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을 살리자' 1회 가야산 지키기 환경영화제 열려

방치할 경우 청정지역, 오염극심지역으로 전락할 우려

등록 2008.07.27 11:52수정 2008.08.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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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온 중학생들이 불을 지펴 감자를 삶고 있다. 환경영화제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나뭇가지를 용한 감자삶기'는 환경영화와 함께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안서순

▲ 서울에서 온 중학생들이 불을 지펴 감자를 삶고 있다. 환경영화제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나뭇가지를 용한 감자삶기'는 환경영화와 함께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안서순

어둠이 짙게 내린 저녁, 산골짜기의 작은 절집에서 난데없이 감미로운 섹소폰 소리가 흘러나와 골짜기로 퍼져갔다.

 

“아니 저녁예불 올리는 목탁소리가 조금 전까지 들렀는데, 제거 뭔 소리랴? 스님들이 춤집을 차렸나?"

 

여름휴가철인데다 때마침 토요일까지 겹쳐 장마철 비가 오락가락 하는데도 불구하고 골짜기마다 들어찬 피서객들과 절집 건너편에 사는 마을 사람들이 절집에서 들리는 섹소폰 소리에 사못 의아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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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솥에 불을 때는 학생들 환경영화제에 참석한 학생들이 나뭇가지를 때어 양은 솥에 든 감자를 익히고 있다. ⓒ 안서순

▲ 감자솥에 불을 때는 학생들 환경영화제에 참석한 학생들이 나뭇가지를 때어 양은 솥에 든 감자를 익히고 있다. ⓒ 안서순

궁금증을 안은 사람들이 하나, 둘 넓지않은 절집 마당에 찾아들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이날 보원사에서 열린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과 보원사가 함께 마련한 ‘1회 가야산  지키기 영화제’에 참석했다.

 

시작할 때는 보원사에 템플스테이를 온 '서울 아이'(중학생)들 50여 명뿐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른관객들이 늘어나 절 마당을 거의 채웠다. 이 영화제는 27일 저녁 7시 30분  섹소폰 연주로 문을 연 후 ‘태안 기름 사태’를 다큐멘타리로 만든 ‘환경영화’가 상영됐고 '나뭇가지를 이용한 감자삶기'등으로 밤11시 가까이까지 이어졌다. 이 환경영화제는 8월2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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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보원사에서 열린 1회 가야산지키기 환경영화제 처음에는 아이들뿐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보원사 마당을 채웠다. ⓒ 안서순

▲ 27일 저녁 보원사에서 열린 1회 가야산지키기 환경영화제 처음에는 아이들뿐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보원사 마당을 채웠다. ⓒ 안서순

이날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마당 한구석에선 커다란 양은 솥이 걸리고 장작물이 이글거리는 가운데 한꺼번에 몇 소쿠리의 감자가 삶아졌다. 생전 처음 불을 때어 감자를 삶아보는 서울 중학생들은 바람결대로 흔들거리며 자꾸 따라다니는 매케한 연기가 눈과 코에 들어가 연신 눈물을 흘리며 기침을 하기도 하지만 재미있어 한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음식을 익히는 ‘감자삶기’도 자연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불을 지피던 천의성(서울 청운중 1)군은" 석유는 지금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태안바다오염같은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지만 자연에서 채취한 나뭇가지를 이용한 연료는 전혀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과학자가되어 오염없는 대체 연료를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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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화제는 섹소폰으로 길을 얼었다 환경영화제에서 섹소폰을 연주하는 송충덕(57·서산시 읍내동)씨 ⓒ 안서순

▲ 환경영화제는 섹소폰으로 길을 얼었다 환경영화제에서 섹소폰을 연주하는 송충덕(57·서산시 읍내동)씨 ⓒ 안서순

커다란 유조선에서 시커먼 원유가 마구 쏟아져 나와 바다를 오염시키는 환경영화보다 불 때기와 자기들 손으로 찐 감자먹기, 간간히 들리는 소쩍새 소리, 반짝거리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더 흥미로운 서울 아이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환경오염으로 기록된 ‘태안 기름 사태’ 영화는 어느새 어른들 차지가 되어 버렸고 아이들은 교과서에 '소쩍'소쩍'하는 의성어로 쓰인 소쩍새 소리를 실제 새소리로  들어보고 반딧불이도 보면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자연스럽게 ‘환경’을 화두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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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중 섹소폰에 맞춰 노래를 하는 정범 스님 정범스님은 가야산 살리기에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위해 이 영화제를 마련케 됐다고 말했다. ⓒ 안서순

▲ 영화제 중 섹소폰에 맞춰 노래를 하는 정범 스님 정범스님은 가야산 살리기에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위해 이 영화제를 마련케 됐다고 말했다. ⓒ 안서순

서산태안환경연합과 보원사가 함께 이 행사를 마련한 데는 깊은 뜻이 있다. 더위를 피해 골짜기마다 들어앉은 피서객들에게 '가야산이 활폐화되어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키 위해서다.

 

충남도가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이 산골짜기 위쪽으로 계곡을 따라가며 이어지는 ‘가야산순환도로’를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충남 서부지역 유일의 계곡인 이곳은 더 이상 청정지역일 수 없고 골프장과 넘쳐나는 차량, 인파, 쓰레기로 인해 하루 아침에 ‘오염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이평주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가야산자락의 용현계곡은 충남 서부지역의 유일한 청정지역으로 이를 지켜내지 못할 경우 더 이상 서울학생들이 찾아와 감자를 삶는 일도, 소쩍새 소릴 듣는일도, 반딧불이를 볼 수도 없게 될 것이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 영화제를 마련케 됐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함께 이 행사를 마련한 정범스님(보원사 주지)은 “가야산과 주변 산자락 골짜기 등에 널려있는 불교유적은 이미 특정종교가 남긴 유물이 아닌 모든 이들이 함께 지켜 나가야 할 소중한 민족적, 국가적 자산인 만큼 우리 모두가 이를 지켜내고 가꾸어나가는데 힘을 모으자는 의미에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8.07.27 11:52 ⓒ 2008 OhmyNews
#보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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