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종단 성직자들, 긴급 시국 성명 발표

28일 전주 코아백화점 앞에서 고시 철회와 한미FTA 백지화 촉구

등록 2008.05.29 10:57수정 2008.05.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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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성명 긴급시국성명서를 발표하는 전북종교인 협의회 성직자들 ⓒ 최종수

▲ 시국성명 긴급시국성명서를 발표하는 전북종교인 협의회 성직자들 ⓒ 최종수

전북지역 5개 종단(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의 성직자들로 구성된 전북종교인협의회는 28일 오전 11시 전주 코아백화점 앞에서 현 시국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미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국민의 요구가 전국 거리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양심의 빛과 정의의 촛불을 더하며 이병렬씨 쾌유를 빌고 고시철회와 쇠고기 재협상, 모든 민영화와 한미FTA 백지화를 촉구했다.

 

성직자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 25일 오후 6시경에 이병렬씨가 분신한 전주코아백화점 앞에서 이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탄압하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긴급 시국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북지역 종교인협회 남궁단(원불교) 회장은 여는 말에서 "우리의 형제인 이병렬씨가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몸을 불사르는 참혹한 현장에 서 있다. 그분은 우리나라가 행복하고 살기 좋은 나라,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 희망의 씨앗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뜻을 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입원 치료중인 이병렬씨를 병문안한 천주교 최종수 신부는 "이병렬 씨가 사경을 헤매는 고통 속에 있는데, 그가 바라는 염원들을 이룩하기 위해 끝까지 기도하고 행동으로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 종단의 종교의식에 따라 이병렬씨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바쳤다. 이세우 목사는 "주권을 상실한 부끄러운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어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많은 민중들이 지금 거리 곳곳에서 시위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비하신 하나님께서 이병렬님의 상처를 빨리 낫게하여 그가 우리와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날을 허락하도록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기도했다.

 

3개 종단 대표들이 돌아가며 발표한 성명서에는 "이명박 정권은 귀를 닫아버리고 눈을 감아버리고 오로지 내뱉고 싶은 말만 해대는 폭군"이 되어가고 있으며 "치욕적인 광우병 쇠고기 수입협상, 대 국민 속임수 대운하건설, 상수도민영화, 공교육파탄의 교육자율화 조치, 신자유주의 시장논리 등"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은 1% 부자를 위해 대부분의 국민을 빈곤과 불안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미국과 부자들만의 정권으로 낙인찍히고 임기 5년 내내 국민들의 저항"을 받는 "이전 독재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를 희망했다. 앞으로 전북종교인협의회 성직자들은 "민심이 천심임을 믿으며 국민의 행복과 희망이 되살려지는 그날까지" 간절히 기도하며 국민들과 촛불을 모아 행동으로 연대할 것을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전북지역 5개종단의 성직자들이 현 시국에 대한 염려와 함께 평화와 소망이 있는 세상을 염원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희망이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던 우리의 형제!

 

3일 전 우리가 서있는 바로 이곳에서 고귀한 한 생명이 자신의 몸을 불태웠습니다.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처럼 살고 싶었던 바로 우리의 소중한 이웃입니다.

 

이병렬씨는 그렇게 불살라지는 몸으로 이명박 정권을 꾸짖었습니다. 희망이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사람처럼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라고! 우리에게 더 이상 광우병소고기를 먹게 하지 말라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게 자신의 몸을 살라 절규했습니다.

 

국민을 한없이 옥죄는 신자유주의 시장논리!

 

한미FTA 추진 강행을 비롯하여 저질러지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은 1% 부자를 위해 대부분의 국민을 빈곤과 불안으로 내모는 것들뿐입니다. 치욕적인 광우병 쇠고기 수입협상, 세금은 한 푼도 안 들여 건설하겠다는 대 국민 속임수 대운하건설, 마실 물조차도 돈 없으면 먹지 말라는 상수도 민영화, 공교육 파탄의 교육자율화 조치, 앞으로 얼마나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시장논리가 우리 서민들을 옥죄어올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이제 돈 없으면, 물도 못 먹고! 돈 없으면, 병원도 못가고! 돈 없으면, 교육도 못 받는 세상,

이 세상에서 내 몸으로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도 없는 세상, 취임 100일 만에 국민의 소망을 앗아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은, 이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진퇴를 고민해야 합니다.

 

경고의 메시지 촛불집회!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거리로 나서고, 국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청와대 앞으로 행진했습니다. 국민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조차 안하는 정부의 무시전략에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저 사람처럼, 행복하게 살고픈 희망을 품은 국민들이 더 이상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참지 못하고 분노의 촛불을 들고 행진한 것입니다.

 

교복 입은 어린 학생들도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공부를 할수록 이 나라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는 학생들! 희망을 빼앗아가는 이 나라의 현 정권!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국민들을 반미, 좌파세력으로 매도하며 배후론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들은 왜 촛불이 한없이 피어났는지 진정 알지 못합니다. 그저 폭력으로 진압하고, 잡아들이고, 조사하고, 위협을 하여 국민들의 뜻을 짓밟으려 합니다. 이명박 정권은 귀를 닫아버리고 눈을 감아버리고 오로지 내뱉고 싶은 말만 해대는 폭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경찰의 폭력진압에 부상을 당하고, 짓밟히고, 그제는 30여 명이 연행되어 갔습니다.

 

유신과 5공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은 하늘과 땅이 용서치 않을 것!

 

무섭습니다. 아직도 우리의 피부와 머리카락 한올 한올 서리처럼 서려있는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납니다. 언론장악을 시도하는 현 정권의 파렴치함을 보면서 피로 이루어낸 민주주의의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이명박 정부가 차라리 가련해 보입니다.

 

그렇게 물러설 국민들이 아닙니다. 독재 하에서 민주주의도 이룬 국민들이, 이루어진 민주주의를 독재에게 빼앗기겠습니까? 착각입니다. 촛불을 물대포로 끄면, 그 촛불은 국민의 마음으로 번지는 들불이 됩니다. 그것이 하늘의 법(法)입니다.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고 했습니다. 유신과 5공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은 하늘과 땅의 백성들이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미국과 부자들만의 정권으로 낙인찍히고 임기 5년 내내 국민들의 저항을 받으며 이전 독재자들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이제라고 마음을 돌이켜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인가가 그것입니다.

 

우리 성직자들은 민심이 천심임을 믿으며 국민의 행복과 희망이 되살려지는 그 날까지 간절히 기도하며 함께 연대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하늘의 능력을 구하며, 이병렬씨의 쾌유를 위해 기도합니다.

 

- 우리의 주장 -

-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염원인 쇠고기 협상 고시를 철회하고 재협상하라!

-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탄압하는 이명박 정부 규탄한다.

- 민중생존권 위협하는 모든 민영화 계획과 한미FTA 철회하라!

 

2008. 5. 28

 

상생과 평화를 위한 전북종교인협의회

#시국성명 #촛불 #쇠고기 #FTA #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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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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