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알려진 에코타운, 정작 시민은 몰라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일본②] 수익성 낮아 운영 어려움, 정부와 시민 관심 필요

등록 2008.08.30 12:22수정 2008.09.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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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재활용 아이디어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일본 도야마시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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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 생태산업단지. 7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 김대홍


일본 서쪽 해안에 있는 도시 도야마는 폐철로를 이용한 노면철도를 선보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도야마의 새로운 노면철도는 전국에서 관심을 받으며 도시 명물로 떠올랐다. 1980년대 썩은 운하를 되살려 공원으로 만든 것도 눈길을 끌었다.

2000년대 들어 도야마시는 또 다른 실험에 들어갔다. 바로 생태산업단지(eco-industrial park, EIP) 건설. 한 기업이 쓰레기를 이용해 만든 에너지를 다른 기업이 사용하는 식으로 기업간 연계 시스템이 갖춰진 단지다. 2002년 5월 일본에서 16번째, 호쿠리쿠(北陸, 도야마현, 이시카현, 후쿠이현 포함) 지방에선 처음 만들어졌다.

도야마시는 북부공업지대 18ha에 2003년 제1기 사업을, 2005년 제2기 사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 일대에 재활용기업 7개가 입주했다.

그 중 도야마BDF(Bio Diesel Fuel) 주식회사는 폐유재활용공장으로서는 일본 최대 규모다. 지난 1년 동안(2007.4-2008.3) 26만5677리터 폐식용유를 사용해 재활용연료인 BDF 24만2985리터를 만들었다. 그 중 23만5737리터를 팔았다. 제조량의 97%를 판 셈이다. 연료 중 일부는 폐유를 거두는 회수차에 썼다.

BDF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경유에 비해 10% 이상 적다. 유황산화물도 거의 내놓지 않는다. 재활용이면서 동시에 지구온난화에 피해를 덜 주는 연료인 셈이다.

도야마그린푸드리사이클주식회사는 식품, 유기오염물, 풀 등을 모아 바이오가스를 만든다. 가스 중 일부는 자체 발전에 쓰고, 일부는 판다.

그 외 각종 폐기물을 이용해 고형연료를 만드는 PRTEC, 폐자동차를 처리하는 Nartoyama, 각종 폐기물을 고형연료로 만들거나 발전에 쓰는 에코마인드, TGFR, Iotc 등이 있다. 생태산업단지 입구엔 에코타운 사무실이 있다. 지난 5월 그곳을 찾았다.


지역 내 유일한 생태산업단지, 시민 중 아는 사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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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옆 공원엔 태양광집적기가 있고, 어느 정도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 양이 표시된다. ⓒ 김대홍


도야마에선 지난해 12월 4-6일 제9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9)가 열린 바 있다. TEMM은 동북아시아 지역 환경문제를 논의하는 최고위급 회담으로 그동안 서울, 도쿄, 베이징 등 각국 수도에서만 회의가 열렸다. 지방도시에서 회의가 열린 것은 도야마가 처음이다.

도야마시청 옆 공원에선 소형 태양광 집적기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안내판엔 '지구, 환경, 사람을 위한 도구'라고 쓰여 있다. 안내판 귀퉁이엔 합계발전량이 나오는데, 그날 봤을 때는 76와트였다. 시청 건물 1층엔 계단을 이용하자는 홍보물이 붙어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을 공장들을 상상하며, 도야마시가 자랑하는 노면전차인 도야마 라이트 레일을 타고 생태산업단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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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산업단지 입구. 입구가 공원이라, 공장단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 김대홍


그러나 예상과 달리 생태산업단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시내 중심가에서 수많은 사람을 붙잡고 생태산업단지를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은 도야마시 북쪽 해안가에 있다는 것뿐.

도야마 라이트 레일을 타고 북쪽 끝까지 갔다. 그곳에서 내리는 승객이나 역장도 생태산업단지를 몰랐다. 난감한 일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공장 굴뚝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제일 먼저 만난 공장에 들어가 경비원에게 물어봤지만 역시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혹시 정보가 잘못된 것일까? 알고 봤더니 '모른다'고 대답한 경비원이 있던 바로 옆 쪽이 생태산업단지였다. 그만큼 시민들에게 생태산업단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수익성 낮아, 쓰레기 줄이기 위해선 필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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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활용공장에 쌓인 폐타이어.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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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을 처리하고 있는 한 공장 내부. ⓒ 김대홍


큰 휴일을 맞아 생태산업단지는 한산했다.(3일 헌법기념일, 4일 국민의날, 5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일본의 5월 초는 '골든 위크(Golden Week)'로 불린다.)

두 군데를 빼곤 모두 공장을 돌리고 있었다. 각 공장을 찾아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예상 밖으로 상태는 좋지 않았다. 폐자동차를 처리하는 Nartoyama를 빼곤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에코마인드는 도야마현을 비롯 인근 이시카와현, 니가타현에서 쓰레기를 가져온다. 사원 모라모토씨는 꾸준히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아직까진 그리 잘 되는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도야마그린푸드리사이클주식회사는 식품과 오염물 등은 하루 처리가능량이 24.4톤, 전정지(剪定枝, 과수 및 정원수를 자른 가지)와 풀 등은 하루 최대 처리가능량이 20톤 정도 된다. 그러나 지난 1년(2007년 4월-2008년 3월) 동안 총 판매량은 1034톤에 불과하다. 하루 2.8톤 정도 팔았다는 뜻이다.

도야마BDF가 만드는 바이오연료는 제조원가가 리터당 130엔이지만 판매가는 100엔에 불과하다. 정부보조금이 없다면 운영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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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과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재활용 비닐. ⓒ 김대홍


PRTEC의 경우 5년째 적자다. 2002년 7월 10일 문을 열었으니 지금껏 한 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회사는 설립 이후 내내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공장에 화재가 나면서 마침내 문을 닫았다. 공장 입구엔 '폐업'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이야기를 나눈 직원 중에서 '친환경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곳은 PRTEC이 유일했다. PRTEC은 초중고등학생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PRTEC의 토다씨는 비록 적자지만 "지금은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가격이 계속 올라가 품귀상태가 되면서 재활용품과 비재활용품 사이에 가격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가장 운영이 잘 되는 곳은 폐자동차 재활용 기업인 Nartoyama다. 배기가스 규제가 심해지면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차들이 많이 들어온다. 고철이 된 차들은 주로 러시아로 수출된다. 한 직원과 대화를 나눴다.

물량이 무척 많단다. 전국에서 들어온다고. 임금 수준도 무척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동행한 오마이뉴스재팬 박철현 기자가 도쿄의 사례를 들었다. 도쿄도는 99년 경유차 추방운동에 나섰다. 2003년엔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위반한 운전자에게 50만엔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규제 대상도 무려 90여 만대.

처음엔 자동차산업을 위축시킨다며 자동차회사들이 반발하고, 당장 가계에 부담이 된다며 시민들 반응도 나빴다. 하지만 도쿄도지사의 뚝심에 의해 이와 같은 정책이 몇 년간 실시되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배기가스를 적게 내보내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팔리면서 자동차회사들은 추가 수익을 얻게 됐고, 시민들은 깨끗한 공기를 얻게 됐다.

배기가스 배출 차량 규제 조치가 도쿄도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실시되면서 교체된 차량들이 이와 같은 곳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박 기자는 설명했다.

고철이 될 자동차들이 가득 쌓인 곳을 보니 꽤 쓸 만한 차들이 많다. 고철이 되기엔 아까운 차들이다. 직원은 동의했다. 쓸 만한 차들이 고철이 되기 위해 대기 중인 것을 보면 무척 아깝단다. 그는 "일본은 너무 자동차 대국"이라면서 "자동차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03년 기준으로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우리나라가 305대, 일본은 600여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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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자동차 공장. ⓒ 김대홍


도야마 생태산업단지가 생각만큼 활성화돼 있진 않다. 협업체계도 아직 불완전하다. 에코타운 입구 공원을 세 개 회사가 각자 재활용재료를 이용해 만들었고, PRTEC과 에코마인드가 재활용재료와 연료를 교환하는 정도다.

하지만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다. 성과를 말하기엔 역사가 짧다. PRTEC의 토다씨는 "환경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생태산업은 수익성만 갖곤 따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03년 10월에서야 생태산업단지(EIP, Eco Industrial Park) 계획을 세웠다. 2005년 11월 포항, 여수, 울산 등 세 곳을 시범생태산업단지로 지정해 기반을 만들고 있다. 생태산업단지와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도야마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를 우리라고 겪지 말란 법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도야마 #생태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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