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까이~ 얼음 펭귄이 넘어졌네!"

여수 가막만에서 펼쳐진 해양 쓰레기 퍼포먼스

등록 2008.07.24 17:15수정 2008.07.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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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진 관람 아이는 연안에 밀려든 각종 생활쓰레기와 불가사리 등의 환경사진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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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새 기름을 뒤집어 쓴 바다 새 ⓒ 조찬현


아이는 말이 없다. 기름에 뒤범벅이 된 바다 새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던 아이는 연안에 밀려든 각종 생활쓰레기와 불가사리 등의 환경사진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의 마음을 혹여 다치게는 하지 않을까 차마 다가서서 그 느낌을 물어볼 용기조차 없었다.

12명의 다이버 '소라의 꿈' 회원들의 바다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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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 다이버 경력 8년째이며 ‘소라의 꿈’ 창단 멤버인 최준호씨. 깨진 맥주병과 쇠막대를 주워들고 나온다. ⓒ 조찬현


소호바다는 희뿌연 안개로 뒤덮였다. 짙푸른 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가막만 바다 속을 누비며 수중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수환경연합 다이버 소모임인 '소라의 꿈' 회원들. 그 바다 속에는 12명의 다이버들이 분주히 오가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다이버 경력 8년째이며 '소라의 꿈' 창단 멤버인 최준호(36)씨를 만나봤다.

"바다 속에 쓰레기가 많이 있나요?"
"예년에 비해 비교적 깨끗한 편이에요."
"어떤 종류의 쓰레기가 많이 나와요?"
"해안가는 술 먹고 버린 빈병과 캔이 많습니다."

3년째 소라의 꿈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최씨에게 쓰레기를 건져 올려보라고 하자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잠수를 한다. 물갈퀴(fin)만이 이따금씩 보인다. 잠시 후 바다에서 나온 그는 깨진 맥주병과 쇠막대를 주워들고 나온다.

이탈리아산 빈병, 독일산 깡통... 11개국 생활쓰레기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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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쓰레기 이탈리아산 빈병, 독일산의 캔, 중국, 일본 등 11개국의 생활쓰레기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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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손 카트리지 2006년 7월 소리도 해상에서 침몰한 선박에서 수거한 엡손프린터의 카트리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 조찬현


외국 쓰레기를 전시하고 있는 곳이 시선을 끈다. 이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외국에서 우리나라 연안으로 밀려온 바다쓰레기다. 이탈리아산 빈 병, 독일산의 캔, 중국, 일본 등 11개국의 생활쓰레기다. 이탈리아나 독일산의 쓰레기는 연안을 지나가는 그곳 국적의 선원들이 버린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바다쓰레기를 태우지 마!'라는 포스터의 구호가 가슴에 오래 머문다.

이날의 행사는 여수시민단체연대회의가 주최하는 제4회 해양환경보전의 날 행사로 소호 요트장에서 열렸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한해광(서남해안 도서환경센터 사무국장)씨는 이제는 해안쓰레기를 줍는 것이 일상화되었다고 말한다.

지난 2006년 7월 소리도 해상에서 침몰한 선박에서 수거한 엡손프린터의 카트리지가 외국산 쓰레기 그물에 수북하게 쌓여있다. 엡손의 카트리지가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수 거문도 해상과 해남의 무도(울둘목 부근의 섬)에서까지 발견된다고 한씨는 말한다.

지난 2006년 8월 3일자 뉴시스 보도에 의하면 '3일 엡손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달 10일 중국 텐진을 출항해 부산으로 항해하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EASLINE TIANJIN호에서 추락한 컨테이너 100개 중 총 87만여개의 잉크 카트리지가 실린 5개 컨테이너가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 이 가운데 1개의 컨테이너는 여수 해경에 의해 고흥군 나로도 축정항으로 인양됐지만 상당량이 분실돼 수거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하고 있다.

외국쓰레기 전시는 국내에서 이번이 최초다. 한해광 사무국장은 외국산쓰레기 수만 점을 수거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다. 엡손의 잉크 카트리지와 영국의 페트병,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필리핀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는 중국산이 대부분인데 안방을 차지한 중국산 제품이 이제는 쓰레기로 우리의 바다까지 차지한 셈이다. 그는 쓰레기를 줄이는 대안으로 "있는 쓰레기 주워내는 방향으로 생활방식을 개선하자"고 주장한다.

"쓰레기아빠라 놀려대던 자녀들도 이제는 함께 참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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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광씨 자원봉사자로 나선 한해광(서남해안 도서환경센터 사무국장)씨 ⓒ 조찬현

날마다 쓰레기만 줍는 아빠를 보고 '쓰레기아빠'라고 놀려대던 자녀들도 이제는 함께 참여한다며 우리 국민 모두가 쓰레기 줍기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겁나게 싫어했어요.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이제는 온 가족이 쓰레기를 줍는 게 일상이 됐어요."

한 사무국장은 쓰레기 줍는 일이 일상이 되다보니 그의 차에 싣고 다니는 쓰레기 악취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일도 다반사다.

바다쓰레기는 산업폐기물로 구분돼 처리하는 데만도 일반쓰레기의 5배나 되는 비용이 든다고 그는 말한다. 덧붙여 쓰레기를 줍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온 국민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까이~ 얼음펭귄이 넘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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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펭귄 소호바닷가에서 환경운동가인 최병수씨가 얼음 펭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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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펭귄 퍼포먼스 지구온난화와 환경 재앙으로 인해 얼음 펭귄이 녹아내리는 모습을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 조찬현


소호바닷가 방파제에는 환경운동가인 최병수씨가 얼음 펭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지구의 최남단 얼음나라에 사는 남극의 주인인 펭귄이 모델이다. 지구온난화와 환경 재앙으로 인해 얼음 펭귄이 녹아내리는 모습을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가 지금껏 만든 펭귄의 수는 어림잡아 800여 마리. 바다에 잠긴 펭귄이 오가는 파도에 밀려 녹아내리다 꽈당 넘어졌다. "어쩌까이~ 얼음펭귄이 넘어졌네!" 한 관람객의 탄성처럼 가슴 아프게 펭귄이 바다에서 목이 분리된 채 파도에 몸을 내맡겼다. 펭귄의 몸은 바닷물이 오갈 때 마다 흔들거리며 점점 야위어간다.

바닷물은 쉼 없이 방파제를 넘나들며 오간다. 해풍이 분다. 소호바다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은 소호바다를 떠돈다. 바닷물에 스러져간 얼음펭귄의 영혼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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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조각 펭귄을 다듬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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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취재에 열중인 오마이뉴스 김대홍기자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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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펭귄 밀려오는 파도에 뒤뚱거리는 얼음펭귄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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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 펭귄의 몸은 바닷물이 오갈 때 마다 흔들거리며 점점 야위어간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얼음펭귄 #소라의 꿈 #가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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