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고속도로 최악 쓰레기는 기저귀죠"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여행②] 중부고속도로에서 본 쓰레기 실태

등록 2008.07.21 09:58수정 2008.07.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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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다룹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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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매일 쓰레기가 쏟아진다. 휴가철엔 여행지 쓰레기가 급증한다. 쓰레기의 이동이다. ⓒ 김대홍


본격 피서철이 눈 앞이다. 이제 보름 뒤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바다로 강으로 산으로 떠날 것이다.

이 때가 되면 잔뜩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다. 휴가철 한 달 동안 연중 쓰레기 3분의1이 버려지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버려진 쓰레기양은 총 6166톤. 하루 평균 16.8톤이 나왔다. 처리하는데 11억7600만원이 들었다.

쓰레기에서 가장 양이 많은 것은 플라스틱 종류인 합성수지로 39%(2405톤)에 이른다. 과자나 아이스크림 껍질 또는 음료수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많은 것은 종이류로 18%(1110톤)다. 뒤를 이어 고무류가 15%(925톤), 철재류가 5%(308톤)다.

이동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들. 버리는 사람은 '이것쯤이야' 하겠지만, 결과물은 결코 적지 않다.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8일 광주와 하남시쪽 중부고속도로와 제2중부고속도로를 책임지고 있는 경안지사를 찾았다.

가는 동안 고속도로를 자세히 살폈다. 갓길 쓰레기는 거의 없었다. 쓰레기가 있는 곳은 갓길이 넓어 차 여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곳들. 담배꽁초, 휴지 등이 많이 보였다. 자동차를 세우고 담배를 피운 뒤, 버리고 떠난 듯했다.

경안지사는 도로공사의 8개 수도권 지사 중 하나다. 맡고 있는 지역은 중부고속도로 40.62km(호법JC-하남JC), 제2중부고속도로 31.08km 구간이다. 해당 구간의 하루 통행량은 평균 8만대다.

장롱, TV, 냉장고... 여기가 쓰레기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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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고속도로에서 주운 플라스틱 통. 일부러 버렸다면 상당한 비양심이고, 잘 묶지 않아서 떨어졌다면 큰 사고가 일어날 뻔했다. 옆에는 사춘식 청소반장이다. ⓒ 김대홍


"어제 퇴근 무렵까지 치우느라 고생했어요. 경기도 이천 가는 방향 갓길에 떨어져 있더라구요. 제대로 묶지 않고 막 달렸나봐요."

사춘식(58) 청소반장이 어제 치운 쓰레기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엔 돼지가 고속도로에 떨어져서 아찔했던 적이 있다. 산 돼지가 고속도로에서 뛰어다니면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다행히 도로에 자동차가 없어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날뛰던 돼지는 떨어질 때 충격으로 곧 죽었다.

이런 일은 싣고 가는 물건을 잘 묶지 않아서 일어나는 사고다.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싣고 가는 화물차가 주로 범인이다.

문제는 무단투기다. 장농, TV, 냉장고 등이 가끔씩 나온다. 4명이 겨우 들 정도로 큰 장농이 나온 적도 있다. 이곳 청소 인원은 6명이 2교대로 일하니, 한 팀만으론 장농을 들 수 없다. 그럴 때는 장농을 현장에서 부숴서 싣는다.

올해 나온 쓰레기 중 가장 덩치가 컸던 것은 주택 옥상에 급수용으로 설치하는 3000L플라스틱 통이다. 이런 물건은 주인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처분하기도 쉽지 않다.

대형 쓰레기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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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식 청소반장(뒤)과 이병의 청소팀장(앞)이 고속도로 쓰레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대홍


가장 많이 나오는 쓰레기는 담배꽁초와 담배곽이다. 사 반장은 "셀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쓰레기는 주는데, 담배 쓰레기는 오히려 느는 추세란다.

버스에서는 음식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관광버스가 지나간 뒤 음식쓰레기 뭉치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이런 음식물들은 여름철이 되면 심한 악취를 풍긴다.

쓰레기 중 가장 나쁜 종류는?

고속도로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 가장 나쁜 종류가 무엇인지 물었다. 사 반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기저귀'라고 말했다.

"휴가철이 되면 아기기저귀가 무척 많이 나와요. 아기와 함께 가족들이 휴가를 떠나는데, 수시로 기저귀를 갈잖아요. 간 기저귀를 차에 놔두면 냄새가 나니까 밖에 버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기 뿐만 아니라 큰 아이도 있을 수 있잖아요. 엄마가 차 밖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보면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아이 교육을 생각할 때도 참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봐요."

쓰레기를 버리는 단골장소를 물어봤다. 대표적인 곳이 도로에 중간에 있는 버스정거장(BUS STOP). 갓길은 예전에 비해서 쓰레기양이 많이 줄었단다.

쓰레기는 시기별로 나오는 양이 다르다. 12~2월이 가장 적고, 7~8월이 가장 많다. 겨울엔 쓰레기가 적게 나와서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단다. 제설작업이 잦기 때문이라고.

맑은 날에 비해선 비오는 날 쓰레기양이 적은 편이다. 이병의(51) 청소팀장은 자동차 문을 잘 열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속도로 쓰레기는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특히 차량 안전을 위협한다. 도로 가운데 있으면 자동차가 급하게 차선을 바꾸게 돼 충돌할 위험이 있다.

이병의(51) 청소팀장은 "앞 차가 쓰레기를 피하려고 방향을 틀었는데, 뒤차가 그냥 달려서 하마터면 충돌할 뻔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쓰레기를 처리하던 직원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직원은 도로 잡물제거와 갓길 오물 수거 작업 중이었다. 그 외에도 4명이 큰 부상을 당했고, 3명이 경상을 입었다.

청소차에 타고 수거현장을 직접 보겠다고 하는 것을 도로공사측이 "절대 안된다"고 말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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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한 쪽에 쌓인 토사와 담배꽁초. 중부고속도로 경안지사는 다른 지역 고속도로에 비해서 쓰레기양이 매우 적은 편이다. ⓒ 김대홍


사 반장과 함께 작업장을 둘러봤다. 플라스틱 통 두 개가 작업장 한 쪽에 놓여 있다. 이런 통이 뒤차가 따라오는 가운데 굴러 떨어졌다면 큰 사고가 났을 것이다.

작업장 한 쪽엔 토사가 쌓여 있었다. 물어보니 두 달 간 나온 양이란다. 이런 토사는 청소차가 다니면서 빨아들인다.

사 반장은 "예전에 비해선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선진국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고속도로에서 나오는 하루 평균 쓰레기양은 17톤. 여름휴가철엔 25톤 정도로 올라간다. 여기선 하루 0.3톤이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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