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촛불문화제 '소풍 가방'을 꾸려라

[즐거운 촛불 문화제 만들기 1탄] 필수 준비물 모두 모여라

등록 2008.06.03 18:06수정 2008.06.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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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가운데 집회를 준비하는 가족 참석자들의 모습 ⓒ 이효연


최근 시청 앞 광장의 촛불 집회 현장에는 유모차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참가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띕니다. 마치 늦봄 피크닉을 즐기러 온 듯한 평화로운 광경이라고나 할까요?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시위 구호가 적힌 피켓이 그들의 손에 들려져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지고 시위대와 전경들의 대치가 본격화되면서 날카로운 긴장감 그리고 보다 큰 함성과 구호 외침이 이 곳을 채우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축제와도 같은 평화 촛불 시위에 참가하고자 마음을 먹었다가도 '혹시나'하는 불안한 마음에 선뜻 발걸음을 쉽게 내딛게 되지 않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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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보는 많은 인파 때문에 아이가 긴장을 한 듯합니다. ⓒ 이효연


지난 토요일(5월 31일) 오후, 남편과 아이의 손을 잡고 시청 앞 광장을 향하는 저 역시 그와 비슷한 불안한 마음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에게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현장을 느끼고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오후 느즈막이 배낭을 꾸려 지하철을 탔습니다.

얼마 전 학교에서 쇠고기 관련 급식 유인물을 받아온 이후 딸아이는 "엄마, 이건 먹어도 돼요? 이런 안 돼요?"라며 귀찮을 정도로 꼬치꼬치 묻습니다.이제 더 이상 미국산 수입 쇠고기 문제는 어른들만의 관심사가 아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골뱅이에 맥주 한잔하고 서울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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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무질서는 그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평화 시위였습니다. ⓒ 이효연


시청 앞 광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45분 경이었습니다. 이미 벌써 광장의 2/3 정도가 가득 찬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부터 임산부, 노인,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함께 모여 있었습니다.


저녁 7시 촛불 문화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다동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골뱅이 식당에 들어가 시원한 생맥주와 골뱅이, 치킨으로 저녁을 때우고 다시 잔디밭으로 향했습니다. 옆 테이블에 앉아 골뱅이와 맥주를 마시던 젊은이들도 다시 시청앞 광장에서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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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씩 불을 밝히는 촛불을 든 시민들 ⓒ 이효연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하나 둘씩 시민들의 손에 들린 촛불이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길거리에 마련된 즉석 퍼포먼스로부터 시작해서 즉석 악기 연주 연주, 팬터마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아이도 지루해하지 않고 무척이나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이 시청앞 광장과 차로를 메운 시민들의 모습을 둘러보고 있자니 '이것이 제2의 월드컵 축제처럼 한마음, 한 뜻으로, 함께 기쁨과 축하를 나누기 위해 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연설자의 목소리와 잔디밭을 겉은 아장걸음 아기의 '삑삑이 신발' 소리가 동시에 귓가에 전해져 옵니다. 예전 같았으면 한 공간에서 담아내기에 너무나 안 어울리고 부조화스러울 법한, 그리고 함께 할 수조차 없었던 격한 구호 외침과 삑삑이 신발 소리가 묘하게도 오월의 파란 공기 속에 한데 어우러져 녹아드는 시청 앞광장! 적어도 9시 무렵 저희 가족이 그 곳을 떠날때 까지 그 곳 어느 곳에서도 폭력과 불법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야, 우리 이 소풍을 신나게 즐기자

저는 제 아이가 커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한 멋진 촛불 잔치'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1조의 의미를 노래를 통해 아이에게 깨우쳐 주고 싶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 더 이상 밤이 되면 변해 버리는 야누스와 같은 시청 앞 광장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더 이상 '비폭력'을 외치는 시민들이 방패에 찍히고 물대포에 쏘이고 군홧발로 짓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촛불 문화제, 저희 가족은 아마도 또 시청 앞 광장을 찾게 될 것입니다. 가는 내내,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제 아이는 머쓱해하며 승객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엄마 눈치에도 아랑곳 없이 "우리 왜 시청에 가는 거야? 대통령 할아버지한테 무슨 얘기 할 건데?"하면서 저를 곤혹스럽게(?) 하겠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소풍 가방'을 싸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줄래요.

"00아! 우린 지금 소풍을 가는 거야. 너른 광장에서 큰 함성도 질러보고 높고 푸른 하늘도 올려다 보고 그리고 우리 숲 속 보물찾기도 해 보자꾸나. 보물을 찾으려다 보면 무릎도 까지고 손도 다칠 수 있어. 하지만 그 어딘가에 꼭 있을 보물, 엄마가 그 보물을 꼭 찾아서 00 손에 쥐어 줄게. 우리 열심히 그리고 재미나게 이 소풍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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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밝히는 아이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을까요? ⓒ 이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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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동반해 야외로 나가는 것이니 만큼 꼼꼼하게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효연


1. 얼음물- 생수용 페트병에 물을 3/4정도 채워 얼린 후 수건에 싼 후 가지고 가거나 차가운 물을 보냉병에 넣어 준비한다. 노래를 하고 구호를 외치다 보면 의외로 많은 물을 필요로 할 수 있으니 넉넉하게 준비할 것.

2. 간식- 아이들을 동반하는 경우 간식은 필수 준비물! 날씨가 덥기 때문에 과자를 준비할 경우 초콜릿이나 크림이 들어간 종류보다는 낱개 포장된 것을 준비하도록 한다. 경험상 뻥튀기 과자가 가장 좋았고 준비만 가능하다면 방울 토마토 같은 한 입 크기의 과일이나 연필 굵기 10cm길이로 썬 막대 오이, 당근 스틱이 몸에도 좋고 수분 보충에도 좋은 간식.

3. 모자- 챙이 넓은 모자보다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썬캡이 좋고 아이들용 모자는 분실이 쉬우므로 이름을 쓰거나 고무줄을 부착해서 잃어 버리지 않도록 한다. 날씨에 따라 부채나 선글라스 등도 준비하도록 한다.

4. 신문지나 돗자리- 잔디가 젖어 있을 경우 돗자리가 꼭 필요하다. 스티로품이 들어간 두꺼운 것보다는 접어서 가방에 휴대할 수 있는 얇은 것으로 준비하고 없을 경우 신문지로 대체할 수 있다.

5. 풍선과 노끈- 즉석에서 원색의 풍선을 아이들에게 불어 손에 쥐게 하면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는다.

6. 도시락- 날이 더우므로 시금치나 고기 등이 들어간 김밥류는 피하고 상할 염려가 없는 주먹밥이나 간편한 샌드위치 종류를 준비한다(이후 별도의 글에서 보다 자세하게).

7. 점퍼나 도톰한 겉옷- 일교차가 커서 밤이 되면 기온이 많이 내려가므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간절기용 점퍼 하나씩을 꼭 준비한다.

8. 미아 방지용품(목걸이, 손줄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니 만큼 미아 발생에 유의해야 하므로 미리 안전용품을 챙길 것.

9. 모기약,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 해가 진 후 풀밭에 앉아 있다 보면 모기나 해충에 물리기 쉬우므로 꼭 준비할 것. 뿌리는 모기약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10. 흰종이, 매직- A4 용지 몇 장과 매직을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행사의 취지를 알려주고 즉석에서 하고 싶은 말을 적어 행사 피켓을 마들어 보도록 한다. 어른 뺨치는 기발하고 멋진 구호가 등장할 지도!

11. 디지털 카메라 혹은 캠코더- 설명 생략!

12. 작은 접이 의자- 노인이 동반할 경우 오랜시간 땅바닥에 다리를 접고 앉아 있다 보면 혈액 순환이 잘 안 되어서 고통스러울 수 있으므로 접이식 의자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13. 망원경- 단상의 행사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하나쯤 준비하는 것도 좋다(남편 경험상, 목마를 태우는 것보다 이 편이 훨씬 편할 것 같다는 조언에 따라 첨가).

14. 선크림- 오랜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므로 꼭 준비해야 할 필수품. UV 차단지수를 미리 확인하고 틈틈히 바르도록 한다.

15. 유모차 바람막이- 해가 진 후 저녁 무렵 시청 광장 부근은 바람이 무척 세게 불기 때문에 반드시 유모차 비닐 바람막이 커버를 준비해야 한다.

16. 종이컵(신문지 넣어서)과 양초- 촛불 집회의 필수 준비물! 1시간 집회 시간 기준 양초 1개가 소요되므로 식구 수와 예상 참여 시간에 따라 적당량을 준비한다. 종이컵 바닥은 칼로 열 십자를 낸 후 초를 끼우는 데 약간 빡빡하다 싶을 정도로 칼집을 내도록 한다. 아이들 것은 종이컵을 두 개 준비해서 그 중간에 신문지 등을 구겨 넣어 초를 끼워야 촛농으로 인해 컵이 뜨겁게 달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17. 시청 부근 맛집 정보- 가족 단위 참가자 가운데에는 집회 참석 여부를 두고 '부부싸움' 한 후 배우자 한 쪽이 억지로 나오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집회 참석을 권유한 쪽에서 미리 맛있는 근처 맛집을 소개하는 것으로 가족간 갈등 국면을 해소하는 센스를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무교동 뒷골목으로 가면 이북만두를 잘 하는 집도 있고 맛있는 골뱅이 무침과 생맥주집도 많이 있으니 열심히 찾아보시도록.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준비가 가능하다면 꽃 몇 송이를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평화 집회가 시작될 무렵 길가에 서 있는 전·의경들의 가슴에 아이들이 한 송이씩 꽂아주는 것은 어떨까? 집에서 만든 종이 꽃이라도….

덧붙이는 글 | 저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로부터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안전을 지켜내는 일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어찌되었든 누가 뭐라고 하든 일차적으로 아이의 안전은 부모의 책임 하에 있습니다. 어린이 동반 가족의 경우 평화 시위에 참석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적당한 시간'까지 자리를 함께 하고 목소리를 모으는 데 힘을 보태는 것 만으로도 그 역할은 충분하다는 생각이에요. 혹여라도 이 글이 곡해되어 어린아이 동반 시위를 선동하는 글로 오해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기사는 요리를 들려주는 여자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저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로부터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안전을 지켜내는 일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어찌되었든 누가 뭐라고 하든 일차적으로 아이의 안전은 부모의 책임 하에 있습니다. 어린이 동반 가족의 경우 평화 시위에 참석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적당한 시간'까지 자리를 함께 하고 목소리를 모으는 데 힘을 보태는 것 만으로도 그 역할은 충분하다는 생각이에요. 혹여라도 이 글이 곡해되어 어린아이 동반 시위를 선동하는 글로 오해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기사는 요리를 들려주는 여자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촛불 집회 #촛불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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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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