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리얼리티쇼 <우리 결혼했어요>의 인기 비결

스타의 일상에 열광하는 대중들

등록 2008.06.16 09:23수정 2008.06.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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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 서인영과 크라운제이 ⓒ MBC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매주 일요일 오후 5시 20분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는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재밌게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다. 스타의 결혼생활은 어떨지 가상으로 즐기는 리얼리티쇼다. 한국은 리얼리티쇼가 그다지 인기가 없는 편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인기를 누리며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리얼리티쇼의 천국이라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리얼리티쇼에는 스타가 나온다. <어메리칸 아이돌>, <서바이버>, <프로젝트 런웨이>, <피어 팩터> 등의 리얼리티쇼의 주연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다. 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 <무한도전> <1박2일> 등 한국의 리얼리티쇼는 연예인이 주인공이다.

리얼리티쇼의 진화

한국에서도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나온 '악동클럽' 같은 리얼리티쇼가 있었다. 하지만 그 명맥을 유지하지 못한 채 짧게 끝났다. 준연예인이 나온 '쇼바이벌' 같은 리얼리티쇼도 잠깐 등장했었다. 거의 무명이거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밴드나 가수가 쇼를 하며 경합을 펼친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꽤 즐기며 열심히 봤지만 대중들의 인기를 받지 못해서 중단되었다.

눈을 돌려 세계를 보면, 2000년대 들어서 리얼리티쇼는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국의 <빅브라더>라는 리얼리티쇼를 필두로 해서 미국의 <서바이버>와 <어메리칸 아이돌>은 시청률 1위를 몇 년째 하고 있다. 유사하거나 변형된 다른 리얼리티쇼가 재생산되면서 전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리얼리티쇼의 장점은 스타가 나오지 않으니 배우들의 개런티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대본이 따로 없으니 작가도 거의 필요없다. 제작자 입장에서 싼 비용으로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대중의 취향 변화와 더불어 제작자의 전폭적인 투자로 리얼리티쇼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장르가 되었다. 한국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는지 최근 들어서 리얼리티쇼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으로 대체된 변형된 리얼리티쇼다. 일반인의 사생활은 그다지 관심없는 한국 대중들의 취향에 맞춘 프로그램이 바로 연예인이 나오는 한국형 리얼리티쇼다.

어쨌거나 <우리 결혼했어요>는 스타들의 결혼을 별다른 연출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리얼리티쇼다. 예전에 한동안 유행한 스타 짝짓기 프로그램보다 한층 더 나아가서 스타의 일상을 파고든다. 같이 먹고 자는 보다 일상적 영역으로 들어온 스타의 모습을 즐기게 된다. 현실감있는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상대방의 사생활을 모르게 하는 전략대로 각 커플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다. 마치 결혼의 과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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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비와 앤디 커플과 알렉스와 신애 커플의 다정한 모습 ⓒ MBC


미혼인 시청자들의 재미는 다른 곳에 있겠지만, 나는 신혼 초의 경험을 되살려가며 이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라며 맞장구를 쳤다. 스타도 결혼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걸까. 아니면 스타니까 멋지게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익숙한 이미지의 연예인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빠져 들게 되었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스릴

이 프로그램은 현실적인 결혼과 비현실적인 스타가 만나서 이뤄가는 이야기는 나름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실과 이상이 이 프로그램에서 충돌하며 재미를 만든다. 가장 현실적인 남편에 가까운 정형돈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나야 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일상적인 이야기보다 이상적인 결혼생활이 아닐까. 동화처럼 예쁘게 사는 알렉스와 신애 커플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결혼은 대다수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가장 일상적인 제도다. 연예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연예인은 더 신비감을 주지만 이들도 결혼하면 결국 비슷해진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바로 이 영역을 파고들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너무 일상적이지도 않고 너무 신비스럽지 않는 그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다.

이들의 결혼은 실제가 아니라 가상이다. 팬들은 솔비와 앤디가 정말로 사귀게 될까라고 궁금해한다.  엄밀히 말해서 리얼하지 않지만 이걸 리얼하게 보여주니 그냥 속아넘어가는 거다. 진짜 커플처럼 <놀러와> 같은 프로그램에 부부처럼 동반출연하기도 한다. 가상과 현실사이를 절묘하게 가로지르는 연예인 커플의 일상 자체가 화제거리가 된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서구의 리얼리티쇼와 달리 한국의 리얼리티쇼는 적당히 감추고 있어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텔레비전을 틀면 CF나 드라마 그리고 쇼프로그램 속에 언제나 등장하는 스타는 이미 일상의 한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스타의 결혼은 아직까지 미개척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신비한 스타가 결혼이라는 일상적 제도를 의연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망가지기도 하고 때로 근사하게 이벤트를 펼쳐준다. 스타의 일상은 비슷한듯 하지만 일반인과 다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 등장했고, 이들이 실제로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라서 더 재밌다.
#우리 결혼했어요 #리얼리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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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기자는 미국 포틀랜드 근교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육아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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