 대량 정리해고 사태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2001년부터 해마다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도 조합원들은 7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상여금 200% 삭감이 원상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강도는 살인적으로 강화시켰다"면서 "장시간 노동과 인원감축, 명예퇴직 강요, 배치전환 등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만들며, 정규직이 나간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며 노동착취의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효성자본은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백배 사과와 반성을 하고, 노동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노동조건 개선과 죽음으로 내모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노동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민주노총은 "효성 울산공장과 경찰은 고인의 유서에 기록된 책임자를 처벌하고, 올바른 진상조사를 통해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가혹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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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효성 울산공장 노동자 이아무개씨는 숨진 현장과 집에 모두 5장의 유서를 남겼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효성 울산공장 노동자 이아무개씨는 숨진 현장과 집에 모두 5장의 유서를 남겼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효성 "고인은 구조조정 대상 아니다, 자살 원인 관련 없어"
 
효성측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낸 성명서와 관련해 해명서를 냈다. 효성은 “고인의 자살 사건에 대하여 그 원인을 논하기에 앞서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민주노총 울산지부에서 이 사건을 두고 마치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처럼 왜곡하여 발표하였음에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효성은 "민주노총은 유서 내용을 사실대로 그대로 싣지 않고 자의적으로 편집하여 회사가 약한 자를 짓밟는 괴수집단인 양 선전선동하면서, 마치 사망의 원인이 회사의 구조조정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여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측은 "이번 자살 사건의 근본 원인은 고인이 유서에서 밝혔듯이 한 외국계 금융 다단계회사에 연류되어 고심해 오던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됨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
 
"구조조정으로 스트레스 받았다"는 유서 내용에 대해, 효성은 "고인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니라 동일부서(산자사생산팀) 내에서 근무지를 변경하는 업무분장의 변경이었다"면서 "이는 본인도 동의를 한 부분으로 이번 자살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더 이상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효성은 "민주노총 성명에는 유서에 언급된 특정인이 효성 관계자인 것처럼 표현하였으나 특정인은 외국계 금융 다단계회사 관계자로, 유서에는 '못된 괴수 폭력배 조직을 잘못 만나 먼저 가요, 괴수 ○○○ 이하 소탕해주소'라고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고인이 남긴 유서 전문이다.
 
[집에서 발견된 유서(3장)]
 
어머니 불초소생 죄송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아내 사랑합니다. 이○○ 사랑한다. …제매 동서 처재 장모님 기타 모든 분 사랑합니다. / 제가 길을 잘못 들어 이렇게 가족과 함께 떠납니다. 좋은 사람 못된 나 후회되고 회사 구조조정 힘겹네요. 여러분들 이 세상 잘 살아보소. 장모님 부탁합니다. 죄송합니다. / 회사동료 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은 명퇴 당하지 마세요. 면담 지겨워 부서이동 힘들고 스트레스. 잘 사세요. 이△△. 2005년 5월 22일 4시20분.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2장)]
회사 효성 직원 동료 여러분 사랑하고 믿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합니다. □□□ 회원께도 부탁합니다. 괴수 소탕하세요. / 약한 자 짓밟은 못된 썩은 놈 ○○○ 내가 저승에서 너를 기다린다. 인간도 아닌 ×× 너는 쓰레기야. / 사랑하는 아내 미안하고 사랑한다. 못난 사람을 용서하세요. 사랑하는 ○○ 씩씩하고 건강하게 아버지 못한 인생 너는 슬기롭게 살아라. 어머니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작은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동생들 미안하다. 못된 괴수 폭력배 조직을 잘못 만나 먼저 가요. 괴수 ○○○ 이하 소탕해 주소.
2008.05.28 15:34 ⓒ 2008 OhmyNews
#(주)효성 #노동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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