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원씨의 주민등록증이 특별한 까닭

'주민등록증에서 '李' 자 표기 없애달라' 행정자치부에 이색 민원

등록 2008.07.10 08:19수정 2008.07.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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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에서 '李(오얏 리)' 자 표기 없애달라" 한글운동가 이봉원 씨가 "주민등록증에서 '李(오얏 리)' 자 표기를 없애달라"는 내용으로 행정자치부에 민원 신청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이봉원 씨가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들어 보이는 장면. ⓒ 신향식


"이름에서 한자를 떼어내니 꼭 앓던 이를 빼낸 것처럼 시원합니다."

이름에서 한자를 떼어내는 개명 신청을 법원에 내 성공한 이가 있어 화제다. 오로지 우리말과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족쇄 같던 한자를 이름에서 없앤 주인공은 기록영화를 제작하는 얄라성 프로덕션 대표 이봉원씨.

이씨는 주민등록증부터 특별하다. 순수 우리말 이름을 가진 일부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주민등록증에 한자와 한글을 함께 쓴 이름이 적혀 있지만, 이씨의 주민등록증은 그렇지 않다. 태어날 때 분명 중국식 한자로 지은 이름이건만, 주민등록증 표기가 한글로 돼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재학 시절 국어운동학생회를 만들어 우리말과 우리글 사랑 운동을 펼치는 등 한글 운동에 힘써 온 이씨는 버젓이 한자가 들어 있는 주민등록증을 볼 때마다 혈압이 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한글만으로도 이름을 잘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한자를 함께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속국도 아닌데요."

이에 법원에 '이름에서 한자를 떼어달라'는 개명 신청을 해 우여곡절 끝에 한글 이름만을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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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 한자를 떼어낸 주민등록증" 이봉원 씨는 이름에서 한자를 떼어내는 개명 신청을 법원에 내 성공한 바 있다. 이 씨는 "오로지 우리말과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족쇄 같던 한자를 이름에서 없앴다"고 말하고 "그런데 주민등록증의 성에는 아직도 '李(오얏 리)' 자가 남아 있어 이것을 없애려고 얼마 전 행정자치부 국민신문고에 민원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 신향식


그리고 이제 이씨는 이름에서 한자의 마지막 부스러기까지 지우는 완결편에 들어갔다. 주민등록증의 성에 마저 남아 있는 '李(오얏 리)' 자까지 없애려 얼마 전 행정자치부 국민신문고에 민원 신청을 한 것.


법원에 개명신청을 해 이름에서 한자를 떼어내기는 했지만, 주민등록증의 '성'에는 여전히 '李' 자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증에는 개인마다 다른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어 구별이 가능한데 일부러 한자를 함께 쓰는 것은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국어기본법 제3조 제2항을 보면 '한글이라 함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 고유 문자를 말한다'고 돼 있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개인 공문서라 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에 한자가 섞여 있는 것은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죠."

이씨는 나아가 출생신고서에 본관을 반드시 한자로 적게 하는 관행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의 성에는 늘 한자가 따라다닌다는 것.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을 맡아 민족정기를 살리고 친일 잔재 청산 작업에도 힘을 보태고 있는 이씨에게 요즘 최고 화두가 되고 있는 '광우병 소와 촛불 집회'에 대해 물어봤다.

"국민 생명과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검역 주권은 마땅히 우리 국민, 다시 말해 대한민국 정부가 가져야 하고, 그것을 주장하는 촛불 시위는 당연한 국민의 권리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말과 글을 살리고 아끼려는 대한민국 국민인 이씨의 민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이봉원 #한글 이름 #한글운동 #주민등록증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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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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