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자신의 이름은 소중한 법이기에

인격모독성 신조어 창궐을 경계한다

등록 2008.06.04 13:44수정 2008.06.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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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고향 죽마고우들 간의 정례모임이 있습니다. 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친구들이기에 무시로 악의 없는 욕지거리도 다반사로 퍼붓곤 하지요.

 

사람에겐 다들 그렇게 별명이 있듯 제 친구들에게도 별명이 있습니다. 일전 모임 때의 일입니다.

 

모임을 가지면서 술잔을 기울인 뒤 모처럼 당구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그날따라 유난히 기분이 안 좋았던 모양입니다. 헌데 그러한 조짐을 간파 못 한 친구 하나가 그 친구의 별명을 마구 부르면서 “○○○아!(그 친구의 우스운 별명) 오늘 따라 당구도 엄청 못 치네!”라며 약을 올렸지요.

 

그러자 그예 ‘분노’가 폭발한 그 친구. “인마, 가뜩이나 우울한 심정인데 왜 오늘따라 자꾸만 내 별명을 부르는 거냐? 나, 기분 나빠 (당구는) 그만 치고 집에 갈란다”라며 휭 하니 당구장을 빠져나가더군요.

 

순간 별 생각 없이 그 친구의 별명을 불렀던 그 친구와 우리 친구들도 덩달아 마치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격의 황망하고 당황스런 기분으로 반전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이미 당구치는 재미까지 일거에 상실하고 말았지요.

 

우린 그래서 술자리를 다시 가지면서 “별명을 불러도 분위기와 상황을 봐서 불러야한다!”는 어떤 교훈을 새삼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의 별명은 ‘주태배기’입니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하여 어떤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각종의 신조어(新造語)가 생산되고 창궐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을 줄인 말로는 ‘고소영’이, ‘강남 부동산 부자’론 ‘강부자’로 회자되는 것이 이같은 주장의 반증입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연예인 고소영씨와 강부자씨는 자신의 이름이 좋은 의미도 아닌 부정적 의미로 거론되는 것에 대하여 그 얼마나 불쾌하고 때론 크게 자괴스럽기까지 할까를 생각해 봤는지 모를 일입니다.

 

물론 지난 역대 정권에서도 ‘TK 정권’이니 ‘PK 정권’ 따위의 신조어가 생산되고 유포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지금과 같은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하고 붙여가면서까지의 ‘무모’하고 어쩌면 당돌하기까지 한 신조어는 없었습니다.

 

특정인의 이름까지를 거론하면서까지 작명(作名)한 신조어는 얼토달토않은 또 하나의 인격모독이라는 생각입니다. 일전 가수 나훈아씨가 자신에 대한 음해설에 분기탱천하여 기자회견을 했음은 모두가 기억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또한 자신의 ‘인격모독’에 대한 항거의 몸짓이었음은 물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부자(父子)간에도 서로의 별명은 절대로 부르지 않는 법입니다.

 

더군다나 그 별명의 의미가 살갑고 정겨우며 긍정적인 것이 아닌 매우 부정적 의미로 나타나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 더욱 거론조차 해서는 아니 될 일임은 물론입니다.

 

개구리를 향해 누군가 돌멩이를 던진다고 칩시다. 그 돌멩이를 던진 사람은 생각 없이, 혹은 단순히 심심풀이로서 했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정작 그 돌멩이를 맞는 개구리는 맞아 죽기도 하기 마련입니다.

 

설혹 살아난다손 쳐도 온몸의 창자가 튀어나오고 깊은 상처를 입는 등의, 어쩌면 평생을

가는 상처의 각인이 분명한 것입니다.

 

연예인은 팬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군입니다. 그러하거늘 그들 연예인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처럼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신조어로서 그들 당사자들에게 심적 고통까지 주는 건지 당최 모를 일입니다.

 

고로 강력하게 주창합니다. 이제라도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하는 신조어는 사용치 말아야 합니다!

 

나훈아씨처럼 참다 못 한 그분들이 나서서 기자회견을 하고 설상가상으로 “내 이름을 가지고 장난 친 장본인을 고발하겠다!”고까지 주장한다면 어쩌시렵니까?!

 

누구라도 자신의 이름은 소중한 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샘터에도 송고했습니다

2008.06.04 13:4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샘터에도 송고했습니다
#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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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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