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에서 '부평행' 열차에 오르는 시민들

양심과 편의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시스템

등록 2008.08.25 17:59수정 2008.08.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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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아침 시간의 부평역. 경인선 인천 방향의 플랫폼과 인천지하철 1호선의 플랫폼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경인선 서울 방향(용산·성북·창동·의정부·양주·소요산 등 방향) 플랫폼 혼잡에 비하면, 부평역 다른 플랫폼 혼잡 정도는 '새발의 피' 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평일 아침 경인선 서울 방향 플랫폼의 혼잡은 최고조이다.

경인선(인천~구로)의 경우 총 4선의 선로가 건설되어 있다. 양방향 모두 2선이 건설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아직 양방향을 합쳐 단선으로 건설된 선로가 절대다수인 대한민국의 철도 환경에서 방향별로 2선씩 건설되어 있다는 사실은, 경인선을 이용하는 승객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

경인선의 방향별 2선은 급행전철이 주로 쓰는 선로와 일반전철이 주로 쓰는 선로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전철과 급행전철 모두 대다수의 전철차량은 인천역(일반전철)과 동인천역(급행전철)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급행전철 중 일부는 부평역에서 출발한다. 인천지하철 1호선을 통해 환승해 이용하는 엄청난 승객을 감당하기 위한 부평발 급행전철 편성이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부평에서 출발하는 급행전철차량에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제일 먼저 들어갔음에도, 차량 내에는 이미 앉아있는 승객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출발역에 닿은 전철차량에 이미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까?

하루 8편이 운행되는 부평발 급행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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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용산 구간을 운행하는 급행전철 차량 동인천~용산 구간을 운행하는 급행전철 차량. 차량으로는 일반 전철 차량과 차이가 없으나 구로~동인천 구간에서 역곡·부천·송내·부평·동암·주안 등 주요 역만 정차하여 동인천~용산 구간에서 14분의 시간 절감 효과(23.8%)가 있다. 이 중 하루 8회는 동인천~용산 구간이 아닌 부평~서울(구로 1회, 노량진 1회, 용산 6회) 구간을 운행한다. ⓒ 이준혁


부평역을 찾아가기 전, 부평역 급행전철 운행시각표와 주안역 급행전철 운행시각표를 대조해 부평역에서 출발하는 용산(노량진, 구로)행 급행전철의 운행시각과 운행횟수를 파악했다.

평일기준 부평발 서울방향 급행전철 운행시각표 - 07:06(용산행), 07:15(용산행), 07:33(노량진행), 07:45(용산행), 08:04(용산행), 08:20(용산행), 08:39(용산행), 18:52(구로행)

18:52 부평발 구로행 급행전철차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침 러시아워 시간에 운행중이었고, 18:52 부평발 구로행 급행전철차량 및 07:33 부평발 노량진행 급행전철차량을 뺀 나머지 6편성은 모두 부평발 용산행 급행전철차량 편성이었다.

아침 시간 부평역에서 서두의 얌체와 같은 행동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의미였다. 과연 얼마나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부평역을 찾았다.

부평역에서 부평행 급행전철에 오르는 상식 밖 행위

08시 정각. 동인천역에서 출발한 급행전철차량이 부평역 서울 방향 플랫폼에 닿았다. 타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가운데 타지 않는 사람들 또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뒤에 줄 서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줄을 이탈해 출입문으로 들어가는 등 매우 혼잡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출입문으로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 또한 대략 절반 정도 보였다.

08시 04분. 부평역 서울 방향 플랫폼에 닿은 전철차량은, 예상대로 부평발 급행전철차량이었다. 물론 부평역에 닿고 출입문을 열기 전 차량 내 대부분의 좌석은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08시 04분 부평발 용산행 급행전철의 텅텅 비어있던 좌석은 정각에 닿은 급행전철에 승차하지 않고 기다린 사람들로 인해 순식간에 채워졌다.

그런데 이번 또한, 부평발 급행전철차량이 부평역 플랫폼에 닿기 전부터 차량에 이미 타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부평발 다음 급행전철인 08:20 편성과 08:39 편성은 물론 다음 날 또한 마찬가지였다.

의문은 건너편 인천 방향 플랫폼에서 풀렸다. 인천 방향 플랫폼에 '동인천행'이 아닌 '부평행' 전철에 사람들이 타고 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부평역에서 부평행 급행전철을 오르는' 행위는 어딘가 이상하다. 하지만 그 '상식을 깨는 행위'는 많은 이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개별 객차마다 최소 7~8명씩은 찾을 수 있었다.

'부평행 급행전철에 탄 부평역 승객들'을 태운 '부평행 급행전철'은 부평역 인천(동인천) 방향 플랫폼을 떠나 인천방향으로 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10분 정도 후에 부평역 용산(구로) 방향 플랫폼에 닿은 '부평발 용산행 급행전철'에서 '미리 올라 타 있는 사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적어도 차량기지나 회차선로 등에서 올라 탄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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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선 부평역 인천 방향 플랫폼에서 부평종착 급행전철차량에 오르는 '얌체' 승객들. 이러한 행동은, 질서를 파괴하여 모두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회차선로에서의 안전문제 발생 등 다양한 문제점을 유발한다. ⓒ 이준혁


양심과 편의의 사이에서

경인선 부평발 급행전철이 부평역 서울 방향 플랫폼에 닿기 전에 이미 사람들이 타 있던 원인은 '부평종착 급행전철'이 회차선로에 진입 후 '부평발 급행전철'로 바뀐다는 것을 알고 인천 방향 플랫폼에서 미리 탄 사람들 때문이었다. 힘든 출근·등교 길에 앉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경인선 열차운행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찾아낸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놓고 새치기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다. 부평역 서울 방향 플랫폼에서 급행전철차량을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 중 일부는 이미 그러한 방법과 그러한 사람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염치와 양심의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그런 사람들에 대해 '안전' 문제로라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을 바라고 있었다.

부평역 서울 방향 플랫폼에 서 있던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통학과 통근으로 10여년 동안 경인선을 타며 그런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그건 질서파괴의 몰염치한 행위이기에 하지 않는다"라며, "그런 사람들은 소액이라도 벌금을 받아내는 등 어떤 형태든 불이익을 가해지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량진에 있는 한 대입재수학원으로 향하던 박아무개양은 "친구들에게 들어 이미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시간도 언제인지 알고 있고요. 하지만 그건 부끄러운 짓이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자라도 책을 더 봐야 하는 입장에서 콩나물시루열차에서 서서 35분을 가는 것보다 앉아서 45분을 가는 것이 나아요. 하지만 그건 양심과 편의의 선택이잖아요. 제가 죽는 것도 아닌데 편하자고 양심을 버릴 수는 없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에 살며 송도신도시의 직장에 다니는 정아무개씨는 "경인선을 타고 부평역에 와 인천지하철 1호선을 타는 생활을 2년째 하는데, 부평행 급행전철을 타고 부평역에 닿았음에도 사람들이 내가 내린 열차를 타는 것이 이상했다"라며 "사연을 알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회차선로에 들어가는 것과 안전 문제를 결부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터뷰를 피하는 '얌체' 승객들

그렇다면, 부평역 인천 방향 플랫폼에서 부평행 급행전철차량에 오르는 승객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그들과 함께 부평역 인천 방향 플랫폼에서 부평역 급행전철에 올랐다. 그리고 열차 내에서 촬영장비를 정리한 후에 승객들에게 향했다.

'부평역 인천 방향 플랫폼에서 부평행 급행전철차량에 오르는 승객들'은 당연히(?) 카메라를 피했다. 인터뷰를 거절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세 차례에 걸쳐 차량 내에 오른 후, 총 50여명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단 한 사람도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앞 뒤칸 차량으로 진입하는 순간 얼굴을 가리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너도 억울하면 타지 뭐가 아쉬워서 그래'라는 말과 함께, 폭언과 욕설을 듣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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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가리는 '얌체' 승객들 경인선 부평역 인천 방향 플랫폼에서 부평종착 급행전철차량에 오르는 '얌체' 승객들. 이들은, '부평종착 급행전철차량'이 부평역에서 모든 승객을 내리도록 한 후 회차선로를 거쳐 다시 서울(용산/노량진/구로)방향으로 운행하는 것을 악용하여, 남들보다 미리 '부평발 급행전철차량' 에 올라탄다. 사진 속 인물은 본래 인터뷰를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사람으로, 밖으로 나와 차량 내부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꺼낸 순간, 갖고 있던 무료신문으로 얼굴을 화급히 가리고 있다. ⓒ 이준혁


급기야 현장 사진이라도 촬영하고자 플랫폼에 서서 차량을 찍으려 하였다. 그러나 카메라를 꺼내 찍으려는 순간, 내부의 승객 두 명이 카메라를 봤는지 즉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자신이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었다.

'이번에도 힘들겠지' 하는 마음으로 네 번째로 '부평행' 급행전철차량에 올랐을 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얌체 승객'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너무 피곤해 졸다가 회차선로에까지 온 사람이었다. 자기는 서울 방향 플랫폼에 닿으면 내릴 거라고 했다. 그는 '아침잠이 많아 이런 일을 벌써 다섯 차례 겪는데 볼 때마다 한심하다'라면서 '철도 공안이라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사람들 벌금을 물리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제가 필요한 안타까운 시민의식

철도에 관심이 많은 철도동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동호회의 회원은 '그렇게 편히 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그 유혹을 참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탄다는 것은 극기와 수련에 가깝다'라고 현실을 설명하며 '하지만 그 힘든 유혹도 벌금과 징계 앞에서는 누구나 참는다'라면서 벌금 징수를 최선의 방법으로 추천했다.

다른 철도동호회의 한 회원은 "10분이라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그렇다. 20분 정도로 듬성듬성 배차를 하고, 한 번 회차선로로 들어가면 20분 이상 대기하도록 하여, 회차선로로 진입하는 급행전철에 미리 타고 되돌아오는 이득을 반감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부평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은 용산역과 천안역에서도 늘상 벌어지는 일이다. 용산역의 경우 경인선 인천 방향 급행·완행 전철차량 플랫폼이 다른 상태에서, 경인선 인천 방향 완행전철차량용 플랫폼과 경인선 용산 종착 급행전철차량용 플랫폼이 같아 생기는 '얌체 승객'이 문제다. 이는, 여러 차례에 걸쳐 언론에 문제가 제기됐고 코레일 측에서도 안내문을 설치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얌체 승객이 늘면 늘었지 결코 줄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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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3번 플랫폼의 대형 알림판 용산역 또한 부평역과 마찬가지로 '얌체 승객'이 기승을 부리는 곳이다. 용산역 3번 플랫폼의 이러한 대형 알림판은 총 4개가 있으며 모두 '동인천·천안행 급행전철 열차 타는 곳은 2번입니다'라는 안내가 기재되어 있다. ⓒ 이준혁

천안역의 경우, '천안행' 급행전철차량과 '천안발' 급행전철차량이 같고, 천안행·천안발 급행전철차량이 천안역에 정차하는 플랫폼이 같기에 생기는 문제로, 수도권전철 천안연장 때부터 쭉 두드러졌다. 두정역에서 탄 많은 승객들이 천안역에 와 다시 서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이런 승객들로, 천안역의 급행전철 승객들이 앉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자, 천안역 승객이 두정역에 간 후 다시 천안역에 와서 서울로 가는 촌극도 종종 보인다.

(천안에서 서울 방향으로 갈 때 급행전철로 갈 경우, 20분(용산~천안 기준) 정도를 절약할 수 있고, 회차선로까지 안 가고 같은 플랫폼에서 승하차가 함께 이뤄지며, 시간차가 크지 않기에, 두정에서 출발해 안양 이북으로 가는 승객들 중 일부는 그 방법을 사용한다.)

급행전철의 부평역, 용산역, 천안역 '얌체 승객' 문제는 승객 중 상당수가 알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안이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이런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단속을 펼치지 못 하고 있다. 물론, 세 역은 모두 거대역사로서, 코레일 측이 이런 문제까지 손길을 뻗치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시간 논란이 된 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의 제시는 분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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